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사랑
[한겨레] 모색 한·중·일 협력시대

하나의 문화권 일구는 대중문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는 다르다.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와 중국계 일본인 소설가 진신(陳舜臣)은 그 차이를 ‘효’의 한국, ‘의’의 중국, ‘충’의 일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세기 내내 세 나라는 일제 침략이라는 과거사와 동아시아 주도권 다툼이라는 현실 속에서 서로를 떼밀어 왔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로 얽힌 기성세대의 ‘갈등’은 21세기 들어 문화를 매개로 한 젊은 세대의 ‘이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요한 매개는 다름아닌 한국 문화다.

1. 2003년 9월 도쿄  ‘젊은이의 거리’ 시부야. 오가는 사람들의 노출패션이 한여름처럼 과감하다. 도쿄 최대의 시디·디브이디숍 ‘쓰타야레코드’에 들렀다. ‘보아’의 싱글 ‘발렌티’ 포스터가 들머리에 커다랗게 걸려 있다. 디브이디 대여코너엔 ‘한국영화 특집’이 보인다. 대여 1위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
그 옆엔 〈엔에이치케이〉의 위성방송으로 큰 인기를 끈 한국 연속극 〈겨울연가〉(일본 제목 〈겨울소나타〉) 특집이 눈에 띈다.


도쿄 최대서점인 기노쿠니야의 신주쿠 본점에 가봤다. ‘한국영화가 뜨겁다’라는 특집코너가 설치돼 있다. 지난 8월 설치된 이 코너에서는 50여종의 한국 관련 책들이 팔리고 있었다. 이곳 매니저 아베는 “〈겨울소나타〉가 발매 한달 만에 본점에서 351권, 도쿄의 10개 지점에서 모두 3611권이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이렇듯 초가을의 도쿄는 여름부터 시작된 한국바람으로 뜨거웠다. 덱스엔터테인먼트 구로카와 후미오 사장은 “영화 〈쉬리〉를 보고 일본인들은 ‘한국이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라며 놀랐다”며 “보아가 몰고 온 바람과 〈겨울소나타〉의 유행이 한국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다이스케(26). 한국을 사랑하는 젊은이다. 〈쉬리〉와 〈제이에스에이〉 〈엽기적인 그녀〉 등 일본에서 인기를 끈 한국영화를 수입·배급한 중견 엔터테인먼트업체 ‘아뮤즈’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994년 한-일 청소년교류단의 한명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거기서 강산에의 노래를 듣고 난 뒤 한국노래에 푹 빠졌다.

내친김에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98년 서울 연세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 대중문화부터 역사까지 샅샅이 훑었다. 그는 노래방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다 말고 “‘세종실록 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에 독도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가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무라 마유미(24). 소주가 좋아 자기를 ‘참이슬 갸루(걸의 일본표기)’라 부르는 기무라는 2000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그새 5번이나 한국여행을 했다. 처음 맛본 곱창찌개가 너무 맛있고 동대문시장의 옷이 너무 예뻐서 한국에 빠졌다고 했다. 올 초부터 한국인 유학생한테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무라는 아예 한국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을 “재밌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했다. 노무라는 한-일 역사인식 차이의 원인을 교육에서 찾았다. “일본에선 근대사 분야를 입시에 내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반면, 한국은 입시에서 근대사 비중이 크고 교육에서도 강조한다.” 노무라는 “그래서 두 나라 사람들은 만나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 젊은이들에겐 한국 대중문화가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2. 2003년 10월의 베이징 중국 베이징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단거리. 오후 2시의 거리를 ‘문희준’이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를 걸친 20대 청년이 두건 두른 머리를 리듬감 있게 흔들며 지나간다. 시단의 한국쇼핑몰 ‘썬루얼 한국성’. 이효리의 브로마이드 앞에서 중국 10대들이 북적거린다. 라오펑(25·대학생)은 “한국 대중문화는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고루 갖춰 부담스럽지 않고, 일본문화와 달리 우리와 ‘코드’도 맞는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한류’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김윤호(43) 베이징 우전소프트 사장은 “국내에서는 중국의 한류가 ‘한물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흐름은 꾸준하다”며 “한류는 중국 10대들이 한국의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현상에서 정치·경제 쪽으로 그 저변이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양구 야윈촌의 한국문화원. 중국식 명칭은 한국문화신문처다. 여기에선 매주 한번씩 8면의 한국 소식지를 발간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한국 뉴스가 실린 이 소식지는 나오자마자 동이 난다. 소식지를 가져가던 리빙빙(21·대학생)은 “매주 소식지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며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한다.

