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릴수록 커지는 것...

조회 수 3062 2002.03.06 22:30:44
토미
       달리의 조각 타오르는 여인은 아홉 개의 서랍을 가지고 있지.
       닫힌 서랍은 비밀의 창고 안으로 잠긴 마음의 문은 불길 속에서도 열리지 않지.
       그녀에게는 많은 서랍이 있지(서랍이 없는 여자도 있나 뭐)
       우울할 때면 서랍에 숨어서 꿈꾸기도 하는 그녀,
       서랍에는 하늘이 있고 바다도 있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지.

       서랍이 많은 여자
       그 속에 작은 불씨 하나 감추고 있지.

  박지영님의 '서랍 속의 여자'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모든 여자에게는 여러 개의 서랍이 있다고 합니다. 감춰진 꿈과 사랑과 비밀이 그 서랍舌盒 속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남편의 이름으로, 애인이라는 이유로, 그 서랍을 열지 말라고 합니다. 여자의 서랍을 여는 것은 화禍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발전은 물론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낮에 사무실 유리창을 통해 잠시동안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제 글 때문에 벌어졌던 논쟁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최예선님의 '명상, 나를 찾아서'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숲 속은 쌓인 낙엽과 이름 모를 열매들의 향기로 그윽했다.
     버섯 캐는 남자 둘이서 숲을 걷다가 한 사람이 무심코 땅위에 떨어진 과일을 밟았다.
     그런데 그 과일이 갑자기 두 배로 커지는 것이었다.
     다른 사나이가 그 모양이 의심스러워 힘을 주어 밟았다.
     그랬더니 다시 두 배로 커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상히 여겨 들고 있던 작대기로 서로 돌아가며 그 과일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그 과일이 숲의 길을 막아 버리는 것이었다.
     이때 수염을 하얗게 기른 도사가 나타났다.
     "자꾸 건드리지 말아라. 그것은 말싸움이라는 이름의 과일이다.
      맞서지 않으면 처음 그대로이나, 상대하여 맞서면 계속 커지는 이상한 과일이지."

  '건드릴수록 커지는 것'이 '말싸움'이라는 표현... 맞는 거 같습니다.

  날이 춥네요. 부모님이 내일 설악산에 가신다는 데...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이상하게 지금 힘이 없네요.
  스키장에서 민형이 상혁이가 힘들다는 용국의 전화에 의기소침意氣銷沈해 있던 유진에게 권했던 것처럼... 저도 코코아 한 잔 마셔야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그리고 귀가歸家길에 좌석버스에서 생각난 이해인님의 글 적어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내가 가장 부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밝은 표정 밝은 말씨로 옆 사람까지도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 때 한결같이
       밝은 음성으로 정성스럽고 친절한 말씨를
       쓰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가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이쪽에서 훤히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밝고 고운
       말씨를 듣게 되면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묻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말은 마치 노래와 같은 울림으로 하루의
       삶에 즐거움과 활기를 더해 주고 맑고 향기로운
       여운으로 오래 기억됩니다.

       상대가 비록 마음에 안 드는 말로 자신을 성가시게
       할 때 조차도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적당히 맞장구
       치며 성실한 인내를 다하는 그를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자기 자신의 기분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는 말씨.
       이기심과는 거리가 먼 인정 가득한 말씨는
       우리에게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자기가 속상하고 우울하고 화가 났다는 것을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자주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말씨로
       주위의 사람들까지도 우울하고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지 모릅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충고한다고 하면서 얼마나
       냉랭하고 모진 말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곤
       하는지 이러한 잘못을 거듭해온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새삼 부끄러워집니다.

       금방 후회할 줄 알면서도 생각 없이 말을 함부로
       내뱉은 날은 내내 불안하고 잠자리도 편치 않음을
       나는 여러 차례 경험하였습니다.

       겉으론 긍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은 가시가
       숨어 있거나 교묘한 위선의 그늘이 느껴지는 이중적이고
       복잡한 말이 아닌 단순하고 투명한 말씨.
       뒤가 없는 깨끗한 말씨를 듣고 싶습니다.


댓글 '3'

동이

2002.03.06 22:42:03

이해인님의 글이 저를 반성케 합니다.

하얀사랑

2002.03.06 23:19:20

토미님."자꾸 건드리지 말아라. 그것은 말싸움이라는 이름의 과일이다." 토미님이 올려주신 글중 이 말 외우려구요...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동이님처럼, 저도 이해인님의 글을 읽고나니 반성할게 참으로 많은 것 같아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토미

2002.03.07 00:04:19

토미님도 조금 지치신것같아요, 코코아 한잔하시고 푹 쉬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50 저 오늘 촬영장에 다녀왔습니다. [10] 운영2 현주 2002-03-07 3021
4549 ▒▒준이이야기-20020306▒▒ [2] 송준 2002-03-06 3013
» 건드릴수록 커지는 것... [3] 토미 2002-03-06 3062
4547 뉴논스톱에서 최지우놀리다 [7] 나그네 2002-03-06 3020
4546 [Wizard*] [펀글] 겨울연가 결말에 관한 논리적인 반박글.. [1] 앨피네 2002-03-06 3312
4545 넘길어서 한단락만....제생각을 [3] 귀공녀 2002-03-06 3010
4544 일케 자주 들어와도 되나요...? [6] 귀공녀 2002-03-06 3023
4543 사진.. [2] 김진희 2002-03-06 3113
4542 지우님 단독 갤러리 (kbs 공식홈) [6] 운영3 미혜 2002-03-06 3012
4541 유진과 준상의 행복했던 모습들(슬라이드) [4] 순수지우 2002-03-06 3016
4540 또 왔어욤~(겨울연가사진..) [7] 차차 2002-03-06 3028
4539 이런거 물어봐두 되여....? [9] 귀공녀 2002-03-06 3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