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8...

조회 수 3063 2002.02.24 07:34:55
토미
  뜨겁고 진한 커피 한 잔에 크로와상croissant을 옆에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홍사중님의 '리더와 보스'라는 제목의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알렉산더를 대왕으로 만든 것은 명예욕도 권력욕도 물욕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희망뿐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를 대왕답게 만든 것도 그가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준 데 있다. 그가 건설한 새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그와 신하들의 희망의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나라도 구석구석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흥한다. 훌륭한 정치가는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준다. 처칠이 위대한 정치가인 것은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영국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그가 온 나라에 희망을 불어넣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일본 NHK 위성방송이 「네트워크 정글」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것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일체가 되어 눈부시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길이 없던 정글이 개간되어 첨단 산업 공장이 들어서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갈라놓고 있던 바다 위로 한강 다리의 열 배가 넘는 긴 다리가 건설중이고, 말레이시아에는 또 세계에서의 제일 큰 정보통신 센터가 완공을 서두르고 있었다.

  해설자는 이 세 나라가 경이적인 발전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지도자를 잘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싱가포르의 이광요李光耀 수상과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Mahathir Bin Mohamed 수상을 찬양하는 데 아낌이 없었다. 나는 이것을 보는 동안 절망감과 부러움이 엇갈리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그리고 비전이 있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새삼 느꼈다.

  두 수상에게는 강력한 지도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공통점은 처음부터 나라 살리기라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광요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상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정치적 수완의 결과이기는 했다. 그러나 중국인이면서도 중국말을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그가 싱가포르를 30년 넘게 이끌어 갈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의 비전 때문이었다.

  그는 때로는 독재적이라는 비난을 국내외로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제시한 비전의 실현이야말로 자기네가 잘 살 수 있는 유일, 최선의 길이라고 모든 사람이 굳게 믿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광요가 수상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어느 외신 기자가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여론 조사든 압력 단체든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능력과 의지다. 그리고 그 지도자가 건강하고 굵은 신경, 청결한 마음, 무쇠와 같은 결의를 가지고 있다면 더 큰 도움이 된다."

  몇 년 후에 다른 기자가 똑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처음부터 기술 입국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전자통신 산업이 21세기의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마하티르 수상에게도 이광요 못지 않은 확고한 신념과 비전이 있었다. 그는 지난번에 방콕에서 있었던 아시아-유럽 정상회담에서 "아시아적인 가치들은 보편적인 것이며 유럽의 가치들은 유럽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신에 넘치는 목소리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최첨단의 정보통신 센터를 만들겠다는 모험에 가까운 결단을 내리게 된 것도 말레이시아의 30년 후를 내다본 비전 때문이었다.

  1996년에 그가 외국 자본의 유치를 위해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 기자가 다음과 같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네 나라처럼 국민 소득도 낮고 기술적으로도 뒤진 나라에서 과연 그처럼 거창한 정보통신 센터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마하티르 수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현대 문명의 혁신을 가져온 것은 문명의 정상에 올라 있던 유럽이 아니라 미숙한 미국의 개척자 정신이었다. 그 당시 유럽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무엇을 하든 잃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지극 우리 말레이시아는 한때의 당신네들처럼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하고 있다."

  요즈음의 동계冬季올림픽에서의 강대국의 행태行態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스포츠를 통해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있다면, 지금 이 사태事態를 보면서 한 마디 말도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걸림돌이란 밟고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딛고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그것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제 낮에 서점에 갔다가 존 그리샴(John Grisham)의 신작 소설을 샀습니다.
  님들도 이 작가 아시죠?

  존 그리샴은 미국의 전문직 출신 3대 베스트셀러 작가(마이클 크라이튼, 톰 클랜시, 존 그리샴)중의 한 명으로 특히 법정소설(法定小說)분야에서는 他의 추종(追從)을 不許하는 작가입니다.
  존 그리샴의 소설은 전문직 출신답게 자기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모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재주가 뛰어난 때문인지 출간 후 바로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The Firm', 'The Pelican Brief', 'The Client', 'The Rainmaker' 등 모두 원작(原作)이 존 그리샴의 작품(作品)입니다.
  제가 이 작가의 作品중에서 책으로 제일 먼저 읽고, 영화로 제일 먼저 본 영화가 번역(飜譯)제목으로는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인 'The Firm'입니다.

