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여기가 한국이가???
2002.6.21.금요일
딴지 월드컵 취재반
안녕하십니까?
남미의 브라질 옆에 '수리남'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히딩크가 애인 데리고 제주도 갔다고 신문에서 난리 쳤는데, 그 애인이 여기 출신입니다. 옛날에 네덜란드 식민지였었구..
내 친구가 거기서 새우잡이 하는데, 경기 보고 다음과 같은 관전평을 보냈군요. 여러 나라에 있는 국민들이 각국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이 글도 한 몫 할수 있을까 해서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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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기 시내는 브라질 백성들이 차마다 깃발을 날리며 시내 전역을 빵빵거리고 누비고 다니는 통에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오전11시 30분 쯤에 끝난 한국축구 때문에, 사무실에서 멍청하게 TV 보다가 이 나라 방송국에서 우리 한국 사람을 취재하러 들이닥쳤다.
여기선 한국 사람하면 새우잡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새우배 사무실들이 집중해 있는 곳으로 온 것 같다.
취재팀들이 우리하고 같이 대 이태리전을 보다가 경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터진 동점골과 역전골 때 여기 사는 몇 명 안 되는 우리 한국 사람들을 찍고 난리가 났다
사실 여기 사는 한국 사람은 다 털어바야 애들 빼고 서른 명 될까 말까 그런다.하지만 원양어선 기지가 30년 전부터 진출해 있는 관계로 한국인에는 대다수가 익숙해 있는 편이다.
우리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와서 찍어대고, 인터뷰하고....
그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난리가 났다. 새우배에 관련된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차엔 다 태극기가 꽃혀있는 게 아닌가. 웬만한 호텔에도 전부다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이 아닌가. 벽에도 태극기... 차에도 태극기... 대사관도 없고 영사관도 없는 이곳에, 이 나라 사람들이 전부 테레비에 나오는 태극기를 보고 그려 놓고 전부 다 축하를 해준다.
우리보다 더 축제 분위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다 한국축구 얘기다.
오늘 발전소 사정으로 아침부터 정전인데, 한국 축구를 방영해 주기 위해 전기공사에서 한국축구 방영이 끝날 때까지 정전을 미루어 주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좀 전에 옆으로 빵빵대며 기적을 올리면서 지나는 차들을 보니, 전부 다 태극기가 꽂혀 있다. 한골 넣을 때마다 전 시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기 사람전부가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있다니.... 여기가 한국이가???????
헷갈린다.
괜시리 나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그런다.
스페인을 꺾고 4강까지 가라.
아마도 새우잡이 배들이 테레비 보러 다 들어올 것 같다. 오늘도 출항해야 할 배들이 축구 보느라고 출항을 안 했는데, 그리고 지금도 무전기로 바다에 조업중인 선박들에 축구 경기 결과를 전해 주느라 무전기에 불이 날 지경이다.
나도 태극기 하나 차 꼭대기에다 꽂고 시내 한 바퀴 돌아 뿌렀다. 왠지 모르게 일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