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3년 9월 30일>

10대 소녀팬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대 중스타들에 대한 열성적 팬문화(팬덤)가 변모하고 있다. 30, 40 대 주부 팬들이 팬문화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40, 50대 여성 혹은 40, 50대 남성들까지 대중스타의 팬이 되고 있는 것.
‘빠순이’혹은 ‘그루피(groupie)’라는 다분히 경멸적 용어로 지칭되던 팬덤이 이들의 등장으로 ‘성인팬덤’으로의 문화적 전 환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겨울연가’로 최고의 멜로스타로 등극한 배용준은 열성 적 아줌마팬을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 스타다. 30, 40대 아줌마팬 들이 운영하고 있는 팬클럽 ‘배사아모(배용준을 사랑하는 아줌 마들의 모임)’‘시티오브 용준’ 등은 배용준의 첫 영화데뷔작 ‘스캔들’의 개봉에 즈음해 한 극장의 표를 통째로 구입, 팬클 럽 단독 상영회를 갖는 등 각별한 사랑을 과시했다. 역시 30, 40 대 아줌마팬들이 다수 포함된 배용준의 대만 팬클럽은 부산영화 제 기간 배용준이 게스트로 나오는 ‘스캔들’ 2회 상영관람권을 해외에서 일찌감치 매진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주 열린 한류스타 원빈의 아시아팬 1000명 초청 행사에는 절 반가량이 30대이상의 아줌마팬들이었다. 최근 내한한 댄스그룹 ‘신화’의 일본팬에도 10대는 물론이고 30·40대, 60대 할머니, 아저씨팬 들이 포함돼 있었다.

전통적으로 팬문화, 팬덤은 주로 사회적 약자인 10대 소녀팬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맹목적이고 광신적 스타사랑으로 빗나가 거나 기획사의 홍보도구로 전락한다는 지적, 남성로커들이 저항 문화의 상징으로 칭송받을때 그들에게 성적으로 착취되는 존재들 (60년대 록밴드를 따라다니며 성적 관계를 맺는 젊은 여성팬들을 일컫는 ‘그루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성인팬덤, 연장자 팬의 등장은 팬과 스타의 수직 적이고 일방적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지적이다. god팬클럽 출신의 사회학 박사인 박은경씨는 최근 펴낸 ‘god-스타덤과 팬덤’이 라는 책에서 “god의 팬들은 소년댄스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소 녀팬뿐 아니라 30, 40대 여성 그리고 성인남성이 다수였다”며 “이들은 단순히 스타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아이를 돌보 듯 보살펴주고 그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이 일반 팬클럽문화와 다른점”이라고 지적했다.

‘스캔들’의 제작사 ‘봄’ 마케팅실의 박혜경팀장 역시 “배용 준 팬클럽은 마치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를 둔 학부모처럼 스타를 돌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팀장은 “배용준의 대 만팬클럽은 부산영화제 기간에 자선활동을 펴는 등 사회참여 활 동에도 열성적”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성인팬덤의 확산은 대중스타 팬클럽이 특정 스타선호를 넘어서 동질적 기호를 바탕으로 한 교류공간, 유의미한 사회적 단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인들까 지 스타사랑에 매달리는 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 이 불가능한 현대사회에서 마치 애완동물에게 지극한 사랑을 퍼 붓는 것처럼 절대애의 상상적 충족의 대상으로 스타를 선택하는 현대 인의 소외된 심리를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케팅의 측면에서 구매력을 가진 성인팬들은 스타산업의 보다 확실한 축이 된다.

성인팬덤은 또 대중문화 확산에 따른 성인문화의 유아화를 반영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