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조회 수 3014 2004.03.17 22:23:27
토미
     내 친구 중에는
     세상의 인연이 다 번뇌라며
     강원도의 어느 절로 들어가다가,
     시외버스 안에서 군인 옆자리에 앉게 되어
     두 달 만에 결혼한 애가 있다.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은 희경’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연은 참 오묘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니, 놀랍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인연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인연이란 맺고 싶다고 맺어지고, 끊겠다고 해서 끊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일은, 좋은 인연을 악연(惡緣)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점심에 배고픈 배를 채우고자 사무실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오래전에 좋지 않은 일로 헤어진 친구를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만나니 참 반갑고 좋았습니다.
  마치 ‘박 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中에 나오는 구절처럼 말입니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특히 행복한 시간은
     아무도 붙잡을 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행복한 시간만 빨리 흐르는 것은 아닐 겁니다.
  불행한 시간, 고통의 시간, 좋지 않은 기억도 지나고 보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책상 앞에 앉으니, 몸이 나른합니다.
  아무래도 일찍 쉬어야 하겠습니다.
  그럼 장자의 글을 적으면서 그만 줄일까 합니다.
  여러분,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세요.

     빈 배 -장자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10'

2004.03.17 23:26:10

무소유의 행복 ..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겠지만 평범한 인간이기에 하지 못하고 있다면
궁색한 변명 일까요.
님의 글을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안보이셔서 궁금했었는데 요즘 님의 글을 자주
만날 수있어서 행복합니다.
오늘도 님으로 인해 마음가득 채우고 갑니다.

지우팬

2004.03.17 23:40:15

힘들지만.. 님의 글로 인해 잠시 쉬어 갈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또한 이런 팬을 갖고 있는 지우씨가 부럽기도하구요..


rosa

2004.03.18 00:46:25

은희경씨 와 박완서씨의 이구절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입니다
토미님 좋은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Flora

2004.03.18 01:00:28

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근데 오늘 시는 유난히 더 어렵네요ㅜ,ㅜ
하지만 댓글을 읽어보니 알듯도 해요^^
님 덕분에 항상 좋은 공부해요
님 항상 행복한 하루 되세요!

코스

2004.03.18 01:09:48

토미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세월을 함께한 좋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세월 전체가 빛을 발하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삶에 재산이라는 것...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의 최대의 축복이겠지요..
토미님...오늘의 글에서는 사람과의 인연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그럼...편안한 밤 되세요.^^

달맞이꽃

2004.03.18 07:47:19

저에 친구 얘기랑 비슷하군요 .
그친구도 같은 좌석에 앉았다가 그 남자에게 순식간에
맴 뺏긴 친구가 있거든요 ..
자기왈~~~~~~뿅갔어야 ㅎㅎ
그사람 주위에 광채가 나드라네요 .
믿거나 말거나 지만 하도 웃으워서 ㅋㅋ
근데 ..중요한건 지금도 남편 얼굴만 보면 설렌다네요 .
낼 이면 오십인 그녀가 말여요.. 허허~
많이 웃고 사랑하면 얼마나 삶이 즐겁겠는교 .
하지만 그렇지만은 아니라는거 살다보면
수없이 경혐하고 부딪치지요 .후후~
부부간에 인연이든 남매간에 형제간에 인연이든
인연은 소중히 할때 소중해 지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ㅎㅎ
아직도 몸이 그러신가 봅니다 .
몸 가뿐히 추스리시고 오늘도 샬롬해 봅시다레~

이혜란

2004.03.18 11:05:45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 가도,,
추억이 남으니까...
행복은이란 두글짜는 항상
우리랑 같이 있는 거쥐요....^^....

앨피네~★

2004.03.18 11:17:58

토미님.. 고맙습니다.
항상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거든요..
제가 좀 단순하게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라서여.
빈배라는 글을 읽으면서..
훗~ 그렇지.. 하면서.. 웃었지요.. 맞아요..
장자말대로 세월의 강을 건너갈때
내 배를 빈배로 만들면 아무런 상처도 맞섬도 없이 건널것입니다..
하지만...그것은 매우 힘든일이겠지요... ^^
토미님~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흠냐~

2004.03.18 12:22:10

토미님 오늘도 감동먹고 갑니다..
매일매일 보석같은글 감사드려요.
저두 맘을 비워야 겠어요..그게 힘든일이긴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읽은지 꽤 오래되서 저런구절이 있는지 조차
까먹었었네요..ㅡ.ㅡ;;...
다시 꺼내봐야겠다눈..
오늘도 좋은하루 즐건하루 보내세요~

.....

2004.03.18 13:34:52

장자의 글에 머리 끄덕여집니다. 나 자신을 빈 배로 만든다는 거... 어려운 일이겠지요. 모든 욕심을 버려야 할 테니까요. 성직자들을 보면 경건해지는 이유가 그들이 그래도 빈 배에 가까운 분들이어선가 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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