이곳에는 200명 정원의 초급반과 100명 정원의 중·고급반 각각 2개반씩 6개반의 한국어교실이 있다. 베이징 외국어대 이은숙 초빙교수는 “지난해까지는 한국 연예인들 때문에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얼마 전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영어 다음으로 쓸모가 있어서’라는 대답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구직이나 사업과 관련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젊고 학력도 높은 한족 수강생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하이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한국어과정을 다니고 있다는 왕루치(21)는 그룹 ‘엔알지’에 빠져 한국까지 갔다고 했다. 왕은 “완강하게 반대하던 아버지께서 1학기 등록금만 대줄 테니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하라는 조건을 걸고 한국행을 허락하셨다”며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중국의 한국문화 관련 잡지에 글도 기고하면서 돈을 벌지만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조금씩 알아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노릇을 하고 싶다.” 2003년 가을, 왕루치처럼 한국의 문화를 매개로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일본과 중국 모두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도쿄/이태희 기자, 베이징/김영인 기자

중국의 한류북부서 전역으로 남하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이른바 ‘한류’는 올해 초부터 상하이, 난징 등 중국 전역으로 남하하고 있다. 또 10대 위주였던 유행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1996년 ‘한성음악실’이라는 한국음악 전문 라디오방송을 처음으로 시작한 김윤호 우전소프트 사장은 “당시에는 베이징에서만 방송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부에서 한류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앙인민방송을 통해 전역으로 방송해 중국 각지에서 하루 400통이 넘는 엽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은 ‘엘지서우지링팅한궈’라는 프로그램이다. 서우지(手機)는 ‘이동전화’를 뜻하고, 링팅한궈(聆聽韓國)는 ‘한국을 듣는다’는 뜻이다. 1시간 내내 한국음악만 소개된다. 중국 방송 50년 역사를 통틀어 프로그램에 다른 나라 이름이 들어가고, 그 나라의 문화만 다루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했다. 국산 이동전화 단말기에 대한 인기도 반영하고 있다.

한국유학생 왕루치도 “상하이와 칭다오 등 남부지방에 사는 한국팬들이 콘서트가 열리는 베이징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자주 본다”며 “한국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당성이 강한 학생이 선발된다는 베이징 인민대학에서도 한류를 느낄 수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길신애(22·숙명여대 2)씨는 “중국 여대생들이 한국 교환학생들이나 유학생들의 옷 입는 법과 화장법을 배우려고 몰려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영인 기자

일본의 한국바람 단명이냐 장수냐 기로 도쿄에서 만난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 것’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아이엠에프와 월드컵 덕분이라고 꼽았다. 아이엠에프로 한국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젊은층에서 한국여행 붐이 일었다. 방송사들도 연일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한국의 음식과 옷,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고춧가루 다이어트’ 바람이 불어 김치도 크게 히트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도쿄에서 한국문화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해온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업체 ‘니칸브레인’의 허한조(사진) 사장은 “이곳의 ‘한국 바람’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한국 스타들은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번 휙 와서 인터뷰하고 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생명을 지킬 수 없다.” 허 사장은 “일본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도 있다”며 “적어도 5년 또는 10년은 지속할 생각을 해야 일본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점도 유감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라고 하지만 지적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선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한국이 일본 문화시장의 5%만

차지한다고 해도 한국 전체 매출과 맞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얘기다.

