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조회 수 3026 2002.10.25 20:54:31
토미
     천주교 기도문 중에 부부를 위한 기도가 있다.
     기도문에는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못 살 때나 잘 살 때나 아플 때나 성할 때나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게 하라"는
     간절한 청이 담겨 있다.
     이 얼마나 숭고한 소망인가.
     그러나 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언약인가.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 휘둘리며 사는 동안
     부부의 사랑이 그저 한결같을 수 없음을,
     행복만큼 고통도 비례함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을까?

  <도시락 편지>의 작가 '조양희'가 쓴 <부부 일기>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과 고통이 공존함을 느껴보지 않은 부부는 없을 것입니다.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그것도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 버팀목이 되어주는 한 하늘이 무너져도 끄떡없을 것입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맨 먼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아내이고...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본문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일요일에 할 일이 많은데도 영화를 함께 봐주겠다며 서울까지 나들이한 당신, 내가 선택한 영화를 불평 없이 즐겁게 감상해 준 당신, 그리고 따끈한 커피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해준 당신, 사랑해요.

  이렇게 무덤덤한 중년의 부부인 남편과 내가 냉장고에 붙여둔 그 광고지에 나온 영화를 보러 갔더니, 우리 자리가 하필 연인석이었다. 의자 사이에 팔받침대가 없는 걸 보고 우리는 낄낄 웃었다. 나는 불편하다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였지만, 남편은 연신 연인석에 앉아 좋다며 싱글벙글이었다. 그가 보고 싶다던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영화가 끝나 극장 문을 나서는 길에 남편은 "아이고, 당신 허리라도 한번 감아볼걸 그랬네"하며 아쉬워한다. 아직도 나에게 풋풋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당신, 고마워요.

  이 구절을 읽고 있으니 극장에 가서 부모님이 볼 만한 영화표를 예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도 연인석이 있는 좌석으로 말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대의 기쁨은 가면을 벗은 그대의 슬픔.
     그대의 웃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우물이 때로는 그대의 눈물로 채워지는 것.
     그대가 기쁠 때, 그대 가슴속 깊이 들여다 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슬픔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음을.
     그대가 슬플 때도 가슴속을 들여다 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그대가 지금 울고 있음을.

  기쁨과 슬픔은 한 짝이라고 합니다.
  따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쁨과 슬픔은 함께 오고, 함께 간다고 합니다.
  진정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기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기쁨의 맛도 알기 때문입니다.

  날이 너무 차갑습니다.
  겨울이라 그러하겠지만, 저번 수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생각이 납니다.
  모두 따뜻하고 편안한 저녁 되세요.
  그럼...

댓글 '4'

코스

2002.10.25 21:51:10

세상에 올때 모두 벌거숭이로왔다가.. 다시 돌아갈 때도 벌거숭이로 가는데... 우리는 나누고 사랑해야 겠죠. 알면서도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때가 많은거 같애요.오늘밤도 토미님의 글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께요. 늦은 밤 토미님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 함께 하세요.^^*

달맞이꽃

2002.10.25 22:33:16

토미님 자주 봐서 참 좋군요 ,게시판도 풍요럽고 ,,좋은글도 읽을수 있고 ,,..고마워요 토미님 ,,(댓글도 유식하게 달고 싶은데 ) 잘 안되네요 ,,저에한계람니다 후후후~~좋은밤 되시고 내일도 좋은글 부탁해요 ^^**

세실

2002.10.26 11:52:38

나에게 슬픔을 주었던 그것이 기쁨으로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며....마음이 넉넉한 토미님 ~~ 은총이 가득한 주말 보내시길..행복하세요.^^

찔레꽃

2002.10.26 13:46:17

시간이 없어서 읽어보지 못하네요...저녁에 다시 천천이 읽어볼께요...토미님!...항상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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