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조회 수 3206 2002.06.20 21:44:40
토미
     하기야 외국 여행에는 필수적으로 그 나라의
     이름난 묘지를 보게끔 되는 수가 많다.
     중국을 여행하며 서안에서 진시황의 묘를,
     북경에서 모택동의 묘를 누가 안 보며,
     인도를 여행하며 아그라에서 왕비의 묘인 타지마할을,
     뉴델리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묘를 누가 안 보며,
     대만을 여행하며 대북에서 장개석의 묘를 누가 안 보며,
     러시아를 여행하며 모스크바에서 레닌의 묘를
     누가 안 보겠는가.

  윤후명의 <별들의 냄새>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무덤을 찾는 것은 절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무덤의 주인을 추종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과 그들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축약해놓은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하며, 외국 여행은 그 세상 유람의 하나일 뿐입니다.

  어제 날짜(6월 19일) 東亞日報 쉼터에 실린 '법정스님의 짧은 주례사'가 눈에 뜁니다.

     6월초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 교수와 KBS 변우영 아나운서의 결혼식.
     20여년전 했던 법정스님과 왕 교수와의 '약속'이 지켜지는 자리다.
     "오늘 이 주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법정스님은
     이 부부에게 두 가지 '숙제'를 냈다.

     첫 번째는
     "한 달에 산문집을 2권씩 읽고, 시집 1권을 꼭 읽으십시오."
     "다른 이의 삶의 체취가 묻어난 글이 산문이며,
     그 글을 읽는 것은 곧 삶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각자 고른 책을 교환해 읽는 것도 서로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는 일이지요."
     "같이 고른 1권의 시집은 소리내서 낭랑한 목소리로 읽으라"고 당부했다.
     "시는 삶이 메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합니다,
     거친 삶은 의미도 재미도 없습니다."

     두 번째 숙제는
     "쓰레기를 줄이십시오"
     신혼 때라 여기저기서 선물이 들어오거나 물건을 집안에 들여놓을텐데
     들여놓는 만큼 '물건의 노예'가 된다는 이야기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집안에 두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주십시오
     적게 가지되 풍요롭게 사십시오.
     삶의 풍요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래오래 두고 풀어야 할 이 두 가지 '숙제'는 분주한 일상에,
     헛된 욕심에 메말라 버린 우리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과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삶의 무게'를 줄이라는 법정스님이 이 부부에게 준 결혼 선물은
     스님이 가장 아낀다는 다기와 녹차였다.
     '맑고 향기롭게'라는 뜻을 담지 않았을까.
     선물과 함께 전해진 글귀는
     '서로 사랑은 하되 사랑에 얽매이지는 말라.'

  법정스님의 처음이자 마지막 주례사를 적어놓으니... 스님과 친했던 동화작가 정채봉님이 생각이 납니다.

     99보다 힘센 1

     물을 끓이면
     증기라는 에너지가 생긴다.

     0도씨의 물에서도
     99도씨의 물에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차이가 자그만치 99도씨나 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이 100도씨를 넘어서면서부터이다.
     그러나 99도씨에서 100도씨까지의 차이는
     물 1도씨.

     당신은 99까지 올라가고도
     1을 더하지 못해
     포기한 일은 없는가?

  정채봉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그런 기억 없으십니까?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
  그럴 때 이 글이 생각났으면 합니다.
  도착점까지 가는 일이 아무리 험난하고 굽이굽이 굽어져 포기하고 싶을지라도... 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꼭 하고자하는 바를 이루는 님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채봉님의 책 속에는 이 구절外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콩씨네 가정교육-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사랑을 위하여-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만남-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에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풍선-

     불어야 커진다. 그러나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옆 사람보다 조금 더 키우려다가 아예 터져서 아무 것도 없이 된 신세들을 보라.

