[TV리포트=문지연 기자] 배우 최지우(38)의 연기 인생은 이제 확실한 2막을 열었다. 멜로퀸과 눈물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수상한 가정부’를 통해 내려놨다. 우려와는 달랐던 변신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브라운관에서도, 또 브라운관 밖에서도 ‘복녀님’이란 호칭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가정부’(백운철 극본, 김형식 연출) 종영 후 만난 최지우는 복녀님의 모습을 훌훌 털어낸 모습이었다. 딱딱하고 까칠할 줄 알았던 복녀님은 온데간데 없었고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듯, 때로는 털털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최지우만 남아 있었다.
그런 최지우에 ‘수상한 가정부’와 복녀님에 대한 허심탄회한 뒷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작품이 무사히 끝났다. 소감은?
쉴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처음 작품을 선택할 때는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 매력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우려가 됐던 거 같다. 하지만 후회 없는 변신이었다. 만류하던 분들도 점점 복녀님에 빠져들었다. 작품이 끝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한다. 아쉬움도 남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많은 것을 배우고 남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멜로퀸에서 새로운 최지우가 발견됐다는 주위의 평이 있다
나랑 안 어울렸나? 난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니…그런 부분이 기분이 좋다. 사살 감독님도 복녀님 역에 대해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말씀하셨다. 그 중에 내가 맡아 잘해줘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최지우란 배우가 액션이나 스릴러를 해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수상한 가정부’ 속 복녀, 어떻게 표현했나?
사실 긴 대사를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로봇처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내보내는 것은 힘들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대사가 나와야 했다. 또 감정도 드러내면 안되는 부분이 힘들더라. 입꼬리는 올라가서도 내려가서도 안 되는데 초반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 힘들었다. 처음엔 감독님과 A컷부터 D컷까지 찍어둔 뒤 상황에 맞게 붙이곤 했는데 중반을 지나자 조금씩 편해졌다.
-패셔니스타 최지우를 버리기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생각보다 의상은 많았다. 패딩도 여러벌 갈아 입었고 특히 블라우스는 상황에 따라 디테일이 조금씩 달랐다. 그런 부분들로도 복녀의 심경변화와 상황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며 예쁘게 보이는 것은 완전 포기했다. 예쁜 옷을 입는 역할은 그동안 많이 했었기 때문에 복녀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아역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여지껏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들과 연기해본 것은 처음이다. 자녀는 물론이고 조카도 나온 적 없다. 그런데 아역들과 연기를 해보니 정말 재밌더라. 하지만 반면엔 어쩔 수 없이 애들이기 때문에 오는 고충도 있었다. 새벽 촬영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힘들고 애들도 힘들어 안타까웠다. 그때마다 (이)성재 오빠가 애들을 잘 챙겨줘 참 고마웠다.
-원작과 달랐던 ‘수상한 가정부’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송종호(장도형 역)의 등장은 원작과 완전 다른 부분이었다. 송종호가 도형의 몫을 다 해주고 밋밋한 느낌의 ‘수상한 가정부’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송종호의 역할이 재밌었다. 중반부터 송종호가 등장하며 복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라 부담도 컸지만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합쳐져 좋았다.
-러브라인 대신 미스터리 스릴러, 아쉽진 않았나?
이번 작품은 러브라인이 있어서는 안되는 부분이었다. 상철(이성재)와는 될 수가 없었다. 상철은 송화(왕지혜)와의 관계도 있었고 아이들 엄마와 사별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었다. 여기서 상철이 복녀를 좋아하게 된다면 너무 쉬운 남자가 되는 것 아닌가?(웃음)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남매의 엄마가 되어 있는 결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쉽게 바뀔 수 없지만 가족의 일원으로 이들을 끝까지 돌봤겠지?
-너무 극단적이었던 복녀님표 해결법, 어땠나?
복녀님은 정말 모 아니면 도였다. 천천히 해결해도 되는데 너무 강했다. 극단적인 두 선택 사이에서 아이들에 선택하라고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이 ‘수상한가정부’에서 아쉬웠던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복녀가 조금씩 문제를 해결했다면 느낌이 살지 않았을 거 같다. 이 드라마의 특성이 없어지는 거다. 복녀도 하나의 캐릭터인데 그걸 무시했다면 드라마의 맛이 없었을 것 같다.
-멜로퀸과 복녀님 사이, 최지우의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
다들 최지우의 이미지를 만들어두나 보다. 모든 스태프들이 나랑 일을 같이하고 난 뒤엔 ‘굉장히 까칠하고 어려운 배우일 줄 알았더니 성격이 좋다’고 하더라. 애들과 연기하면서도 굉장히 편하게 대했다. 먹을 것도 빼앗아 먹고 같이 나눠주고 그런식으로 친해졌다. 절대 까칠하지 않다.(웃음)
-연말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는 안 쉴 예정이다. 여행가는 것도 좋아하고 극장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주의기 때문에 매일밤 극장에 갈 예정이다. 또 솔로의 모습으로 연말파티에 참석하지 않을까? 부러우면 지는 거 다 아시죠?(웃음) 연말 시상식에선 막내 혜결(강지우)이랑 베스트 커플상을 노리고 있다. 하하
문지연 기자 annbeb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