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적어봅니다...

조회 수 3040 2002.10.29 23:03:17
토미
     우리 살아있는 날이면 날마다
     사랑할 수 있다면
     하늘에 조각구름 흘러
     대숲바람 따라 울어도 보고
     어둠이 내리는 세상
     어둠을 쪼면서
     아프게 견뎌내는 힘
     쌓겠습니다.

     그대 기쁨을 뿌리는 날
     기쁨의 밭으로 일렁이며
     아픔의 밭으로 쓰러지며
     그냥 그렇게
     그렇게 기두리겠습니다.

     우리 틔운 꽃싹들
     매양 향그러울 수야,
     조용히
     서로의 지친 어깨 위에
     손을 얹겠습니다.
     그대 밤하늘에
     별 하나 띄우겠습니다.

     우리 살아있는 날이면 날마다
     사랑할 수 있다면
     산 높고 물 흘러
     순하고 작은 짐승으로 살아
     서로를 지피는
     빛이 되겠습니다.

  김용옥의 <우리 살아있는 날이면>이라는 제목의 詩로 서두書頭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주일인 27일에 일본 오사카大阪에 잠시 출장을 갔다가 낮에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일본을 오고가는 하늘의 길이 예전에 그 사람을 만나러 오고가던 호남고속도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읽은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한 권은 김수환 추기경의 명상록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고, 또 한 권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로 더 유명한 미술평론가이자 문화답사가인 유홍준 교수의 <완당 평전 1>입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입.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불평 대신 감사를 말할 수 있는 삶... 즐거운 마음으로 인생을 노래하는 삶... 마음의 노래로 사랑을 깨닫는 삶... 그런 삶을 사는 풍요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완당(阮堂; 추사 김정희)의 주위에는 일찍부터 훌륭한 벗들이 있었고,
     그들은 학예의 동인(同人)이자 인생의 동반자들이었다.
     한 사람의 사람됨은 그의 벗을 보고도 알 수
     있다는 옛말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는 데서 교우관계는 그의 인생관은 물론
     그의 정서, 나아가서는 학문과 예술에 대한 성향까지 엿보게 한다.
     완당 역시 그가 교류한 인사들을 보면 세상사에 대한 그의 폭넓은 관심,
     단호하면서도 결단성 있는 행동, 잔정이 많은 섬세한 성격까지
     두루 살필 수 있다.

  유홍준 교수의 <완당 평전 1>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전 이 <완당 평전> 양장본洋裝本을 읽으면서, 추사秋史 김정희라는 한 인물의 크기와 무게, 높이와 깊이를 절절히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다름 아닌, 훌륭한 벗들과의 교류임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벗들을 갖는 것,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이 차갑습니다.
  가을이 없이 닥친 추위 때문에 몸이 약하신 아버님이 걱정이 되십니다.
  갑자기 닥친 추위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고혈압을 유발하기 쉽다는데...
  아무래도 내일은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지난 생일에 받은 상품권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따뜻한 저녁 되세요.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서 읽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을 단 한번밖에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장 파울


댓글 '5'

꿈꾸는요셉

2002.10.30 00:25:55

토미님은 하루에 몇시간 독서 하시나요?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부러워서리.... 난 욕심만 부린 책들... 식탁위에 쌓아 놓고... 언제쯤 읽게 될라는지... 감사해요..

달맞이꽃

2002.10.30 07:11:54

날씨가 많이 춥지요 ,요셉님 처럼 ,저도 님이 많이 궁굼하네요 ,어떤분이실까 .후후후..정말 ,대단해요 ,,예날엔 현명해서인지 책이 눈에 들어 오더니 .ㅋㅋ나이가 쪼께 되니까 눈에 안들어 오네요 ,,지금부터 공들여 읽어야 겠어요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선 ,바람이 많이 찬데 ,부모님 모시고 ,외출 하실뗀 신경을 써야 하겠네요 ,,유식한 님이 부럽고 자랑스럽네요 ,,오늘은 .....행복하세요^*

세실

2002.10.30 08:53:00

첫번째 김용옥님이라면 도올 말씀인가요? 아님 동명이인? 도올의 시라고 생각하니 좀 안 어울리는 듯 ㅎㅎㅎ연세드신 분은 추운 날 모자가 꼭 필요한 것 같애요. 토미님 즐거운 외출되길^^

sunny지우

2002.10.30 16:22:14

토미님 , 일본에 다녀오셨군요. 추사, 김정희를 완당이라고도 하는군요. 김수환추기경님의 글처럼 모든 삶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삶...부럽군요. 인생을 노래한는 삶, 만물에대해 열려있는 마음이겠지요? 효자이신 토미님도 올 겨울감기 조심하세요.

토미

2002.10.30 22:22:44

꿈꾸는요셉님... 글쎄요. 하루에 몇 시간 독서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그 때 그 때 읽는다고 할까요... 사무실에 나가는 아침 지하철과 집에 오는 저녁 지하철 그리고 요즘은 날씨가 안 좋아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날씨가 좋은 때는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점심에 생긴 잠깐의 시간동안 예전에 사놓고 못 읽은 묵은 책들을 읽습니다... 물론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책 펴볼 시간 없이 바쁘게 지낼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럼 따스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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