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이 쓰는 다섯 번째 글...

조회 수 3080 2002.11.03 00:06:41
토미
     감사란 참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정말 감사해야 될 것 같은 사람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감사하면서 살거든.

  '짐 스토벌Jim Stovall'의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 원제 The Ultimate Gift>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감사할 만한 일에 감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감사는,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일에조차 감사할 줄 아는 것입니다.
  범사에 감사... 행복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흐름이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되어버렸지만, 이때쯤이면 이런 글을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골의 늦은 밤 풍경은 뭐랄까 애절함이 짙게 깔린 안개 같다고나 할까요.
     창문을 반쯤 열면 살랑살랑 살갗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맞을 수 있고,
     귓가에 울리는 낮은 풀벌레 소리가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준답니다.
     이런 밤이면 가슴이 한 구석이 절여와 깊은 쉼을 내쉬곤 한답니다.
     가을은 이렇게 또 사람들의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개구쟁이 이미지의 배우 '차태현'이 나오는 영화 <연예소설>중에서 생각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는 세상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이른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이렇게 키가 작았었나, 여름날의 밤하늘에 이토록 별이 많았었나.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이 이처럼 고운 빛깔이었나, 한겨울 가로등 불이 이렇게
     따스한 주황빛이었나...
     익숙했던 모든 풍경들에 새삼 감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지는지요?
     어쩌면 사랑이란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했던 옛날로 돌아가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분은 이 부분에 동의하십니까...

  지하철에서 짬짬이 읽다가 오늘에야 다 읽은 책이 있습니다.
  영국의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조지 기싱George Robert Gissing'의 산문집 <기싱의 고백 :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입니다.

  이 책은 '헨리 라이크로프트'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자신의 전원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영국 작가 '조지 기싱'의 산문집으로 원제는 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입니다.

  이 산문집안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옮겨 적어볼까 합니다.

  책꽂이에 꽉 차 있는 다른 많은 책들도 각각 이런 사연이 있다. 책을 뽑아 들 때면 그것을 사려고 싸우다시피 했던 일이라든가 읽으며 뿌듯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에 돈은 책을 사기 위해서나 필요한 것이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즉 내가 생각하고 싶은 그 어느 것도 의미하지 않았다. 내가 간절히 필요로 했던 책이 있고, 그런 책을 갖는 것은 육체적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필요했다. 물론 그런 책을 대영박물관에 가서 읽을 수는 있다. 그러나 도서관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사서 책꽂이에 꽂아 두고 읽는 것과 다른 법이다. 이따금 나는 꼴사납게 누더기가 된 책을 사기도 했으며, 그 책에 누군가가 바보 같은 소리를 끄적여서 더럽혀 놓았거나 책장이 찢어지고 얼룩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빌려온 책보다는 헐어빠진 것이나마 내 책을 읽는 편이 더 즐거웠다.

  --- page.66∼67

  제 입장에서는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도서관에 꽂혀있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 제가 발품을 팔아가며 책방을 뒤진 끝에 구한 책을 읽을 때 더 행복하거든요.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도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날이 춥습니다.
  조금 전에 시골에 갔다오시는 부모님을 모시러 동생과 같이 서울역에 갔다왔습니다.
  어머니가 다리가 부었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녀오신 것이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이 추운 겨울날 힘들어 할 노숙자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좀 걱정이 됩니다.
  모두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야 할텐데 하는 마음 때문에 말입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4'

바다보물

2002.11.03 08:19:24

토미님두 이뿐 사랑 하시기를 바래요 세실언니 말처럼 좋은 분 만나서....곧 눈이 올 것같네요 토미님 말처럼 갈곳 없는 이들이 싫어하는 겨울은 어느새 우리 옆에 와있네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달맞이꽃

2002.11.04 08:52:54

보물아 ~토미님이 미혼? 오 그래~~후후후~`새로운 사실 ㅋㅋㅋㅋㅋ토미님 올 겨울은 따뜻한 사람 꼭 만나시라요 ㅎㅎㅎ한주 행복 하시구요 ^^*

찔레꽃

2002.11.04 10:49:09

범사에 감사...행복의 근원이라는 말 공감합니다...그러고보면 감사조건이 참 많은데도 비교함에서 오는 우리의 간사함인거 같애요..토미님!...항상 글 잘읽구 있어요...감사하구요..좋은하루 되시길~~~^ ^

김현희

2002.11.04 11:07:00

차태현의 연애소설에 그런 기막힌 대사가 있었던가요...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한 옛날로 돌아가기때문입니다...네, 동의 합니다. 오늘 모처럼 들어왔다 토미님의 잔잔한글로 감성을 채우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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