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NO. 3883에 올리신 미혜님의 글을 읽고 써 봅니다.
  섣부른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미래는 어음이고, 현재는 현금이며, 과거는 부도수표이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아무리 고민을 하고 떠올려봤자 이미 부도가 난 수표인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의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미 겪은 일 깨끗이 잊어버려야지. 괜히 반추反芻해서 생각하면 자신만 더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명하고 총명하신 님은 금방 잊었겠지만 말입니다.

  미혜님이 기분 좀 풀리셨으면 하는 맘으로 제가 재미있는 시 하나 적어드릴까 합니다.
  제가 쓴 것은 아니고, 전에 한번 읽다가 기억에 남아 노트에 적어 두었던 시詩입니다.

고장난 삐삐 친구들 "불편하다" 두 달 동안 닦달해도 느긋하게 쭉 '부재중'으로 해 놓다가,
네가 삐삐 번호 물어 본 날 냅다 고쳤지.
아무리 애인 사이래도 종이학을 천 마리나 접는다는 건 어이없는 시간 낭비라고 비웃듯 말해 왔지만,
네 생일 알고 나선 바로 접기 시작했지.
내겐 안 어울린다며 중학교 졸업한 후론 가위 한 번 제대로 안 대 본 긴 생머리,
"단발이 어울리겠다"는 네 말에 기냥 잘랐지.
동아리는 하나만 들어 열심히 활동하는 게 좋다며 몇 개씩 든 아이들 비난하다,
딴 동아리에 네가 있는 걸 알곤 냉큼 가입을 했지.
남자 친구 만나느라 대리 출석 부탁하는 친구에게 "수업과 남자 친구를 바꾸다니!" 훈계를 늘어놓다가,
네가 만나자던 날 미련 없이 땡땡일 쳤지.
문신이라는 건 조직 폭력배를 생각나게 해 어쩌다 문신한 사람을 보면 슬슬 피하다가 "멋있지 않냐"는
네 말에 나도 문신이나 해 볼까 심각하게 고민해 봤지.
영어의 '영' 자도 싫어하고 "남의 나라 말은 잘 해서 뭐 하나" 핑계만 늘어놓으며 멀리 하다,
네가 외국인이랑 얘기하는 걸 보곤 영어 회화 테잎을 당장에 구입했지.
교양 강의로 듣던 테니스 수업 땐 "수업만 아니었음 절대 안 했다" 내내 투덜거리며
교수님 눈 피해 놀기 바쁘다가, "같이 칠 사람이 없어 못 치고 있다"는 네 말에 모범생이 되었지.
남자 친구 돈 꿔주는 친구에게 "사귀는 사이에선 더욱 더 돈 거래는 금물이다" 핀잔주다가,
고향 가는 차비 걱정하는 너 땜에 내 통장 잔고부터 확인했지.
남들보다 작아 보이는 건 아무래도 싫다며 우리 학교 같은 가파른 언덕길도 줄기차게
하이힐만 신고 다니다가, 네 키가 나와 비슷한 걸 알고는 다음 날부터 운동화만 신었지.
너무나도 좋아해서 고등학교 다닐 때도 자율 학습 빼 먹고 쫓아다녔던
어느 가수의 아끼던 음반을 "별로던데"란 네 말 한 마디에 미련 없이 동생에게 줘 버렸지.
산낙지만큼 맛있는 게 세상에 어디 있냐며 사족을 못 쓰던 내가 너랑
포장마차 간 날 "산낙지 사 줄까?" 하는 말에 그런 걸 어떻게 먹냐며 왕내숭을 떨었지.
살 좀 빼란 주위 압력 들은 척도 안 하고 표준 체중은 된다며 콧방귀만 뀌다가
"3kg만 줄여라"는 네 말에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지.
늦은 밤거리 폭주족 지나갈 때마다 "정신 나간 녀석들"이라며 욕을 바리바리 바가지로 해대다가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널 보곤 "되게 좋은 취미다" 극찬했었지.
영화라는 건 그야말로 연중 행사로 일 년에 두세 편 보면 많이 보는 거였는데
늘 영화 얘길 꺼내는 너 때문에 비디오를 하루 종일 쌓아 놓고 보았지.
변신 괴물도 아닌데 내가 놀랄 정도로 난 변하고 있어
남자 때문에 변한다는 둥 하는 친구들의 험담을 흘려들으며......
이제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궁금하거든 늘 내 곁에 있어.

p.s.) 너, 계속 날 변하게 해 줄 거지?

그럼... 님 내세요. 그리고 내일은 활짝 웃기를...


댓글 '1'

미혜

2002.02.15 09:36:35

그렇치 않아도 아침부터 할일이 많아서 좀 짜증이 났었는데.. 토미님 덕분에 기분좋은 아침을 맞는거 같아요....오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겠네요^^ 토미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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