“보아가 올 상반기 벌어들인 돈만 해도 4500억원에 이릅니다. 구사나기가 속한 ‘스마프’가 데뷔 뒤 지난 12년간 벌어들인 돈은 3조원을 넘습니다.” 허 사장은 “일본에서는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의 구조이기 때문에 장수가 가능하다”며 “기왕 한국 문화가 일본에 교두보를 만들었으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철저히 준비해 진출해야 한다” 큰 인기를 끈 한국 연속극 〈겨울연가〉(일본 제목 〈겨울소나타〉) 특집이 눈에 띈다.

도쿄 최대서점인 기노쿠니야의 신주쿠 본점에 가봤다. ‘한국영화가 뜨겁다’라는 특집코너가 설치돼 있다. 지난 8월 설치된 이 코너에서는 50여종의 한국 관련 책들이 팔리고 있었다. 이곳 매니저 아베는 “〈겨울소나타〉가 발매 한달 만에 본점에서 351권, 도쿄의 10개 지점에서 모두 3611권이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이렇듯 초가을의 도쿄는 여름부터 시작된 한국바람으로 뜨거웠다. 덱스엔터테인먼트 구로카와 후미오 사장은 “영화 〈쉬리〉를 보고 일본인들은 ‘한국이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라며 놀랐다”며 “보아가 몰고 온 바람과 〈겨울소나타〉의 유행이 한국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다이스케(26). 한국을 사랑하는 젊은이다. 〈쉬리〉와 〈제이에스에이〉 〈엽기적인 그녀〉 등 일본에서 인기를 끈 한국영화를 수입·배급한 중견 엔터테인먼트업체 ‘아뮤즈’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994년 한-일 청소년교류단의 한명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거기서 강산에의 노래를 듣고 난 뒤 한국노래에 푹 빠졌다.

내친김에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98년 서울 연세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 대중문화부터 역사까지 샅샅이 훑었다. 그는 노래방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다 말고 “‘세종실록 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에 독도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가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무라 마유미(24). 소주가 좋아 자기를 ‘참이슬 갸루(걸의 일본표기)’라 부르는 기무라는 2000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그새 5번이나 한국여행을 했다. 처음 맛본 곱창찌개가 너무 맛있고 동대문시장의 옷이 너무 예뻐서 한국에 빠졌다고 했다. 올 초부터 한국인 유학생한테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무라는 아예 한국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을 “재밌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고 했다. 노무라는 한-일 역사인식 차이의 원인을 교육에서 찾았다. “일본에선 근대사 분야를 입시에 내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반면, 한국은 입시에서 근대사 비중이 크고 교육에서도 강조한다.” 노무라는 “그래서 두 나라 사람들은 만나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 젊은이들에겐 한국 대중문화가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2. 2003년 10월의 베이징 중국 베이징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단거리. 오후 2시의 거리를 ‘문희준’이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를 걸친 20대 청년이 두건 두른 머리를 리듬감 있게 흔들며 지나간다. 시단의 한국쇼핑몰 ‘썬루얼 한국성’. 이효리의 브로마이드 앞에서 중국 10대들이 북적거린다. 라오펑(25·대학생)은 “한국 대중문화는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고루 갖춰 부담스럽지 않고, 일본문화와 달리 우리와 ‘코드’도 맞는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한류’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김윤호(43) 베이징 우전소프트 사장은 “국내에서는 중국의 한류가 ‘한물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흐름은 꾸준하다”며 “한류는 중국 10대들이 한국의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현상에서 정치·경제 쪽으로 그 저변이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양구 야윈촌의 한국문화원. 중국식 명칭은 한국문화신문처다. 여기에선 매주 한번씩 8면의 한국 소식지를 발간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한국 뉴스가 실린 이 소식지는 나오자마자 동이 난다. 소식지를 가져가던 리빙빙(21·대학생)은 “매주 소식지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며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한다.

