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하였더니
     그 날로부터 십 년은 더 떨어진
     오늘에야 알게 되다.

     그대와 함께 오르는 산길에서
     산 굽어보는 하늘과 온통 비탈에 선 나무들,
     적당히 강퍅하고 적당히 둥근 바위와 돌멩이들 사이,
     마치 그들 중의 하나인양 어울리는 그대를 보다.

     완전히 열리지 않는 그대의 웃음과
     성내기 어려운 그대의 성벽(性癖)이 다 산을 닮았구나.

     그대가 이고 선 하늘이 그대처럼 푸르고
     그대는 나무처럼 산을 이룬다.

  김흥숙의 <그대를 부르고 나면 언제나 목이 마르고>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산山을 이루었습니다. 山과 같은 그들이었습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 온 국민의 붉은 함성, 모두 하나가 되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큰 산, 태산을 이루었습니다.
  지금도 지축이 흔들흔들합니다. 신화神話를 만들었습니다.
  산(山)같은 존재, 그들 안에 우리 안에 제 안에 있습니다.
  그들과 저, 그들과 우리, 모두 모두, 산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스페인과의 시합을 보면서... '참 열심히 뛰는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 결과로 이겼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과연 이틀만 쉬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시합에서 잘 뛸 수 있을까...
  이겼기에 하는 걱정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 걱정은 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열심히 싸운 그들에게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그들이... 이런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 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등켜 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스페인과의 시합이 끝난 후... 어쩌면 자신조차도 당황했을지 모를 자신의 팀의 승리후의 '휘스 히딩크'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주위의 어떤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계획대로... 감이 아닌 수치에 기초한 전술을 짜고, 선수들과 우리들에게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보여준 그를 보면서 홍사중의 <리더와 보스>중에 나오는 이 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비전이 있으면 지도자, 없으면 관리자

  두 지도자(마하티르와 이광요)는 비전에 따라 행동했지만 그 비전은 허황된 환상이나 꿈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 비전은 오늘과 내일을 연결시켜 주는 희망의 다리였다. 그들은 가장 현실적인 개척자(pathfinder)였다. 그러나 그들이 이처럼 내일에 대한 분명하고도 강력한 비전을 가지고 국민을 이끌어 가고 있는 동안 우리의 지도자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그 잃어버린 세월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우리의 내일은 여기에 달려있다. 우리에게는 이제 있는 사람에게나 없는 사람에게나 골고루 희망과 꿈을 안겨 줄 만한 비전에 찬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매일같이 텔레비전과 신문에 나오는 대권 주자들에게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없다. 또한 '나는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대권 주자도 없다.

  비전은 지도자의 상품이며 권력은 지도자의 화폐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의 기본 사명은 희망과 꿈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지도자는 희망의 상인'이라는 나폴레옹의 말도 있다.

  지도자는 현재 진행중인 상태를 분석하고, 그 중에서 어느 부분이 조직의 장래를 위해 중요한가를 결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여기에 모든 사람이 관심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미래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떻게 새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가?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서 지도자는 우선 조직을 위해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에 대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이미지가 바로 비전이다. 그것은 꿈처럼 막연할 때도 있고, 구체적인 목표나 사명처럼 명확할 때도 있다. 비전은 현실을 타파하고 현실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게 하고, 실현 가능하고 믿을 만한 매력적인 미래상의 설계에 도움이 된다. 비전은 현재와 미래를 맺어 주는 다리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눠 갖고, 다시 말해서 미래에 대한 공통된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그것은 또 각 개인이 자기가 속한 조직을 위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며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은 또 어떤 결과가 바람직한 것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신속하게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든다.

  휴렛패커드사의 회장 존 영은 '성공적인 회사는 위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미래상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관리 전략도 그런 일치된 미래상이 없다면 실패할 것이다."라고 했다.

  지도자는 비전에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가치, 열망 등 조직의 감정적, 정신적인 자원들에도 영향을 준다. 이와는 달리 관리자는 자본, 인간적 기술, 원료, 테크놀로지 등 조직의 물리적 자원들만을 다룬다.

  유능한 관리자는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 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유능한 관리자는 일이 생산적으로 효과 있게, 계획대로, 고품질로 수행될 수 있게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네 일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갖도록 해 준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기네 일이 얼마나 어떻게 유익한 목적에 공헌할 수 있는가를 일깨워 줌으로써 높은 성취감을 안겨 준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욕구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참다운 지도자는 여기에 호소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중요하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자기가 쓸모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자기가 하는 일이 성공적이며 보람 있는 일의 일부분이라고 느끼게 한다.

  물론 그런 지도자의 비전이란 명확하고 매력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이라야 한다.

  어제 날짜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中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코스트 하트 포르 더 바트 애트(Kost gaat voor de baat uit)',
     영어로 표현하자면 'Cost comes before profit'이다.

     네덜란드인이라면 세 살부터 여든까지 귀에 못이 박이게 듣는 속담이다.
     네덜란드인의 경제관, 인생관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말로 꼽힌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연습에 드는 돈, 시행착오에 따른 비용발생을 쓸데없는 지출이라고
     아까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 밑에 이런 기사도 실려 있습니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패한 뒤 히딩크 감독은
     "창피하지 않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고비용의 연속적인 해외전지훈련, 패배하더라도 강팀과의 A매치를 통해
     내공을 쌓은 것은 네덜란드인인 히딩크 감독의 관점에서는 '승리'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물어야 할 수업료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프랑스에게 진 후 곧바로 히딩크 감독을 교체했다면...

     기다려 보는 "어느 정도의 시간"속에 전부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여러분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번민하게 된다면,
     그때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힘"을 내어 보세요!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부단히 힘을 길러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나의 나무 아래서>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히딩크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패했다고 해서 도중에 교체했다면, 바로 몇 시간 전에 광주에서 벌어진 그 기막힌, 세계를 흔들어 놓은 가히 역사적인 사건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위의 큰 실망과 일부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끝까지 믿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 그것이 힘입니다. 기다려 보는 힘이 기적과 신화를 만듭니다.

  경기 지켜보다가 집에 오고, 글 쓰느라 아무 것도 먹지 않았더니 뱃속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먼저 이 허기부터 채워야겠습니다.
  그럼... 기분 좋은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


댓글 '1'

세실

2002.06.23 00:57:14

풍차의 나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이제 히딩크의 나라로 기억되겠네요. 이탈리아 전 후 한 인터뷰에서 syndrome은 다만 갈망일 뿐이다,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의 그릇을 다시 보게되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죠~~ 토미님도 푹 쉬고 ...우리 모두 기 충전하여 상암에서 다시 승리를 이룩합시다. You Win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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