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3년.. 정유진[1] 녹차향글펌

조회 수 3009 2003.06.19 09:34:41
소리샘
그 후 3년.. 정유진 (1) - 준상이가 떠나고..

움직이지 않은 다리를 억지로 끌고 집에 돌아왔다.
공항에서 그를 찾아 헤맨것이... 두번째..
그땐.. 그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가 기다려주지 않았다.
10분전에 비행기가 떠났다는 허망한 답변.. 힘이 빠진다.
상혁이도.. 진숙이도..
그 어떤 말도.. 나에게 위로도.. 힘도 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다..

침대위에 쭈그려 앉았다.
눈물도.. 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그저.. 생각하자.. 생각하자.. 나에게 말을 할 뿐이다..
뭘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준상이.. 그가 떠났다고?..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고?
나와 남매가 아니었다고?.. 죽을 지도.. 모른다고..?
나 때문에 난 사고 때문에.. 그 휴우증 때문에..
눈이 안보일 수도 있고... 죽을 지도... 모른다고..?

나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혼자 떠나버린 그가 밉다..
이제.. 난 어떻게 하라고..?
이미 난 이렇게 다 알게 됐는데.. 어떻게 하라고...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이.. 이렇게 있으라고..?

입술을 깨문다..
가방을 움켜쥐고 뛰어 나간다.
어디에 가냐고.. 잡는 진숙이를 뿌리친다.

미국에 갈꺼야.. 널 따라 갈꺼야..
널.. 그렇게 보낼 수 없어.. 난.. 갈꺼야..

비자.. 그래.. 비자를 받아야해..
그럼.. 어디로 가야하지?
대사관.. 거기로 가면 되나..?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오르자.. 버릇처럼 쳐다보게 되는 뒷자석..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뒷자석이 그 라도 되는양.. 원망스레 돌려버린다..

버스가 출발한다..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다.
자꾸.. 준상이가 떠나기 전날 밤이 생각난다..

우리..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이젠..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순 없을테니..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냥.. 바닷가에서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좋은 모습만 기억하자..

다신.. 만나지 말자.... 만나지 말자....

눈물이 흐른다..
그래.. 그래서 네가 그런 말을 한거였어..
병든 모습을.. 아픈 너를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거였니?
그때.. 난.. 우리가 남매인줄 알았었지..
그래서.. 만나지 말자고 하는 줄 알았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넌.. 혹..그런 네 모습을 내가 볼까봐.. 그래서 내가.. 아플까봐..
그런 거였구나..

하지만.. 준상아..
내가.. 계속 모를꺼라 생각했니?
그냥.. 우리가 남매라고.. 그렇게 알고 있을줄 알았어?
이미.. 이렇게 알게 됐는데..
네가 아프다는걸 알게됐는데.. 내가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주길 바래?
정말로.. 내가 오지 않길 바라니?
그런거야?
정말.. 이젠.. 네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거니?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그렇게 살길 바라는 거야?
준상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제발.. 대답 좀 해줘..

대사관 앞.. 내려야 할 곳이다..
하지만.. 난 그냥 지나쳐 버린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더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다신.. 만나지 말자던.. 준상이의 모습만 떠오를 뿐이다..

벌써... 어둑어둑 해져있다..
비틀거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작은 가방하나.. 왜 이렇게 무거운 걸까..
아파트가 저기 보이는데.. 너무 멀다...

이틀동안.. 난 앓아누웠다..
걱정스레 쳐다보며.. 뭐라 위로하는 진숙이도 귀찮게 느껴진다.
혼자 있고 싶어.. 진숙아..
진숙인.. 한숨만 쉬다가.. 조용히 나간다.

또다시 눈물이 난다...
준상아.. 미안해..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어..
나 때문에 사고가 나고.. 그래서.. 네가....
그런데도.. 넌.. 내 걱정만 하는구나...
내가 혼자 있는게 걱정돼서..상혁이와 함께 유학가라고 그런거야?
아픈데도 없는 내가 걱정돼서..?
넌.. 그렇게 아픈데.. 무서울텐데.. 그런데도 혼자 떠나버렸으면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
그리고.. 네가... 정말... 미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시간만 흐른다.
미국에 갈 결심도.. 프랑스로 갈 결심도.. 서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준상이가 왜.. 나에게 아무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지막으로 본 날.. 왜 나에게 그런말을 했을까..

준상인.. 정말로.. 내가 모르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날.. 아프게 했다고.. 내 환한 모습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늘... 가슴 아파 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겠지..
내가.. 미국에 간다면.. 준상이한테 간다면..
그가.. 좋아할까..? 와줘서 고맙다고.. 그럴까..?
아마.. 아니겠지.. 그는 원하지 않을꺼야..
그렇지.. 준상아..?
그냥.. 모른채.. 너의 좋은 모습만..기억하길 바라는 거지..?
그런거지..?

난.. 프랑스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그가 걱정되고.. 보고싶은 마음에..
하루에 열두번도 더 비행기를 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굳게 마음 먹기로 한다..
그가 정말로 원했던 대로.. 바라는 대로..
난.. 그렇게 해줄 것이다.
단.. 한가지.. 상혁이와 함께가는건 들어주지 못하겠다..
그건..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으니까..
그리고 상혁이도.. 이젠.. 바라지 않으니까..

이제..모든 준비가 끝났다..
조금만 있으면.. 난 이곳을 떠난다..