이곳에는 200명 정원의 초급반과 100명 정원의 중·고급반 각각 2개반씩 6개반의 한국어교실이 있다. 베이징 외국어대 이은숙 초빙교수는 “지난해까지는 한국 연예인들 때문에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얼마 전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영어 다음으로 쓸모가 있어서’라는 대답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구직이나 사업과 관련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젊고 학력도 높은 한족 수강생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하이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한국어과정을 다니고 있다는 왕루치(21)는 그룹 ‘엔알지’에 빠져 한국까지 갔다고 했다. 왕은 “완강하게 반대하던 아버지께서 1학기 등록금만 대줄 테니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하라는 조건을 걸고 한국행을 허락하셨다”며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중국의 한국문화 관련 잡지에 글도 기고하면서 돈을 벌지만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조금씩 알아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노릇을 하고 싶다.” 2003년 가을, 왕루치처럼 한국의 문화를 매개로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일본과 중국 모두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도쿄/이태희 기자, 베이징/김영인 기자


중국의 한류북부서 전역으로 남하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이른바 ‘한류’는 올해 초부터 상하이, 난징 등 중국 전역으로 남하하고 있다. 또 10대 위주였던 유행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1996년 ‘한성음악실’이라는 한국음악 전문 라디오방송을 처음으로 시작한 김윤호 우전소프트 사장은 “당시에는 베이징에서만 방송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부에서 한류가 시작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앙인민방송을 통해 전역으로 방송해 중국 각지에서 하루 400통이 넘는 엽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은 ‘엘지서우지링팅한궈’라는 프로그램이다. 서우지(手機)는 ‘이동전화’를 뜻하고, 링팅한궈(聆聽韓國)는 ‘한국을 듣는다’는 뜻이다. 1시간 내내 한국음악만 소개된다. 중국 방송 50년 역사를 통틀어 프로그램에 다른 나라 이름이 들어가고, 그 나라의 문화만 다루는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했다. 국산 이동전화 단말기에 대한 인기도 반영하고 있다.

한국유학생 왕루치도 “상하이와 칭다오 등 남부지방에 사는 한국팬들이 콘서트가 열리는 베이징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자주 본다”며 “한국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당성이 강한 학생이 선발된다는 베이징 인민대학에서도 한류를 느낄 수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길신애(22·숙명여대 2)씨는 “중국 여대생들이 한국 교환학생들이나 유학생들의 옷 입는 법과 화장법을 배우려고 몰려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영인 기자
일본의 한국바람
단명이냐 장수냐 기로 도쿄에서 만난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 것’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아이엠에프와 월드컵 덕분이라고 꼽았다. 아이엠에프로 한국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젊은층에서 한국여행 붐이 일었다. 방송사들도 연일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한국의 음식과 옷,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고춧가루 다이어트’ 바람이 불어 김치도 크게 히트했다.

그러나 1990년부터 도쿄에서 한국문화 진출의 교두보 구실을 해온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업체 ‘니칸브레인’의 허한조(사진) 사장은 “이곳의 ‘한국 바람’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한국 스타들은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번 휙 와서 인터뷰하고 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생명을 지킬 수 없다.” 허 사장은 “일본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도 있다”며 “적어도 5년 또는 10년은 지속할 생각을 해야 일본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점도 유감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라고 하지만 지적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선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한국이 일본 문화시장의 5%만 차지한다고 해도 한국 전체 매출과 맞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얘기다.

“보아가 올 상반기 벌어들인 돈만 해도 4500억원에 이릅니다. 구사나기가 속한 ‘스마프’가 데뷔 뒤 지난 12년간 벌어들인 돈은 3조원을 넘습니다.” 허 사장은 “일본에서는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의 구조이기 때문에 장수가 가능하다”며 “기왕 한국 문화가 일본에 교두보를 만들었으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철저히 준비해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ㅡ  도쿄/이태희 기자

댓글 '2'

달맞이꽃

2003.10.16 10:56:48

일본에 한국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군요 .
알게 모르게 쌓인게 많은 두나라 인지라 좋은 현상인것 같군요 .
여기에 지우님이 한 몫 한건가요.? 후후후~

깜찍지우

2003.10.17 03:28:57

지우님 일본에서 터 단단히 잡으시면
배우수명 무쟈게 연장되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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