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JUN。황금 슬리퍼

조회 수 3143 2002.12.09 16:26:34
송준

☞ 크리스 마스 나흘 전이었다. 근처 할인 상점에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찾지만 나는 아직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상점안은 바깥보다 더 복잡했다. 통로에는 온통 쇼핑카트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어지러운 머리만큼

이나 다리도 아팠다. 내 수첩에는 선물은 필요없다고 말한 사람들도 몇명 끼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선물을 주지 않으면 그들은 서운해 할것이 뻔했다. 모든것을 다 가지고도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려고 생각하니 쇼핑이 결코 즐겁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물건을 집어 쇼핑카트에 넣고 사람

들이 줄을 서고 있는 계산대로 향했다. 가장 줄이 짧은쪽을 택했지만 그곳에서도 최소한 2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할것 같았다. 바로 내앞에 조그만 아이 두명이 있었다. 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과

그 아이의 여동생이었다. 소년은 낡은 외투를 걸치고 짧은 청바지 아래로 군데군데 찢어진 큼지막한

테니스화를 신고 있었다. 때묻은 손에는 구겨진 지폐 몇 장이 쥐어줘 있었다. 여동생의 옷차림도

오빠와 다를것이 없었다. 머리는 곱슬곱슬한데다 잔뜩 엉켜있었고 얼굴에는 저녁식사때 먹은 음식이

묻어 있었다. 그아이는 예쁘고 빛나는 항금 슬리퍼를 손에 들고서 매장안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케롤을 행복한 표정으로 따라 불렀다. 마침내 계산할 차례가 오자 소녀는 조심스럽게 계산대 위에

슬리퍼를올려놓았다. 그 모습이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6달러 9센트란다."

계산원이 소녀에게 말했다. 소년은 구겨진 지폐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주머니를 뒤졌다. 아이가

꺼낸돈은 3달러 12센트 였다.

"아무래도 저 슬리퍼는 도로 갔다 놔야겠어. 다음에 와서 살수 있을꺼야 내일 올수도 있구."

소년이 동생에게 말했다. 그러자 여동생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예수님은 저 슬리퍼를 좋아하실꺼야."

"그래 알아. 울지 마. 집에가서 더 일하면 돼. 다음에 사면 되잖아."

소년이 동생을 달랬다. 나는 아이들에게 재빨리 3달러를 건네주었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 아이들을 외면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몇일후면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소녀는 갑자기 나를

안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고맙습니다!"

난 궁굼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 슬리퍼를 좋아 하신다는게 무슨 말이니?"

소년이 나서서 대답했다.

"우리 엄마가 아파서 곧 천국에 가시거든요. 아빠가 엄마는 크리스마스 전에 예수님과 함께 떠날거라

고 하셨어요."

이번에는 여동생이 말했다.

"우리 주일학교 선생님이 천국의 거리는 황금빛으로 빛난다고 하셨어요. 이 슬리퍼처럼 말이에요.

엄마가 이 슬리퍼를 신고 그 거리를 걸어가면 참 예쁠것 같지 않으세요?"

눈물자국이 남아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 틀림없이 그럴꺼야."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통해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 헬가 슈미트 "사랑이 당신의 손을 잡을때..."








댓글 '5'

송준

2002.12.09 16:28:20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단편이네요 올 겨울은 주위의 이웃을 따뜻한 눈길로 돌아 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네여 온 세상이 따뜻하게 말입니다

꿈꾸는요셉

2002.12.09 20:01:11

바쁘다는 일상적인 표현으로 밖엔 할 말이 없지만... 짬짬이 들어와보면 송준님의 글이 절 맞아주네요... 고맙습니다. 아마 님의 마음도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sunny지우

2002.12.09 20:39:19

준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구나...마음이 예쁘고...준이의 바람대로 온세상이 따뜻해지길...함께 기도하자구나...

달맞이꽃

2002.12.10 08:32:56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침이구나 ..고마워 ..소년에 아름다운 마음 잘 읽고 간다 ..아름다운 소년..송준군 감기 조심하라눔 ^^*

김문형

2002.12.10 15:41:47

송준아. 아직 나이는 어려도 글에서 무척 성숙함이 보이네. 이번에 가팅 못해서 섭섭하지만, 스타지우 가족들과 함께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송준이도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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