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어라...

조회 수 3040 2002.03.25 23:12:59
토미
  토케이어가 쓴 <몸을 굽히면 진리를 줍는다>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말이 많아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어라.
     신이 어째서 입은 하나, 귀는 둘을 만들었겠는가.
     행복하게 살려거든 코로 신선한 공기를 가득히 마시고 입은 다물고 있어라.

  말을 잘하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말을 잘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기도 하거니와 훈련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고로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값을 치는 것이 곧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입니다. 이것은 타고난 재능도 필요 없고, 훈련도 필요 없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훈련과 극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통제의 훈련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입은 터진 자크처럼 헤벌쭉 열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를 마구 쏟아내게 마련입니다. 귀를 열어 놓은 것은 자기 통제나 훈련 없이 저절로 되는 일이지만, 입을 닫아 놓는 것은 고도의 훈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며 '프리보드'안에 들어왔는데... 또 신경이 쓰입니다.
  신경을 안 쓰고 그냥 보고만 싶은 데도... 또 사람의 마음이라 그렇게 안 됩니다.
  아직 훈련이 덜된 탓인가 봅니다.

  <소학小學>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라.
     말이 많은 것은 모든 사람이 꺼리는 것이다.
     진실로 중요한 말을 삼가지 않으면
     재화와 재액이 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옳고 그르고 헐뜯고 기리는 동안에
     마침내 몸을 욕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말을 아끼라는 말은 순간순간瞬間瞬間 가슴에 새길 만한 충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하기보다 아끼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에는 말입니다.

  라로시푸코의 <잠언과 성찰>을 읽다 보면 '대화의 기본'에 관한 글이 나옵니다.
  '프리보드'에 오시는 모든 이들이 알았으면 해서 적어봅니다.

  서로 대화를 하는 경우에, 이해성이 많고 유쾌해 보이는 사람이 아주 드문 이유의 하나는, 사람이 십중팔구까지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정확한 대답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가 말하고자 마음먹고 있는 것에 생각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특출하게 수단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또 특출하게 상냥한 사람일지라도 다만 주의 깊은 듯한 표정을 보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러한 사람의 눈 속 마음속에는 그저 멍하니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자기가 말하고자 생각하고 있는 것에 한 순간이라도 빨리 이야기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조바심이 엿보이는 것이다.
  대저 그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하고자 조바심하는 일이 남을 기쁘게 하거나 남을 설득하거나 하는 데에는 하나의 졸렬한 방법이요, 잘 듣고 대답하는 것이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의 훌륭한 태도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이것이 대화의 기본이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지키기 어려운 일 中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서 남을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성의 있게 들어주는 것이 남을 더 유쾌하게 해준다는 말도 많이 들어온 말일 것입니다. 언제나 실천이 문제가 될 뿐이지만...

  헤르만 헤세의 <우리가 산다는 것은>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프리보드'에 오는 즐거운 시간은 즐겁게 보냈으면 해서 한 번 적어봅니다.

     인생은 짧다.
     그런데 그 짧은 인생을
     숱한 고생, 숱한 술책, 숱한 낭비 때문에
     망쳐 버리고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얼마간의 즐거운 시간,
     얼마간의 따뜻한 여름날,
     얼마간의 따뜻한 여름밤이나마
     마음껏 마시고, 마음껏 맛보고 싶다.

  이따금 제가 너무 쫓기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봄꽃이 피는지, 가을 바람이 부는지, 계절이 바뀌는지 어떤지도 모르게 훌쩍 세월을 건너뛴 자기 모습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니,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 먹어 버렸지? 이러다가 내 청춘도 끝나는 거 아냐? 그래서 저도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것을 마냥 즐기는 겁니다. 괴로운 일이 생기면 그것마저도 즐기는 겁니다. 그리고 틈틈이 행복한 시간을 창조해내는 겁니다. 갓 끓여낸 커피의 첫 모금에서 더 없는 행복감을 맛보고, 봄바람, 여름비, 가을단풍, 첫눈에서도 저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하물며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과 함께 하는 '프리보드'에 있는 시간이라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과 행복이 있겠습니까... 짧은 시간, 짧은 인생을 길게, 영원으로 즐기며 살았으면 합니다.

  김남조님의 '고백'이라는 시詩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읽어보았는데... 지금 무척 맘에 와 닿네요.

     열. 셀 때까지 고백하라고
     아홉. 나 한번도 고백해 본 적 없어
     여덟. 왜 이렇게 빨리 세?
     일곱. ......
     여섯. 왜 때려?
     다섯. 알았어. 있잖아
     넷. 네가 먼저 해 봐
     셋. 넌 고백 많이 해 봤잖아
     둘. 알았어
     하나 반. 화내지마... 있잖아
     하나. 사랑해

  연가戀歌가 종영終映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직도 계속 진행중인 거 같은데... 말입니다.
  날이 춥습니다... 나만 그런가...
  좋은 밤 되세요. 그리고 좋은 꿈 꾸시구요.


댓글 '3'

sunny지우

2002.03.25 23:23:23

토미님 고마워요. 하나님께서는 그러기 때문에 귀는 2개, 입을 1개를 주셨다고 했지요. 남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생각 해준다면 얼마나 평화로운 삶이 되겠어요. 글 감사해요.

하얀사랑

2002.03.25 23:25:45

역쉬 우리 가족들이네요..*^^* 토미님의 글도 좋구, 써니지우님의 댓글도 좋구,,, 편한 밤 되세요...

세실

2002.03.25 23:39:14

토미님도 좋은 꿈 꾸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71 가장 기억에 남는 연가의 유진 (=지우님) [1] 혜리니 2002-03-26 3022
5570 ★기도하렵니다.. [3] 지우사랑♡ 2002-03-25 3035
5569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1] 지나가다가 2002-03-25 3038
5568 황당하군요. [5] 황당 2002-03-25 3022
5567 연제 소설 2... [2] 찬희 2002-03-25 3029
5566 스타지우에 오시는분들께... [4] 포포리 2002-03-25 3027
5565 냅둬유~~!! [10] 지우사랑♡ 2002-03-25 3094
5564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2] 세실 2002-03-25 3199
5563 지우님이 상처받지 않기를... [1] 좋은생각 2002-03-25 3388
5562 미혜님..아니에여.. [1] ★삐꾸★ 2002-03-25 3049
5561 삐꾸님 보세여 미혜 2002-03-25 3032
» 말하는 것의 두 배를 들어라... [3] 토미 2002-03-25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