  대학졸업후 첫 직장을 잡을 때, 거액의 연봉, 아름다운 집, 최고급 승용차를 거절할 바보는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옆에 그 풍요와 안락을 함께 누릴 사랑하는 사람까지 있다면, '행복의 정점'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모든 조건이 너무나 완벽하고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톰 크루즈가 主演한 영화 "야망의 함정(The Firm)"은 하버드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젊은 변호사의 야망과 법률회사의 음모를 다룬 영화입니다.
  능력있고 성실한 미치(톰 크루즈)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한 법률회사에 취직합니다.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상류사회로 편입된 미치는 자신의 야망이 드디어 실현된 것을 기뻐하고, 최고의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그 회사는 마피아 계열의 돈 세탁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전개되는 미키의 두뇌회전은 책을 처음 읽었던 사람이나, 영화로 처음 이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중간 중간 와인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처음에 거액의 연봉을 제안받은 미치가 아내와 함께 축하파티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때는 아직 가난한 학생이라 싼 화이트 와인으로 축하를 합니다. 그러나 무서운 음모가 기다리는 그들에게는 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다른 비싼 와인보다도 훨씬 달콤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장면은 미치가 처음 출근하여 자신의 상관 사무실에 갔을 때 있었던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미국에서도 2백달러 정도 하는 고급 와인 샤토 오브리옹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이런 비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경제적 풍요를 가지게 되었다는 상징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와인의 보관상태는 매우 처참한 상태입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놓여져 있었던 것입니다. 와인을 보관하기에 가장 최적인 곳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사무실이 아니라,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의 음습한 곳이 제격인데 말입니다. 물론 사람한테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내용도 보지만 거기에 나오는 소품을 더 자세히 봅니다.
  이것도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거든요.

  이번 주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밤을 세우고 말았네요.
  눈이 감기네요.

  예배시간에 졸지 않으려면 지금 잠깐 눈을 붙여야겠어요.
  '가장 완성된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좋건 나쁘건 가리는 일없이 모든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는 마호메트의 말처럼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스타지우님들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럼... 가장 행복한 순간 맞이하세요.


댓글 '4'

세실

2002.02.24 12:51:40

비전이 있고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정말 그립습니다. 존그리샴 그 이름만으로 책으로 손이가는 베스트셀러작가중의 한분이죠.며칠전에 이 분의 신작소설을 읽었는데 지금 내용도 제목도 떠오르지않네요, 치매끼인지 건망증인지 ...자신이 두려워집니다.

하얀사랑

2002.02.24 18:44:27

토미님,,, 항상 님 글읽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돼요... 그런 시간을 주신 님께 맘속 깊히 감사드리구요,,, 이런 기회 자주 주세요... 존그리샴~!^^ 저도 이 작가 책읽을땐 밤새는일 많았었는데... 전, 아직두 오페라의 유령 읽고 있답니다^^ 세실님, 토미님, 좋은 오후 되세요

토미

2002.02.24 23:20:25

세실님... 이름이 좋군요. 어감도 좋구요... 아마 님이 요즈음에 사신 신작이라면 '톱니바퀴'가 맞을 거예요... 제가 구입한 책도 이 책이거든요... 항상 님이 가져주시는 관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토미

2002.02.24 23:21:26

하얀사랑님... 요즈음에 읽으시는 책이 '오페라의 유령'이시라구요... 혹시 이 책 저자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리작가인 '가스통 르루' 아닙니까... 이 作家가 쓴 '노란방의 비밀'은 읽어보았는데, 아직 '오페라의 유령'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계시네요... 그럼 따뜻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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