상혁이가 티켓을 내민다..
뉴욕행 비행기표..
난 말없이.. 받아들었다.
상혁이의 마음이 고맙다..
하지만.. 상혁아.. 난.. 이미.. 마음을 정했는걸..

공항..
상혁이가 준 티켓을 손에 쥐고.. 한참 쳐다보았다..
뉴욕.. 준상이가 있는 곳..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많이 아프진 않을까.. 치료가.. 힘들진 않을까..
준상아.. 난 널 믿어.
넌.. 꼭.. 낫을꺼야.. 그래서.. 나중에..날 만나러 올꺼야..
그래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꺼야..
나도.. 꾹 참을께.. 너 보고 싶은거.. 그때까지..참을께..
그래 줄꺼지..?

이제 가야할 시간이다..
난.. 뉴욕행 티켓을.. 그냥 두고 일어선다.

천천히.. 케이트를 향해 걸어간다..
준상이.. 그리고.. 나의 겨울...
이곳에 그대로.. 남겨둔 채.. 난 떠난다..

*****************************************

겨울연가 사람들 녹차향 글방펌











댓글 '8'

소리샘

2003.06.19 09:35:34

이 글은 준상이가 뉴욕으로 떠난 후 유진이의 3년입니다

운영자 현주

2003.06.19 13:40:55

저때..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두고 떠난거에 참 말들이 많았던게 생각나네요... 저야 긴글을 쉽게 읽기만 했는데..녹차향님이 이 글을 쓰시려면 완전히 유진과 동화되어야만 쓸수 있으셨겠죠? 그래서 더 와닿으네요.. 맨 끝말이 너무 좋네요.. 나의 겨울......이곳에 그대로 남겨둔채 난 떠난다............ㅠ.ㅠ
소리샘님..늘 감사드립니다.. 힘드실텐데....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달맞이꽃

2003.06.19 14:07:13

소리샘님 ..유진이에 이야기는 계속 되는군요 .
유난히 남다르게 들리는 류에 노래가 가슴 한쪽을 서늘하게 합니다 ..늘 안타까운 유진이만 봐서인지 가슴은 늘 시립니다 ..고마워요 ~~^*

이지연

2003.06.19 14:37:22

지금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 때문일까요?
왜이리 유진이가 더 안스러운지..
요즘은 소리샘님때문에 지난겨울을 헤매고 있네요..
오늘은 참 커피향이 그립네요^^*

겨울연가

2003.06.19 19:25:04

녹차향님의 반가운 계속글...
겨울연가가 그렇게 그리운 것은... 그렇게 그들이 그리운 것은...
간직한 어떤 추억 때문일까요 ?
그렇게 되고픈 마음 때문일까요 ?
그런 사람이 그리운 때문 일까요 ?
다시 그리워지는 겨울연가입니다......

코스

2003.06.19 23:38:47

왜?? 사랑하는데...이제는 헤여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돌아서야 하는지..
너무나도 안타까운 장면들이 였어요.
소리샘님...늦은 이밤에 두사람의 연기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네요.
소리샘님...고맙습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0^

2003.06.20 03:34:22

저는 이해할것 같은데요...
너무 사랑하니까...떠날 줄도 아는거겠죠...
숨쉬기에도 벅찬 사랑을 하면...
이별같은건 아무것도 아니죠..

진정한 사랑은
결코 그 사람과의 물리적인 거리에서
확인되는게 아니니깐요.

물론 안타깝죠...
현실의 흐름에 휩쓸리는 거...
아프죠..울고 또 울고 마음에 멍이 들죠.
그런 이별이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이란
현실에 맡기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느낌이니까..
그 눈빛을 밑으니까..
이별도 허락하는 사랑인거 같네요...

말 안되는거 알아요.
그런데...
저는 준상이 이해합니다.
사랑하니까...그럴 수 있었죠...




소리샘

2003.06.20 11:12:42

욱님 전 겨울연가를 보면서 머리로 하는 이해 같은 것이 일찍 버렸답니다
그냥 있는 보여지는 그대로 준상이와 유진이에게
동화 되어서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해 받으려 했었죠
그랬기 때문에 겨울연가속으로 빠려 들어가 일년을
넘게 헤매고 있었나 봅니다

요즘 일본 팬들 가슴앓이를 보면서 작년 내모습을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40 중국 TV 식지않는 韓流 열풍 <부산일보> [4] 온유 2003-06-20 3014
14439 그 후3년 .. 정유진[2] 재회 [5] 소리샘 2003-06-20 3019
14438 JUDE... Happy birthday to you [7] 운영자 현주 2003-06-20 3005
14437 Jude~!! Happy Birthday to you [6] 코스 2003-06-20 3061
14436 다양한 표정속의 지우[이~쁘~당~!!] [4] 코스 2003-06-20 3004
14435 기사 눈ㅌ;ㅇ 2003-06-19 3174
» 그 후 3년.. 정유진[1] 녹차향글펌 [8] 소리샘 2003-06-19 3009
14433 차태현씨 후속곡이" 러브스토리"로 바꿨다고 하네요. [4] 눈팅팬 2003-06-19 3078
14432 지우 - 당신과 함께할 사랑 [4] sunny지우 2003-06-19 3258
14431 늘 웃는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6] 맑은 눈물 2003-06-18 3256
14430 지금 겨울연가가 일본방송 BS에서만 하구 있는건가여??? [2] 영원한팬 2003-06-18 3011
14429 지우님 아시아 스타 인기 투표... [7] Jake (찬희) 2003-06-18 3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