     -첫 길들기-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낙서는 사랑하는 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남동생과 백화점에 들러 내일 광주로 내려가는 식구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였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내일 저녁에 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일본에서 토요일에 중요한 손님이 오거든요.
  뭐 그쪽은 일본이 8강전에 진출을 하지 못하니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열기가 많이 식은 거 같습니다.
  전 한국이 광주에서 스페인을 이기면... 6월 25일 화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열리는 4강전에나 응원을 하러 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전에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4강전 티켓을 두 장 구입하였는데... 이번에 제가 내기를 해서 이겼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가족들 때문이라도 갈 수 없었는데... 잘 됐죠.
  광주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른다면 동생과 후두염이 걸리도록 응원을 하러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4강에 오른다면 상대방이 독일이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보다는 독일과 시합을 하는 것이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후에 독일이나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등 세계의 빅 리그로 나가는데 유리할 거 같아서요.
  그래야 4년 후에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밤이 깊어갑니다.
  모두에게 평안한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쉬세요.

  p.s. 생각을 해 보니 만약 한국이 4강에 오르고 독일이 그 상대방이 된다면... 세계에서 알아주는 빅 리그의 국가들과는 한 번씩 다 겨루어 본 게 되네요.
  월드컵 전에 열린 영국과 프랑스와의 평가전, 그리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스페인과의 8강전, 그리고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독일과의 4강전...
  벌써부터 흥분이 됩니다...
  기다려지고 말입니다.


댓글 '7'

호재원유

2002.06.20 21:52:49

머리속과 마음이 꽉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좋은 글들, 그리고 따뜻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바른 이정표를 제시해주는것 같아 정말 감사합니다.

웃는사자

2002.06.20 21:57:46

어린사자의 마음을 마음의 글로 성숙한 사자가되도록 만들어주심에 깊은감사드립니다....아버지 무파사께서도 기뻐하실겁니다.... 어린심바가....^^

서녕이

2002.06.20 22:30:46

ㅋㅋㅋ..사자오빠가 심바? 하쿠나마타타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토미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트워크 공사 하느라 땀뺐더니 일하기가 싫어져서 퇴근길에 들렀는데, 따뜻한 글을 읽고 퇴근하네요

변은희

2002.06.21 03:09:18

꼭 이겨 일본에서 결승전을!!! 브라질과도 결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잠깐 저의 개인적인 마음을 적는 것에 용서를 바라면서 적습니다.토미님께서 축구를 잘 아시는 분 같기에 요즈음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겠지만 적고 싶습니다.이탈리아팀을 좋아하기에 며칠 많이 힘들었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 이상하시겠지만,제가 국경없이, 멋지고 열심이며 잘하는,때로는 첫눈에 반하는 사람들을 광적으로 아끼는 성격입니다.그래서 모든 분야에 걸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요즈음은 축구가 중심이기에 월드컵에 빠져서 정신이 없는게 사실입니다.아르헨티나의 멋진 경기를 볼 수 없음이 저는 속상합니다.브라질과 잉글랜드 중 누구를 응원할 지 결정을 못했습니다.잉글랜드를 더 좋아하지만,브라질이 우리나라에서 예선전을

변은희

2002.06.21 03:37:57

치뤄서인지,베컴과 오언을 좋아하지만,올해만큼은 브라질이 더 정이 갑니다.브라질이 축구는 잘하지만,이상하게도 제가 좋아한 적은 십수년동안 한 번도 없었습니다.그런데 이번만은 브라질이 좋아집니다.정이라는 건 참으로 좋은 감정같습니다.마지막으로... 스페인팀에는 스페인리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팀인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선수들이 많다는 게 저를 또 마음 아프게 합니다.히딩크감독님도 레알 마드리드에 계셨었고,그 분의 제자가 바로 라울,이에로,모리엔테스랍니다.거기다가 제가 예뻐하는 21살의 골키퍼까지 있어서 솔직히 괴롭습니다.저에게 진정한 축구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세계의 프로리그들이 이탈리아,스페인,영국입니다.영양가 없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모든 사심을 접고,대한민국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jwsarang

2002.06.21 16:26:45

토미님의 글을 읽을때는 마음의 준비를 한답니다. 사실 제 간사한 마음의 거부반응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읽게되는 것은 왜일까요...

앨리럽지우

2002.06.21 16:41:03

토미님~ 바쁘신 와중에도.. 늘 좋은 글 감사해여^^ 울 선수들 초심으로~ 낼 경기도 잘 해낼 줄 믿어여~ 글구 저두 4강전에 독일과 겨뤄서 세계최강 한국축구의 위상을 떨쳤음 하는 소망이 자꾸 생기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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