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년回年의 기도...

조회 수 3830 2002.03.03 06:06:35
토미
  잠자리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탁상 위에 놓여진 책을 읽어보다가... 김익회님이 쓰신 글이 마음에 들어 '프리보드'에 적어봅니다.
  제목은 '회년回年의 기도'입니다.

  2002년, 새해를 맞는 감회가 색다른 기대와 희망으로 부푼다.
  110년마다 돌아오는 回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축복의 메시지다. 세월에 지친 신사년辛巳年이 석양불에 사위고, 좌우로 치우침 없이 앞이나 뒤에서 읽어도 같은 숫자인 2002 回年의 새 아침이 밝았다.

  2002년은 '행운의 운행'-거꾸로 읽어도 동일하게 행운이 왕복으로 운행하는 복된 回年이자 回文(Palindrome)이다. 이 축복의 회임(懷姙)을 마음 밭에 심고 알찬 열매를 거둬드릴 각오가 새롭다.

  어둠을 밝히는 回文의 eye(눈)-육안으로 사물을 살피고 심안으로 사유思惟하며 임오년壬午年의 백마를 타고 지칠 줄 모르는 정열로 자신의 역사를 선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새해맞는 아침, 우리 생애에 단 한번 만나는 회년回年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첫째, 회년回年은 편견 없는 화목의 내성內省을 지녔다.
  화목은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인의 덕목으로 사랑·용서·겸손의 하모니이다.

  사랑은 얼어붙은 가슴을 녹이고 갈등을 씻어 내면서 또 다른 사랑을 만든다. 사랑은 귀천이 없고 아름다움이 지고 난 뒤의 미움도, 쓸쓸함도 사랑으로 감쌀 때 화목꽃을 피운다.

  용서는 불화를 막는 최선의 무기이고, 용서없는 화목은 아집이다. 용서는 분노를 화해로, 슬픔을 기쁨으로, 악을 선으로 변화시키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화목의 명의名醫라 할 수 있다.

  겸손은 화목의 숨결이다. 나를 낮추면 서로 편하고 겸손은 화를 여과시키고 약해 보이면서 강하고 지고도 이긴다. 겸손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남이 덕을 쌓아 주고 화목의 밑거름이 된다.

  둘째, 회년回年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의미를 지닌다.
  길이 사방으로 터져 진로에 막힘이 없이 행운이 운행한다. 하지만 행운은 악과 게으름을 싫어하고 땀흘리는 사람에게 안기는 양심을 지녔다. 통로가 많다고 계획 없이 요행을 바라고 무모한 길을 걷는다면 시간과 정력만 빼앗기고 추한 꼴을 만난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생활인의 지혜다.

  셋째, 개인적으로 이 회년回年을 최상의 해로 만들고 싶다.
  나에게 운이 있다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작심으로 희망을 기대했지만 얼마 뛰지 않아 구태舊態의 벽에 부닥쳐 결심의 아킬레스건이 늘어지고 마음의 흠집은 변명으로 덮어왔다.

  이 뜻 깊은 회년回年에 심신을 동여 메고 인생의 반환점을 훨씬 돌아선 서녘노을에 소망을 심어 찬란한 햇살을 뿌려야 한다.

  주여!
  세상 구석구석까지 전쟁이 없는 평화를 주시고, 춥고 병들고 배고픈 사람에게 희망의 은사恩賜를 내려 주옵소서. 국가에는 번영과 화합으로 화해와 질서가 머물게 하시고, 가정과 일터에는 넉넉함과 사랑이 넘치게 하소서.

  올해는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을 새로 뽑는 해입니다.
  덕망과 능력을 갖춘 거목의 그늘에서 민초들이 땀을 식히고 편히 생활하게 할 수 있는 대통령을 주시고, 누렇게 병들어 가는 텃밭을 파랗게 가꿀 수 있는 신선한 단체장을 임명하여 주옵소서.

  권리보다 의무를 중히 여기고, 나보다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내가 되게 하시고, 사랑 받는 것보다 주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허락하소서.

