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와... 풀... ^^..

조회 수 3121 2001.11.07 03:31:24
그린
한라산엔 벌써 하아~얀 눈꽃이 피었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월동 준비는 잘하고 계신가요? ^^..

얼마전에 책상위에 놓아 두었던 화분을 깨뜨렸습니다. 그렇잖아도 화초보다 화분이 작아서 분갈이를 하려고 했는데... 철이 아니어서 미루고 있었거든요. 잘 되었다싶어 분갈이를 하려는데... 마땅히 흙을 가져올 곳이 없더군요.
그리하야... 제 일터로 들어오는 입구... 계단 양쪽으로 화단이 있답니다. 봄에는 철쭉이 화사하게 피구요, 지금은 보라빛의 국화가 피어있습니다.

우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 빈통을 하나 들고... 화단으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후다닥!... 파파팍!... 샤샤샥!.. ^^..
여기서 흙 한줌 퍼간다고 뭐랄 사람 물론 없지요. 역시 소심한 그린... ^^.. 요즘은 이렇게 흙 한줌 구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는가 하여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 먹고 나서지 않으면 흙을 밟아 볼 수조차 없게 되었네요...

분갈이 후...
혹시나 하여... 정성스레 물을 주고 애정을 주었습니다. 동그랗고 예쁜 조약돌로 흙위에 장식도 하고... ^^.. 물을 주면 돌들의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반짝반짝!... ^^.. 재미삼아... 안주어도 될 물을 가끔 주기도 합니다... ^^.. 지금까지 잘 자라는 것을 보니 이제 뿌리를 내렸나 봅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조약돌 틈으로... 조그만... 아주아주 조그만... 가늘고 여린 연두색의 싹이 두 개의 잎을 피우며 나왔습니다. 아마 흙속에 풀씨가 섞여 있었나 봐요. 지금은 한 일곱개 쯤... 싹이 나왔답니다. 그 중 먼저 나온 것은 가지를 치며 두개의 잎을 더 피웠습니다. 요즘은 화초보다 그 가늘고 여린 풀들에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화초를 위해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풀들이 걱정되어 물을 주고 눈길을 줍니다... ^^..

화초와... 풀...
화초... 우선 아름답지요? 그리고 보고싶을 땐 옆에 두고 언제나 바라볼 수 있지요... 그러나 언제나 누군가의 보살핌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화초들을 볼 때면...  조그만 화분에 화초를 가두어 놓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요. 뿌리도 마음대로 내릴 수 없고... 참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씩 잊어버려서 시들어 가는 화초를 보면서 참 미안했습니다. 화초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화초에 미안해 하지 않을려면 정성스레 가꾸어주는 길밖에 없음을 알지만... 세상에 묻혀 살다보면 잊을 때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린을 만나 운명을 달리한 화초도 많지요... 아마? ^^..

풀... 화초보다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 넓은 들판에서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누가 보살피지 않아도 잘 살아남잖아요? ^^.. 물론 가끔은 그린처럼 풀에게도 눈길을 주는 이가 있구요... 들판에 있는 풀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참 아름답답니다... 너무 흔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할 뿐이지요... 그린은 꽃집에 있는 화려한 꽃들보다 들판에서 발견하는 풀꽃에서 더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화초처럼 옆에 두고 볼 수 없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기 때문인가봐요... 자연과 함께...
아마도 그린은... 풀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살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아가는 점이 그렇고... ^^.. 흔한 풀... 대중 속에 보통사람으로 있으니 돋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뜯어보면 그린 나름대로 개성이 있겠지요? ^^..  ... 그리고... 태어난 곳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도 그렇고...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은 것도 그렇고...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가는 풀... 보통 사람들 속에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린... 어딘가 닮은 것 같아요.. ^^..
아... 우리 지우님은 팬들의 사랑으로 커가니까... 화초에 속하나요? ^^... 사랑을 듬뿍 듬뿍 주어야겠네요... 그래야 잘 자라지요... ^^.. 비약이 너무 심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화분에 있는 풀도 자라서 화초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 풀과 함께 화초를?... 화초와 함께 풀을?... 키울까 합니다... ^^.. 그래야 화초도 덜 심심하겠지요? 화초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여 뽐내지 않고... 풀이 화초의 그늘에 가린다 하여 기죽지 않는다면... 서로 어울려 하나의 아름다운 화분이 되지 않을까요? ...

그냥... 화분에 물을 주다가 일어난 짧은 생각이었는데... 글로 옮기니 이렇게 기~이~~러 졌네요...^^..
몸을 얼어붙게 하는 추운 겨울이 다가옵니다... 올 겨울... 마음만은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 '5'

미애

2001.11.07 12:12:27

그린님은 이름처럼 풀들을 사랑하시나봐요, 오늘 좋은 날 되시길 바라며 첫인사드립니다.~

그린

2001.11.07 13:30:48

미애님.. 반갑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가 밤을 좋아해서 전생에 혹시 올빼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제 이 글을 쓰면서 전생에 혹 나무나 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답니다.. ^^.. 하늘, 별, 달, 구름, 나무, 풀... 자연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 지금은 자연을 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답니다.. ^^.. 하산하는 그날이 언제가 될지... 님도 좋은하루 보내시길... ^^..

드래곤^^

2001.11.07 13:49:28

그린님은 어떤분인지 제가 젤궁금하네여..보고싶은 사람1위로 선정해 드리죠^^ 님의 글엔 언제나 풀 내음이 물씬 나는거 같아여..그래서 산듯하구요..앞으로도 풀내음 전해주세요..문뜩 위에글을 읽고 어린왕자가 생각났어요..여우왈 날길들여줘..니가 매일 4시에 만약온다면 난 3시부터 기쁠꺼야란 글이 생각나네요..우린 그린님께 길들려 지는걸까요?오늘도 풀내음을 인터넷으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주

2001.11.08 03:13:31

부럽습니다..그린님..전 드래곤님의 명단에 제거대상 1호랍니당....뭘루 1호이든..그린님과 전..암튼 같은 1호입니당....호호~

그린

2001.11.10 03:17:38

오잉! 1위라..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군요... 현주동지 반갑소!.. ^^.. 제발 길들여지지 마세요.. 그린은 아무도 길들이고 싶지 않답니다.. ^^.. 흐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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