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 전설 이어가는 영원한 '젊은 그대'
김수철, 12년 만에 대중가요 컴백
안성기, 새 영화 위해 피아노.춤 배워  


"나도야 간~다. 나도야 간~다.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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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영화 '고래사냥'에서 거지 왕초 민우와 실연당한 소심한 대학생 병태, 그리고 사창가에서 학대받던 춘자가 서울을 탈출하던 장면에 터져나오던 그 노래. 지난 6월 월드컵 한국 대 포르투갈 전에서 박지성의 골인 순간 운동장의 흥분과 감동을 두배로 만들어줬던 그 응원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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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45)의 '나도야 간다'-. 바로 그 노래가 최근 새 단장을 하고 나왔다. 그동안 국악 현대화 작업에 매달리며 '서편제' 등 영화음악에 치중해 왔던 김수철이 12년 만에 내놓은 대중가요 컴백앨범 '팝스&록'의 머리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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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디오에선 '고래사냥'팀의 안성기.이미숙이 다시 뭉쳤다고 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다 뮤직 비디오는 첫 경험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고래사냥'에서 공동 주연이었던 김수철의 새 앨범 출시를 축하하는는 두 사람의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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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안성기(50)와 김수철의 인연은 '고래사냥'을 찍기 이전인 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음악에 빠져 있던 김씨가 송승환.진유영 등과 함께 작은 영화클럽 '뉴버드'를 조직해 활동할 때 안성기는 영화에 눈뜨게 해준 '형님' 같은 조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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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월드컵 개막식 음악팀장과 '어린이를 위한 월드컵' 홍보대사로 지난 6월도 바쁘게 보냈던 그들을 함께 만났다. 새 앨범을 내놓은 김수철이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을 촬영 중인 안성기 모두 가수와 배우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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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봉 예정인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사고뭉치 딸을 둔 홀아비 대통령(안성기 분)과 딸의 담임선생(최지우 분) 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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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인 강남의 도산공원 입구, 주홍색 티셔츠에 천가방을 아무렇게나 둘러멘 김수철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살이 조금 더 찐 것 말고는 80년대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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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녹화를 마치고 왔다고 했다. '나도야 간다'를 부르며 옛날처럼 껑충껑충 무대를 누볐더니 담당 PD까지 놀라더란다. "물고기가 다시 물을 만난 거죠, 뭐"하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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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나타난 안성기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의문은 곧 풀렸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같던 안경이 없어진 것이다. 라식 수술을 한 지 한달 됐다고 했다. 난시가 심했던 그는 야간촬영 때마다 고생이 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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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새 음반 반응은 좋니?" 서로 스케줄 맞추기도 어렵고 취미도 달라서 생각만큼 직접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다더니, 만나자마자 기자가 끼어들 여지도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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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예, 좋아요. 음반에 실린 곡들 장르가 여러가지인데 두루두루 괜찮대요. 저 말고도 박미경.신해철.장혜진.김윤아(자우림) 등 제가 반한 후배들이 같이 노래했거든요. 록은 물론, 힙합.소울도 있고…. 아 참, 형이 따라 부를 만한 트로트도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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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뮤직 비디오도 잘 나왔지? 아직 편집한 걸 못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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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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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사실 남들이 다 뮤직 비디오를 찍으니까 난 왠지 하고 싶지 않더라고. 그런데 이번엔 필연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고래사냥' 장면을 새롭게 꾸민 콘티도 맘에 들었고. 그 거지 왕초 옷을 다시 입어보고 싶었는데 잘 됐지 뭐. 그 영화 찍었던 동해바다도 이번 기회에 다시 가보니까 느낌이 새롭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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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형, 그때 하고 변한 게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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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에이그, 주름이 좀 많아졌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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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형은 옛날에도 주름이 많았잖아요.(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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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어, 그래도 예전 영화 보면 좀더 편했단다.(서로 박장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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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저도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요즘 방송을 해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전엔 한번 노래를 부르고 나면 한 컵 정도 마시던 물을 요즘엔 세 컵은 마셔야 돼요. 참, 형은 어때요. 요즘 피아노 배우느라 바쁘시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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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한 3개월 됐지. (갑자기 한숨) 아, 근데, 기술적인 게 3개월에 뭐가 되겠어. 연주 실력만 따지면 난 사실 꽝이지 뭐. 다행인 건 영화 속에선 피아노 칠 때도 감정 표현이 중요하잖니. 피아노 선생님도 그건 아주 끝내준다는 거야.(서로 박장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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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형은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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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또 딸 생일날에 박진영 노래 '그녀는 예뻤다'를 립싱크하면서 경호원들이랑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걱정이다. 춤까지 추라니 어쩌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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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에 기자가 끼어들었다. 김수철이 개막식 음악을 맡았던 월드컵 얘기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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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신구(新舊)가 만나는 컨셉트를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줘서 외국 사람들도 놀랐을 거야. 참, 넌 경기 좀 봤니? 난 개막식이랑 포르투갈전.독일전은 직접 경기장에 가서 봤는데, '나도야 간다'가 응원곡으로 많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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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전 상암동 경기장 월드컵 조직위 스태프실에 계속 있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기는 TV로 봤는데 박지성이 골 넣는 장면에서 그 노래가 들리니까 나도 모르게 뭉클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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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노래를 새로 편곡한 것도 반응이 좋아서 신나요. 콘서트도 해볼까 해요. 사실 솔로로 데뷔한 뒤엔 대형 콘서트는 해본 적이 없거든요. 참, 홈페이지(www.kimsoochul.com)를 만들었어요. 젊은 친구들 끌어들이려면 그런 것도 필요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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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그래, 나이는 문제가 아니야. 팬들은 열심히 하면 다 알아주게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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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의 그 말은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한 듯했다. 아, 영원히 '젊은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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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정수,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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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4 09:31

댓글 '1'

Jake (찬희)

2002.07.24 14:39:46

두 장인들의 만남... 멎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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