  미움은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 용서와 감사를 혈류케 하시고 남의 자랑은 끝까지 들어주되 내 자랑은 감추는 겸허함을 주옵소서.

  남이 나서면 교만, 내가 나서면 개성, 남이 한 우물을 파면 우물안 개구리, 내가 파면 전문가. 남이 가난하면 게으른 탓, 내가 가난하면 사회구조 탓이라는 아전인수의 물꼬를 내 탓으로 돌리게 하소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름을 멎게 하시고 변명으로 나의 잘못을 흐리지 않게 하시고, 후회보다는 반성으로 어제보다 오늘을 더 성숙케 하소서.

  나와 내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남과 남의 가족도 소중히 여기게 하시고,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참 안됐다'는 마음의 동정보다 담요 한 장, 따뜻한 국 한 그릇이라도 베푸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얼굴화장에 앞서 마음화장으로 내면을 더 아름답게 다듬어 주시고 자신을 실체보다 크게 포장하려는 허세를 버리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건실한 삶을 허락하소서.

  매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시고 살아 숨쉬는 것만도, 빈손일 때도 감사케 하시고 남이 잘되는 것을 마음으로 축하하게 하소서.

  남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찾아서 흉보기보다 칭찬하기를 좋아하게 하시고, 맘을 아프게 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을 잊지 않게 하소서.

  하루를 미소로 시작하여 미소로 막을 내리게 하시고, 내 집을 호화로운 저택과 비교치 말게 하시고, 돈 통장은 다소 부족하여도 인격 통장은 넉넉하게 하소서.

  칭찬의 말을 두려워하고 씀바귀처럼 쓴 충고를 즐겨 듣게 하시고, 탐욕은 버리되 의욕은 왕성케 하여 남을 깎아 내려서, 내가 높아지려는 비열함을 접고 노력으로 당당히 앞서게 하소서.

  '세월이 화살 같다'느니, '10년만 젊었으면'하는 구름 잡는 허상은 떨쳐주시고 어느 날 생애의 가장자리에서 넉넉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세월을 인동초로 엮어, 마지막에 화려한 꽃 한 송이 피어 물게 하소서.

  가끔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동행하며 사색에 잠기고, 눈 내리는 고샅길을 동심으로 명상케 하시고,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향으로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 낭만이 머물게 하소서.

  어제보다는 내일을, 내일보다는 오늘에 더 정열을 쏟게 하시고 오늘 중에서도, 지금 이 시간을 어느 시간보다 귀히 여기고, 지금 하는 일을 어느 일보다, 지금 머무는 곳을 어떤 곳보다, 지금 만나는 사람을 어떤 사람보다 소중하게 여겨 순간 순간을 최선으로 다스리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희망이 생각하는 꽃으로만 머물게 마시고, 실천하는 열매를 맺게 하사 일년내내 키워온 회년回年의 소망을 역사 하여 주옵소서.

  정말 새해에는 이 분의 기도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존 그레이의 '여자는 차마 말못하고 남자는 전혀 모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고통의 무게는 줄어든다.
    '당신을 용서해요'라는 짧은 말을 통해 인생은 물론 모든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호텔방에서 유진과의 추억을 기억해 주지 못해 계속해서 '미안해요'하는 민형에게 유진이 이렇게 말했을 거 같아서 적어보았습니다.

    "당신을 용서해요."

  스타지우에 오시는 분들도... 내게 아픔을 준 이들을 용서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하루 잘 보내세요.


댓글 '2'

세실

2002.03.03 10:50:51

회년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알게되었네요. 저도 토미님과 함께 2002년의 소망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

운영2 현주

2002.03.04 00:46:20

그러고보니 전 2002년의 새해 소망도 생각안해봤었네요......전 그저 올해뿐 아니라....영원히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의 건강을 빌어야겠어요..^^ 저는 용서를 빨리 하는 편인데.....기억력이 나빠서요 싸운거..화난거를 잘 잊어버리죠..때론 그게 너무 좋다는 생각도 들구..때론 바보같기두 하구..그러네요.... 토미님도 하루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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