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조회 수 3057 2003.04.28 18:45:37
Quartet
봄날씨는 정말 사람을 사정없이(?) 행복하게도 또는 슬프게도 만드는것 같습니다..^^
좋은날 ~
좋은사람과 함께(늘 누군가 같이라면 때론 혼자도 괜찮겠지요) ...
좋은영화 한편 어떨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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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기자님이 강력히 추천하시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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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당신이 꼭 봐야할 영화-살인의 추억 -

대단한 한국영화입니다.
'살인의 추억' 개봉하면
다들 보러 가시지요.
오랜만에 누구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나와서 반갑습니다.


-------
2년8개월 만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대형 히트작들이 몇 편 나왔고
또 감독의 역량이 탁월하게 발휘된 작품들도 여럿 개봉됐다.
그러나 대중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탁월한 대중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살인의 추억’(25일 개봉)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살인의 추억’이
제작 결정에서 개봉까지 걸린 시간 역시 2년8개월이다.
연말까지 이 정도의 영화가 한두 편만 더 나온다면,
요즘 충무로의 가라앉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한국영화계는
알찬 결실을 거둔 해로 기록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화했다는 작품이 보고 싶을까.
더구나 우리는 이 사건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미제로 끝난 결말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소재에 대해 혹시 생겨날 지도 모를
일차적 거부감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80년대를 뒤흔들었던 실화의
압도적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봉준호 감독은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디테일 묘사 능력에
정교한 마름질 기술로
수제(手製) 명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

희생자 몸에 남은 일회용 밴드로
형사의 분노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철길에 나뒹구는 ‘가짜 나이키 운동화’로
형사의 무력감을 선명하게 요약하는 화술은
이야기에 대한 연출자의 장악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시에서 파견나온 서형사(김상경)와
시골 형사인 박형사(송강호)가
짝을 이뤄 수사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 영화의 기본 틀은
얼핏 두명이 팀을 이뤄 극을 이끌어가는
버디 무비 수사극의 전형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서로 이질적인 요소를 맞세워
삶의 아이러니를 빚어내는데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증명했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장르의 규제를 가볍게 넘어선다.

대도시와 어울릴 것 같은 연쇄살인사건은
한적한 농촌에서 펼쳐지고,
소위 ‘과학수사’와 ‘육감수사’로
대변되는 듯 했던 두 형사의 스타일은
희생자가 늘어갈수록 차이가 없어진다.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형사들은 무당을 찾아가 부적을 사오기도 하고,
범인이 무모증(無毛症)이라고 믿어 남탕을 뒤지는
웃지못할 촌극을 벌인다.

섬뜩한 이야기임에도
시종 반짝반짝 빛나는 이 영화의 일급 유머는
등장인물의 심각하고 진지한 행동과
이를 지켜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 사이의
거리에서 솟아오른다.
서정(抒情)이 엽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폭소 끝에 분노가 터져나오는
이 영화의 기이한 풍경을 보면서 웃고 울다보면
“생각하는 자에겐 모든 것이 희극이고
느끼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비극”이라고 한
시인(詩人) 로르카의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나쁜 감독 밑에도 좋은 배우는 있을 수 있지만,
좋은 감독 밑에 나쁜 배우는 없다.
주역에서 단역까지 잘 조율된 이 영화의 연기들은
앙상블이 어떤 것인지를 조곤조곤 일러준다.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웃음과 쓸쓸함 모두를 책임진다.
말을 더듬지 않고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지 않아도
강력하게 관객에게 전염되는 그의 유머는
이제 캐릭터에 고스란히 숨을 붙여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누런 잠바때기’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시체를 농수로에서 발견하고 침을 뱉는 첫 장면부터
한(恨)인지 탄(嘆)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얼굴로
화면을 정면 응시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불가해한 삶의 슬픔을 고스란히 체현했다.

‘생활의 발견’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상경은
극의 후반 폭발적인 배역 몰입을 보여주며
성실한 연기에 대한 믿음을 안겼다.

이 영화의 발놀림은 경쾌하고
툭툭 던지는 잽은 날카롭지만
이야기를 대하는 눈빛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살인의 추억’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는
냉혹한 살인범을 향한 분노의 영화이고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던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의 영화이지만,
동시에 삶의 무기력과
시간의 무의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나름의 각오로 세월을 헤쳐왔지만
돌아보면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웠던 과거에 대한
안쓰럽고 쓸쓸한 감정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형사가 십수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사건 현장을 찾았을 때,
지켜보던 소녀는 며칠 전에도 어떤 사람이
이곳을 찾아왔다고 전해준다.
박형사가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든?”하고 묻자
소녀는 “그냥 평범하게 생겼어요”라고 답한다.

‘살인의 추억’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마음 속 풀리지 않은 매듭에 주목하는 영화다.
감독은 연민 섞인 한숨으로
그 매듭들을 어루만지는 진심을 통해서
자신의 영화적 매듭 하나를 마침내 풀어냈다.











댓글 '4'

프레지아

2003.04.29 00:51:14

살인의 추억, 개봉 3일만에 관객 45만~50만 대박 행진이라고 하던데..
볼만하긴 볼만 한가봐요...
Quartet 님 영화소식 고마워요..^^

달맞이꽃

2003.04.29 10:07:37

울딸들이 엄마랑 같이 보러가자고 하네요 .
영화가 재미있다고 본 친구들이 보라고 권한답니다 ..오랜만에 딸들이랑 극장구경 가게 생겼습니당 ..후후후~~~지금 밖엔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적당히 오는게 좋은데 농사에 피해가 안갔으면 좋겠네요 ...님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봄비

2003.04.29 11:33:26

일요일날 봤어요.
아니지 토요일날 밤 11시 40분 심야를 봤네요
모처럼만에 배우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참 좋았어요.
주연도 조연도 그 모두가 치우침 없이
너무도 빛났네요.
지도 강력 때립니다.
안 보신분들 보셔유...
님도 오늘하루 행복하세요.

Quartet

2003.04.29 14:39:20

예전영화긴 하지만 이성재랑 배두나 나왔던 <플란더스의 개>도 봉준호 감독작품이더군요. 전 지금에서야 이 영화를 빌려봤답니다.^^ 이 영화 역시 수작으로 손꼽힐만하더군요. 봉준호 감독이 좋아질려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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