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처럼 많아서
     때로는 성을 이루고

     모래처럼 부드러워
     손에서 빠져나간다

     깡그리 태워야 한다
     잿더미가 되도록.

  유자효의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39권- 데이트>중에 나오는 詩입니다.
  지나간 시간, 이미 내 것이 아닙니다. 과거일 뿐입니다.
  내일의 시간, 어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래(未來)입니다.
  과거나 미래에 너무 매달리지 마십시오. 깡그리 태울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시간뿐입니다. 현재의 삶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쩌면 저처럼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가지 못해서, 아쉬워할지도 모르는 분들 때문에 생각이 난 詩입니다. 시간이 가면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피천득님의 '인연'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어쩌면 그 분과 <스타지우>에 오는 님들의 관계가 이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해인 수녀의 <당신만큼>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당신만큼 나를 구속하는 이도 없고
     당신만큼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이도 없습니다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이면서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는 만능가萬能家입니다
     당신만큼 나를 어리석게 만든 이도 없고
     당신만큼 나를 슬기롭게 하는 이도 없습니다

  저와 님들에게 있어서 당신... 즉 그 분(지난 겨울 저를...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분)은 이런 분일 것입니다.
  지난 겨울 그 분만큼 저와 우리를 기쁘게 해준 이 없었고...
  지난 겨울 그 분만큼 저와 우리를 슬프게 해준 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와 님들이 그 분에게서 늘 좋은 것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그 분은 저와 <스타지우>에 오시는 여러분들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한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마디의 격려가 아닐까.
     어릴 적 부모님의 따스한 한마디,
     선생님의 신뢰 어린 격려 한마디로
     인생의 좌표를 굳게 설정한 위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작은 물결이 모여 큰 물결이 되고,
     그 힘은 일찍이 꿈꾸지도 못했던
     거대한 제방을 허물어뜨린다.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부모와 선생님의 격려 한마디. 우리 인생 진로에 미치는 영향력, 참으로 지대합니다. 오늘의 저와 그 분과 우리를 있게 한 근원도 그때의 격려 한마디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너무 각박하게 사느라 그 고마움을 잊고 있을 따름이겠지만... 말입니다.
  그 분도 그 분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부모와 선생님처럼... 변화를 주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예전에 戀歌 14부에 인용하였던 류시화님의 시가 생각이 납니다.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아마 제 기억으로는 준상이 유진과 공항에서 만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자신의 기억記憶 이전以前의 이름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유진을 보며 민형이 이렇게 말할 때 쓰인 표현 같습니다.
     "유진씨...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나... 기억하진 못해도 .. 다 들어줄게요..."

  지난 겨울 '유진'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그 분에게 류시화님의 詩처럼 말할 수 있는 분이 생겼으면 합니다.

  어제 아버지와 같이 서점에서 산 몇 권의 책 중에서 이철환의 <연탄길>에 나오는 이야기를 적으며 글을 줄일까 합니다.
  지금 조카와 약속한 아이스크림 사주러 가야하거든요.
  애들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애들의 머릿속에 '우리 삼촌은 거짓말쟁이야!'라는 기억이 남거든요.
  그럼... 이제 좀 있으면 올라올 후기 기다려 보세요.
  저도 무척 기다려집니다.

     힘든 세상

     이른 새벽,
     한 젊은이가
     전봇대에 구인광고를 붙이며 바쁘게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길을 지나던 한 사내가
     진지한 얼굴로 구인광고 앞에 발을 멈췄다.

     며칠 후,
     구청에 임시 고용된 노인들이
     물 젖은 솔로 광고지를 벗겨냈다.
     그리고 깨끗해진 전봇대를
     확인하러 구청직원이 다녀갔다.

     종이 한 장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종이 한 장에
     여러 사람들의 엄숙한 삶이 힘겹게 매달린다.

     한 장의 종이가 예사롭지 않은 세상
     지금, 우리는 얼마나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댓글 '2'

토토로

2002.06.10 01:11:35

처음으로 토미님 댓글을 답니다.님의 마음이 님의 글에 너무나도 잘나타나 있음을 느낍니다.님의 좋은글에 항상 감동하는 토토로입니다.

앨리럽지우

2002.06.10 09:54:10

토미님~ 글 감사해요~ 어제 못 뵈었지만.. 담에 기회 되면.. 꼭 지우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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