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 움큼, 행복 한 움큼...

조회 수 3034 2003.04.21 20:10:22
토미
     이른 아침
     어두움을 막 헹구어 낸
     빈 손바닥에
     하루를 올려놓고 기울인다

     헌신의 작은 몸부림
     한 모금 들어 와 하루를 열고
     두 모금 들어와 눈을 열고

     다 비우고 나면
     하늘이 열리는
     이 기막힌 떨리움
     그 안에 그만 내가 잠긴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빛 한 움큼.

     내 속의 메마른 골짜기 구석구석 스며들어
     가로막힌 산을 뚫고
     황량한 들판
     먼 마을까지 적신다

  현재 충주 중산외국어고 교사로 재직중인 시인 '김영교'의 시집 <물 한방울의 기도>에 있는 시詩입니다.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에서 "빛 한 움큼"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차 한 잔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아침의 모든 것이 빛 한 움큼일 것입니다.
  아침 공기... 아침 햇살... 아침 식사... 아침에 만나는 사람과 나누는 가벼운 눈인사에도 한 움큼의 빛이 가득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마치 제가 님들의, 님들이 저의 빛 한 움큼, 행복 한 움큼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침에 사무실로 나가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뇌>를 읽고 있는 여자 분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 분은 지금 어느 부분을 읽고 있을까?... 혹 이 부분을 읽고 있지는 않을까!...'

     이른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게 있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이 더 좋습니다.
     어떤 여자가 나에게 "노"라고 말하면, 나는 미련 없이 다른 여자에게 갑니다.
     만일 내가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나오는 로미오였다면, 나는 줄리엣 집안과의 갈등 때문에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자마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찾으러 떠났을 거예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
  이분법적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과 눈물... 그 징검다리를 건너 이루어지는 사랑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별의 고통과 기다림, 인내 끝에 이루어진 사랑이어야 그 맛이 더 달고 그 속에 박힌 씨앗도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까지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잊으라고 하지만, 몸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러 덕수궁 길로 가다가 '지우'씨와 모 배우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보았습니다. 내용까지야 모르겠지만... 문득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 'FREE BOARD'안이 무척 시끄러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마음의 조화란
     마음의 평안을 말한다.
     진정한 기쁨을 말한다.
     마음의 찌꺼기를 모두 버리고
     비워낸 사람은 얼굴부터 밝고 화사하다.
     해맑고 잔잔한 기쁨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주변에 늘 평화로운 파장을 전한다.

     화내는 마음, 짜증을 잘 내는 마음,
     섭섭한 마음, 오만한 마음, 우울한 마음,
     유혹에 쉽게 빠지는 마음...... 어두운 상념,
     음습한 상념, 부조리한 상념, 부정직한 상념들......
     이러한 일체의 부조화된 상념들과
     나쁜 습관들은 모두 철저히 버리고
     비워야 할 대상들이다.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권기헌'의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자기 마음이 자기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진정한 평안과 기쁨을 가진 사람은 표정이 다릅니다.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냄새와 빛깔이 달라지고,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지는 매력 있는 사람이 됩니다.

  전 이 기사를 본 분들이 마음의 조화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은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불필요한 거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가 난리입니다.
  빨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글을 줄이고 나가봐야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휴식 되세요.


댓글 '7'

달맞이꽃

2003.04.21 21:01:20

토미님 ..
저녁은 드셨는지요?
마음에 조화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어제 오늘 넷상을 접하면서 많은것을 느낍니다
결국 얻는것도 없으면서 서로 헐뜯고 상처를 내야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해도 용납 되지 않은일들이 참으로 많군요 ..후후후~~~자주 뵈니까 정말 좋군요 ..좋은저녁 함게 하시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

sunny지우

2003.04.22 01:08:33

12시가 다되어 귀가하여,
님의 글을 읽습니다.
우리가 스타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상대를 통제할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않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판매경쟁을 위한 가쉽용기사가 많아서
무책임한 보도에는 방도가 없군요.
저희 가족들은 젛확한 소식만 믿을 렵니다.
모처럼 오신날 게시판이 소란해서 죄송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벼리★

2003.04.22 01:16:16

토미님. 늘 마음의 평정 조화..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지우언니에 대한 마음도 그리고 나의 공부도..늘 평정을 잃지 말아야겠네요..그런 의미에서 저 공부하러 후딱 가봐야겠네요.. ^^ 토미님 정말 간만에 컴백하셨는데 시기가 그랬던지라..참 죄송해요.. 하지만 님의 글 읽으면서 항상 나를 돌아본답니다.. 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그린

2003.04.22 03:09:03

아침 햇살에 차 한잔을 마주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뇌.. 푹 빠져서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잠시 할말을 잃고 작가에게 존경심까지 느꼈었는데...
토미님이 올려주신 저 위의 내용은 도대체 기억에 없으니 슬퍼지려합니다..^^;;;
좋은 글들을 보며 깨닫는 마음들에 실천이 따라준다면 좀더 평화로운 세상이 될것 같은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읽는 순간엔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먹는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편안한 시간 되세요..^^

운영자 현주

2003.04.22 08:38:17

한동안 토미님의 부재가 우리를 참 궁금하게 했습니다.. 전 혹시 결혼하셨나했어요..^^ 그간 좋은 일 많으셨기를... 늘 좋은 글이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선물해주셨네요.. 마음의 조화를 잃지말라.. 네. 글이야 쉽지만 참 어려운 말 같아요.. 노력하다보면 비슷하게라도 될까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토미님..^^

김문형

2003.04.22 13:10:21

토미님.
저는 오늘같은 날이 참 싫습니다.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날.....
아무것도 아닌 불분명함이 더 싫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많이 어수선하죠?
그래도 토미님이 올려주시는 글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답니다. 토미님의글은 늘 나 지신을 반성하게 하니까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코스

2003.04.22 17:27:45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의 장점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일줄은 몰랐어요.
토미님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미덕을 지켜볼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힘쓰며
마음의 평정,조화를 잃지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토미님 오늘도 우리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좋은 글에 감사드리며 남은 시간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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