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조회 수 3010 2002.04.03 07:00:02
토미
  윌리엄 펜의 <고독의 과실>중에 보면 '참된 아내'에 관한 구절이 나옵니다.

     아내인 동시에 친구일 수도 있는 여자가 참된 아내이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여자는 아내로도 마땅하지가 않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생각하면서... 남자에게 아내의 존재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랑의 대상이 아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생활이 언제나 무지개빛 사랑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생활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인 동시에 친구일 수 있는 여자가 참된 아내'라는 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어제는 조은 시인이 쓴 수필 <벼랑에서 살다>를 읽었습니다.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가난에도 미학美學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반드시, 고통이 동반된다. 그것이 우리 삶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평화로운 물처럼 흘러가지 않고 격랑을 몰고 오는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소한 인간의 고통이 진정한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이 세상은 진화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사랑 사이에는 만만찮은 물살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거친 흙탕물 속에서 타오르고 싶어하는 수많은 생명의 이미지를 간과하지 않는다. - '사랑의 말 이곳 저곳에 대하여'中에서

  그녀가 예의 그 걸걸한 목소리로 미스 조를 부르면, 그곳이 어디든 사람들은 그녀가 아닌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럼 당신은 결혼하지 않은 아줌마란 말이오, 이거나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인가요, 하는 눈들. 이젠 익숙해졌지만 결코 이유 없이 남들에게 받고 싶지 않은 눈총이다. 가만 두면 나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나는 이 동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갔을 것이다. - '어색한 호칭'中에서

  왜일까. 사람들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쏟아낸다. 언젠가 옆집 사람을 찾아왔다가 문이 잠겨 있어 우리 집에 들어와 기다리던 어떤 사람은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줄줄이 내게 이야기했다. 애프터서비스를 하러 왔던 내 또래의 남자는 삼대에 걸친 자신의 가정사를 이야기했으며, 한때 같은 집에서 살았던 미혼모는 만취한 채 찾아와 자신의 파란만장한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들은 모두 내게 구질구질한 자기의 과거를 털어놓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 '쉽게 자신을 여는 사람들'中에서

  책의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소제목에 맞추어서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전체 내용은 위에 적은 것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벼랑에서 살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는 한 편의 장시 같기도 하고, 잉크를 펜으로 찍어 꼼꼼하게 새긴 한 편의 좋은 연작 소설 같기도 합니다. 또 이 에세이는 또 삶의 구석구석을 착실하게 잡아 보여주는 한 편의 잔잔한 영화 같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님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 봅니다.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중에 보면 재미있는 글이 나옵니다.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발견할 뿐이다"라고 말하던 피카소는, 어떤 대상을 한 위치에서 고정된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 방향에서만 부분적으로 진실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화가는 스스로 보이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이면의 아름다움까지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피카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피카소의 그림들은 풍경화나 장식적인 그림들에 비해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의 그림이 매력적인 이유는, 매우 지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해체하고 분석하면서도 한편 놓치지 않는 대상의 서정성과 부드러움.
  이 또한 피카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만약 제 자신을 피카소의 눈으로 본다면...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이 하루만큼은 제 자신과 주위의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분석해봐야겠습니다.
  피카소의 눈으로 말입니다...

  이제 나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조금 바쁠 거 같아서 일찍부터 움직여야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그대를 떠올릴 때면
     항상 그늘 짙은 나무가 생각난다
     나의 치부까지 덮어주며
     내가 지쳐 힘겨워할 때면
     어김없이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로
     그대는 내 앞에 서 있다
     하지만 그 나무의 자양분이 되어야 할 나는
     나의 의지와는 반대로
     가끔 그대 가지에 생채기를 내곤 한다
     그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나에게 드리우는 그늘은
     옅어지는 법이 없다
     빛이 어느 방향에서 내리쬐든
     바람의 세기가 자신을 뒤흔들든
     언제나 나의 자리에서 떠나지 않는
     그늘 짙은 그대 나무를
     나는 사랑이라 부른다


댓글 '1'

순수지우

2002.04.03 09:22:51

오늘 아침도 토미님의 가슴 따뜻해 지는 좋은글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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