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가 지금의 '프리보드'를 보면서...

조회 수 3062 2002.03.22 23:36:31
토미
  도법스님의 <내가 본 부처>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밥 먹는 일에 집중하고
     청소할 때에는 온전히 청소하는 행위만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달리 말하면, 집중력 또는 통일성이라고 합니다.
     이 집중하는 태도와 노력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정화되기도 하고
     안정되기도 하며
     또 문제의 본질을 통찰하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정신집중을 해서 한 청소와 건성으로 한 청소는 분명 한 눈에 표시가 납니다. 일, 공부, 교제, 사업.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정신집중은 생각과 마음과 힘을 자기 안으로 모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맨 먼저 눈빛이 달라집니다. 흐리멍텅한 동태눈이 아니라, 샛별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도 호수처럼 깊고 그윽한 아름다운 눈이 됩니다.

  기분 좋게 컴퓨터 앞에 앉아 느긋하게 '프리보드'안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전 '지우'라는 소우주와 '유진'이라는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에 잡혀서 주위에 어떠한 글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니 제가 너무 한 곳에 집중하기 때문일까요...

  공선옥이 쓴 <시절들>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1960년대 초중반, 돈이 없어 늘 배가 고팠고 신발엔 늘 비가 샜다. 나는 20대 초반을 그토록 남루하게 보내 버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토록 남루했던 내 20대 초반의 상처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것들임을 나는 지금에서 깨닫는다. '시절들'을 통해서 깨닫는다. 외면하고 싶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를 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물론 '프리보드'안에 있는 글을 보면서... 공선옥님의 자전적 소설인 <시절들>中에 나오는 구절처럼...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시절들이 있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은 시절과 지우는 싶은 시절들이... 그렇게 어려웠던 시절들이 그 작가를 만든 것처럼... 지금의 논쟁이 '프리보드'를 더 깊게 뿌리박히게 할 줄 알지만... 그래도 보는 지금은 답답합니다.
다만 이런 구절이 생각납니다.

  매일 날씨가 좋으면 사막이 되고 맙니다. 비바람은 거세고, 귀찮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 새싹이 돋습니다.
  내 앞에 비바람이 불 때 나의 소임이 무엇인가를 되뇌이면서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옵니다.

  '프리보드'안에 있는 글 때문에 힘들어하고 마음 아픈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중국의 소설가인 임어당林語堂의 <만만디, 만만디>에 나오는 글입니다.

  중국인들은 참을성을 매우 훌륭한 도덕으로 배워왔다. 중국 속담에 '작은 고생을 참지 못하는 자는 큰일을 이룰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찌됐든 참으라는 말이다. 이 참을성을 배우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대가족 제도 속에서 살고 있는 가정이다. 한 가족 안에는 의붓딸과 이복 형제들이 매일매일 서로 참아가면서 생활했는데 이 마찰을 피하는 생활 속에서 어느덧 참을성이란 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방문을 잠그는 행위 자체가 무례한 짓으로 취급받는 대가족에서는 개개인의 사생활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면서부터 대인관계에서는 언제나 참고 협력해야 된다는 것을 배운다. 매일매일 이러한 세뇌를 받게 되니 중국인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만디, 만만디'는 중국어로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전 '스타지우'를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 되도록 참았으면 합니다.
  위의 글처럼 말입니다.
  '천천히, 천천히'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감정이 격앙되어 있을 때는 '신중함'과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하면 아무리 초가집에 살고 있어도 편안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을 먹어도 오히려 향기가 난다.'는 <명심보감明心寶鑑>의 글이 있습니다.
  이 말은 중국 고전古典인 <익지서益智書>에서 따온 말로서, "차라리 아무 연고가 없이 가난하게 지내는 것이 연고가 있으면서 집이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 몸에 병이 없이 조밥을 먹고사는 것이 병이 있어서 좋은 약을 먹고사는 것보다 낫다"는 대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모든 것이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전 여기에 오시는 모든 이들이 '나물국을 먹어도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윤구병의 <잡초는 없다>中에 나오는 말입니다.

  참된 나눔은 주고받는 가운데 반드시 마음이 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일 뿐이다.
  섬기지 않는 나눔은 자선이나 자기 과시인데, 이것은 나누어 받는 사람에게 물질이나 마음으로 의지하게 하여 노예 상태를 만들거나 저항감을 불러일으켜 자유로움을 없애버리기 십상이다.

  마음이 실려야 참된 나눔이라는 뜻일 겁니다.

  '스타지우'에 오셔서 글을 쓰시고 그 글에 반박反駁하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글입니다.

  집안 사람이 허물이 있을 때 너무 지나치게 성내어 나무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냥 본 체 만 체 버려 두어도 안 된다.
  바로 말하기가 어렵거든 다른 일을 비유하여 깨우쳐 주되 오늘에 그 허물을 못 깨닫거든 다음날을 기다려 다시 깨우치게 하라.
  봄바람이 얼음을 녹이듯이 화기(따뜻한 마음)로써 하는 것이 집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 여기에 오시는 분들이 서로를 집안 식구를 대하듯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마음 상하는 말은 서로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위의 글처럼 말입니다.

  '김진애'가 쓴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中에 나오는 한 구절을 적으면서 이만 줄일까 합니다.
  뽕잎을 누에가 먹으면 비단이 되어 나오지만, 독사가 뽕잎을 먹게 되면 독이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같은 내용의 언어도 어떤 사람의 입을 거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빛깔을 띠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내는 것은 아닌가, 화를 돋우는 것은 아닌가, 늘 자문자답해 볼 일입니다. 혀끝에 부싯돌이 달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큰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혀가 꼬이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꼬여서는 안 됩니다.
  그럼... 편한 밤 되세요.

          똑같은 뜻의 이야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전하는 것,
          진정한 마음으로 전하는 것, 담담한 마음으로 전하는 것,
          이것은 참으로 세련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꼬이지 않은 마음, 같은 사람으로 보는 마음, 열린 마음,
          이런 마음들이 세련됨을 이룬다.


댓글 '3'

세실

2002.03.23 00:54:45

저도 세련되고픈데 잘 안되네요. 토미님 항상 좋은 글 고마워요.

지나가다가

2002.03.23 01:19:34

늘 좋은 글을 접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쩜 이리 박학다식?한지 이렇게 많은 시의적절한 표현들을 자유자재로 끄집어 낼 수 있는 님이 부럽습니다. 무엇을 꿈꾸는 분이신지 궁금합니다 ^^

투명껌

2002.03.23 01:40:51

저도 궁금해요.... 토미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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