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써 본 글...

조회 수 3224 2002.03.19 22:58:32
토미
  점심을 먹고 가볍게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길에 '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어떤 것이든 설명을 해주어야만 의미를 알 수 있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그 느낌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럴 것입니다. 슬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슴 절절한 사연이 담긴 것도 아닙니다. 감히 사랑이라고 말하기조차 낯설게 느껴지지만... 마음 가득 흐뭇함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어제오늘 사무실 제 옆자리에 앉는 여자 후배의 얼굴이 안 좋습니다.
  후배 주변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웃던 후배의 얼굴에 먹구름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정苦情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 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영복의 글을 읽으면 매번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제가 슬픔을 느낄 때면 슬픔을 다독이는 이웃을 보여주고, 기쁨을 느낄 때면 기쁨을 나누는 마음을 열어줍니다. 슬픔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물질의 지원에서부터 눈물을 닦아주며 고민이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까지.... 어려움을 토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설사 그 사람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도 큰 힘이 됩니다. 용기를 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항상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런 표정을 짓는 배우俳優들을 보면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김용운·김용국의 '아이디어 깨우기- 성공하는 사람들의 수학적 사고법'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처음부터 풀 수 없다는 핑계로 꽁무니를 빼려는 사람과 기어이 '답'을 찾겠다고 우직스럽게 문제에 도전하는 사람의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실제로 이러한 의지가 있고 없고에 따라 진짜 두뇌의 차이가 결정되는 것이다. 한 문제를 붙잡고 정신집중을 해보아라. 그러다 보면 우연히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문제해결의 힌트가 떠오를 때가 있다. 평소라면 그냥 보고 넘기는 일들 가운데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실마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꿈속에서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자신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좋다. 이럴 때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반드시 어느 정도의 수확은 거둘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이런 체험을 쌓은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기르는 좋은 바탕을 갖출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되면 표정에 자신감이 나타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피하지 않는 사람, 문제와 정면대결할 줄 아는 진정한 수재는 직장사회에서 더 많이 빛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어떤 일에 집중해서 몰두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반드시 찾게 됩니다. 하다 못해 꿈에라도 산신령이 나타나 도와줍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글의 첫 줄이나 마지막 줄, 또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고심하다 잠자리에 들면 비몽사몽간에 기가 막힌 문장이 꿈속에 등장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얼른 깨어서 메모를 해둬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자야 합니다. 손을 뻗으면 전등 스위치가 닿을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해야 합니다.

  사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종종 체험하게 됩니다. 어떤 한 사람을 몽매에 그리워하다 보면 꿈에 나타나는 체험 말입니다. 뭐든지 자기에게 주어진 문제에 전력투구하면 문제해결의 길을 찾게 되고, 그런 체험을 반복하다 보면 은연중에 자신감이 갖춰져 표정에도 나타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저도 꿈속에서 몽매에 그리워하는 그 사람을 한 번 보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이 웃을 때면 보이는 않던 눈도 보고 싶어집니다.
  자꾸만 감추려고만 했던 그 사람의 엄지손가락도 보고 싶어집니다.

  신문에 난 戀歌의 마지막 회의 '미리 보기'에서 '민형의 실명失明'이라는 글을 보고 생각난 구절이 있습니다.
  김승옥의 '블랙커피는 설탕을 넣지 않는다'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서울에서 우리의 이웃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그제야 처음 알았어요. 어쩌면 어리석고, 그렇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눈을 팔겠다고 나설 만큼 뜨겁고...
  남들이 눈 한 개를 팔겠다고 할 때 전 눈 두 개를 다 팔겠다고 해야 한다는 걸 그때 각오했어요. 우리들이 살아야 할 인생은 그런 각오 없이는 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혼의 조건은 다양합니다. 예뻐야 한다든가, 학벌이 좋아야 한다든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고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거리 경주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상상 이상의 엄청난 각오... -두 눈도 팔겠다는 각오- ... 가 필요한 것이 결혼생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상상 이상의 엄청난 각오를 하고 결혼한 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 시간에 님들은 戀歌 마지막 회를 보고 계시겠군요.
  전... 마지막 회의 '유진'과 '상혁'과 '민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볼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다운받아 놓았다가... 나중에 볼 생각입니다.
  '유진'이 보고 싶을 때 한 번...
  '상혁'이 보고 싶을 때 한 번...
  '민형'이 보고 싶을 때 한 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전 '아름다운 날들'에서 나온 'Zero'의 'Goodbye'를 들으면서... KBS에 '다시 보기'가 뜨기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프리보드'안에 있는 님들의 글을 읽어보다가 어느 분의 글에 있는 것을 다운받아서 들어보았는데, '아날'의 연수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MV 하나로도 사람에게 감정의 변화를 줄 정도라면... 본방本放을 본 분들이라면... 정말 자지러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케이블에서 재방송을 해 준다는 말은 들은 거 같은데...

  브라우닝의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을 적으며 글을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제가 앉아있기가 불편하거든요.
  이제 환자가 다 된 느낌입니다.
  그럼... 쉬세요.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부디 미소 때문에,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지난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못 잊기 때문에
     사랑한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이러한 것들은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변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의 사랑 어린 연민으로도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당신으로 하여금 위안을 받았던 사람은
     슬픔이 지나가 버리고 나면
     당신의 사랑마저 잊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 주세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의 사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댓글 '1'

운영2 현주

2002.03.20 03:15:13

어머.토미님은 아직 아날을 못보셨나요? 어머..... 언젠가 꼭 보세요..... 저희는 아직도 아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예요.흑흑.. 정말 정말.....재밌게 본 드라마예요..전........^^ 토미님의 글은 그대로 출판만하면 될거같아요.. 근사한 에세이 한권 탄생~ (나중에 작가 싸인해서 저한테도 선물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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