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만난 좋은 영화 '무간도'

조회 수 3036 2003.03.02 23:20:34
martina21c
군에 입대했던 사촌 동생이 첫 휴가를 나와 연락을 했더군요.
입대전보다 무려 16kg나 빠져 핼쓱한 모습으로 돌아온 동생을 보니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랜만에 영화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사촌 동생의 취향을 고려하고, 같이 간 아이들과 볼 수 있는 영화(12세 이하 등급)을 찾다 보니 전혀 생각치 않았던 '무간도'라는 홍콩 영화를 보게 되었답니다.
사실 홍콩 느와르 영화 하면 경찰과 조직이 대립하는 너무 구태의연한 스토리에, 유치하기까지 한 오버 액션과 폭력,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는 뻔한 결말 등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어 몇 년 전부터 외면해버린 쟝르의 영화라 조금 망설여졌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까닭에 '무간도'를 할 수 없이 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무간도'는 너무나 뜻밖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홍콩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멋진 영화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과 삶을 한번씩 돌이켜 보게 하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화,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영화의 여운이 가슴에 남는 영화를 좋은 영화라 생각하는 데 '무간도'는 바로 그런 영화였어요.  
'무간도'는 범죄조직의 스파이로 경찰이 되어 살고 있는 유건명(유덕화분)과 경찰의 비밀요원으로 범죄조직원으로 살고 있는 진영인(양조위분)이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면서 벌이는 숨막히는 추적과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두 사람의 서글픈 운명을 주된 줄거리로 하여 전개되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기존의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보여지는 숨막히는 액션과 과도한 폭력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는 아마 좋은 시나리오와 이를 이끌어내는 감독의 역량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저를 영화에 빠지게 만든 것은 양조위와 유덕화의 뛰어난 연기였답니다.
특히 양조위의 허무와 슬픔이 담긴 눈빛 연기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영화의 여운을 더욱 길게 남기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본 '영웅'이라는 중국 본토 영화가 눈부진 색채와 장대한 스케일에 비해 인물들의 삶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아쉬움을 준 데 비해 '무간도'는 뛰어난 연기자들로 인해 인물들의 감성과 삶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또한 이 영화는 영화의 전개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을 잘 뒷받침해주는 배경화면의 연출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어요.          

영화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골고루 담은 좋은 영화 '무간도'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더군요.
우선은 이 영화가 잘 돼서 오버 연기와 현실과 거리가 먼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일회성 재미만을 추구하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의 흐름(뭔가 길을 잘못 든 느낌을 주는)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지우씨 팬인 저로서는 또 하나의 바램을 갖기도 했지요.
양조위의 슬픔과 허무가 깃든 눈빛과 울 지우씨의 따뜻하고 맑은 눈빛이 만나 멋진 사랑의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그런 좋은 영화를 언젠가 꼭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요.

지우씨의 다음 작품 선택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우씨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움이 깊으면 병이 된다고 하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요.
그렇지만......그래도....
병이 나도 좋으니 좋은 영화에서 빛나는 지우씨를 만나볼 수 있었음 좋겠네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요.


댓글 '5'

코스

2003.03.03 00:12:54

마타나21세기님...반가워요!!!
이 시간에 님의 흔적을 잡다니요....
나 넘 반가워 하는거 보이세요.ㅎㅎㅎㅎ
전 아직 무간도 영화를 못봤어요.
얼마전 페드라님이 보러가신단 말 듣고 한번 봐야지 하는 마음은 갖고 있답니다.
양조위에 대한 품평을 누군가에게 많이 들어서 인지 몹시 관심이 가지네요.
지우씨에 대한 깊어가는 그리움....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는 병 인가봐요.
저도 님과 함께 좋은 영화속에서 빛나는 지우씨를 만나볼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마타나21세디님.... 반가웠구요.
늘 즐거운날을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벼리★

2003.03.03 00:51:04

마티나 21세기님의 글을 읽어보니깐..무간도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 같네요~ 지도 시간나면 보도록 해야게씁니다..*^^*
지우언니~!저 말 명심하세요..팬들에게..그리움이 깊어서..생기는병 만들어주지 마세욧~!!ㅋㅋㅋ

달맞이꽃

2003.03.04 09:26:24

찔레꽃님이랑 같은곳에 사시죠? 반가워요 마틸다님 ..저도 꼭 봐야겠어요 ..추천해 주셔서 고마워요 .좋은날되시고 행복하세요^^*

바다보물

2003.03.04 21:57:08

마티나언니 몰만이에요
저번에 지나가듯이 통화 하고는....
잘 지내시죠? 개학해서 바뿌시겠어요
그래도 간간이 영화도 보시고....전 아무런 문화생활을 누릴수가 없었는데 이제 작은애마저 어린이집을 가니 슬슬 시작해 볼까 합니다
뭘요? 문화생활을요 ㅋㅋㅋㅋ
편안한 밤 되세요

운영자 현주

2003.03.05 01:15:49

사실 전 양조위라는 이름은 참 익숙해도 그의 얼굴은 몰라요.. 그사람 연기가 그리 좋은가요? 홍콩배우는 장국영하고 여명밖에 모르네요...예전에 여명의 유리의 성이란 영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그이후로 홍콩영화를 본적이 없네요.. 극장에서 보기는 어려울거같구 나중에 비디오 나오면 볼께요.. 제막내동생도 엊그제 휴가를 나왔는데.. 지난번에 나왔을땐 군대가 넘 편하다고 하더니만 이번엔 조금 힘든 점을 얘기하더라구요.. 어려움도 알아야한다는 생각뒤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티나님..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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