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21기사 입니다. ㅡ직선과 곡선을 품다.

조회 수 3481 2004.03.22 00:00:52
★벼리★
그녀 안의 곡선과 직선

검은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쑤욱 치켜올린 진한 화장. 메두사처럼 어지럽게 뒤엉킨 굵은 웨이브 머리의 최지우가 몸에 달라붙는 슈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삐딱하게 선 채로 상반신을 이리저리 틀어 포즈를 취하는 최지우의 눈매가 서늘하다. 본격적인 촬영에 접어들었을 때 스튜디오에 렉시의 <애송이>가 흐른다. 그러자 최지우의 표정이 노래 가사를 따라 점점 더 도발적으로 바뀌어 간다. “자신있음 이리 와봐. 애송이들아.” 팜므파탈 버전의 최지우가 낯설긴 하지만, 의외로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재밌어요. 나 아닌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보여준다는게.”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했던 최지우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하게 풀어져 있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나아닌 나’로의 변신이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최지우에게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다양하지 않다. <아름다운 날들><겨울연가><천국의 계단>으로 이어져온 ‘눈물의 여왕’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일 것이다. 종방 1개월이 지났지만, 스토리와 배우에 홀딱 빠졌던 열혈팬에게도, 씹는 재미로 본다던 안티팬에게도 <천국의 계단>의 ‘여진’은 남아 이TEk. 뒤늦게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히트하면서, 최지우 다큐멘터리다, 최지우 관광상품이다, 해외로부터의 구애도 뜨거운 이즈음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하루도 못쉬고 일했다”는 증언이 아니더라도, 최지우가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최지우가 최루성 멜로라는 한 우물만 판 것은 아니다. 영화로는 주로 로맨틱 코메디에 출연해온 최지우의 캐릭터는 강단도 있었고, 애환도 있었고, 푼수끼도 있었다. 하지만 사슴같은 눈에서 또르르 떨어져내리는 최지우의 눈물을 대중은 더 많이 사랑했다. 그런 최지우가 다시 한번 조심스러운 ‘배신’을 기도하고 있다. “우는 신이 없어서”<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는 최지우는 천하의 바람둥이에 꽂혀, 숙맥에서 선수로 돌변하는 자신의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다’고 전한다. 눈물없이, 그녀는 우리를 어떻게 설득하려 하는지, 기다리고 또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체 최지우 불패신화의 비결이 뭔가
-영화에선 아니었다.(웃음)내가 다작하는 편은 아니어서, 1년에 1편 정도 해왔는데, 작품 복, 파트너 복이 있었다. 연기한 지 올해로 9년째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 앞에선 연기하는 게 쑥스럽다. <천국의 계단>의 경우는 친분이 있는 이장수 감독님과의 작업이라 무천 편했다. 백지 상태로 나를 비워내고서 역할에 몰입하고 파트너와 호흡을 잘 맞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영화에선 왜 아니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망한 영화는 없다. 작품 고르는 기준이 드라마와 영화가 다르진 않다. 사람들이 먼저, 시나리오는 그 다음이다. 다만 영화는 촬영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식이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이 좋은 나로서는 감정 연결이 쉽지 않을 때가 더러 있었다. 이번엔 병헌 오빠랑 이미 호흡도 맞춰봤고, 내 또래 배우들이 여럿 함께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 인기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엄마랑 샌프란시스토에 놀러갔을 때, 맨 얼굴에 슬리퍼 끌고 돌아다니다가 “유진(<겨울연가>의 캐릭터)아니냐?”며 알아보는 일본, 대만인들과 많이 마주쳤다. 아줌마팬이 많은데, 동생처럼 친구처럼 아껴준다. 힘들겠다고 안쓰러워하고, 촬영장에 보양식 싸들고오고 그런다. 일본에서 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데, ‘날 뭘 찍나, 내가 그 정도 되나’싶고, 작품 고를 때도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티팬도 적지 않다. 그들의 독설에 위축된 때도 있나.
-그럴 때는 지났다. 나이가 몇인데.(웃음) 처음엔 상처받았지만, 이젠 편안해 졌다. 연기 못한다는 얘기 많이 들었지만, 꿋꿋하게 할 일을 해왔다. 보기와는 다르게 내가 좀 낙천적이다. 죽을 둥 살 둥 목숨걸고 하는 스타일도 못 된다. 큰 욕심 부리지 않는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변화되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연기가 재밌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언제부터 연기를 즐기게 됐나.
-연기에 대해 알 것 같다고 느껴진 게<아름다운 날들>때고, 연기가 부쩍 재밌어진 건<겨울연가>부터다. 카메라 앞에서 편해진 건 <천국의 계단>에 와서다. 전과 똑같이 우는 연기를 해도 가슴이 후련해지곤 했다.

청순가련 이미지를 고수할 것인가. 아님 대안을 생각하고 있나.
-그러니까 이런 영화(<누구나 비밀은 있다>)도 하는거 아니겠나. 이건 청순가련과는 거리가 멀다. 멀어도 한참 멀다. 영화에서 나는 단 한번도 청순가련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었다. 드라마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 성급하게 변신을 말하긴 싫다. 준비됐을 때 하고 싶다. 아직은 한 역할보다 안 한 역할이 많다. 천천히 도전하고 싶다. 멜로하면 최지우가 떠오르는거,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새 영화에 베드신이 있다고 들었다. 많이 예민해 있겠다.
-나 안 벗는다고 선언한 적 없다.(웃음) <올가미>에도 ‘나름대로’ 베드신이 있었으니, 처음은 아니다. 흐름상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끈적끈적하게는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재밌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연기 9년째다. ‘여배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MBC공채 탤런트로 뽑혔을 때 내가 제일 어렸다. 사방에 언니, 오빠뿐이었는데, 이제 현장에 ‘선배님’이라 부르는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졌고, 더러 군기도 잡는다.(웃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여배우를 볼 때 눈가의 주름을 보려들지 말고, 눈의 깊이를 봐달라고. 나도 연륜을 쌓아가면서 눈빛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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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재밌게 보내셨나요?
전 오늘도 낮에 놀기 위해 어젯밤 팬미팅 갔다와서 피곤쓰함에도 불구하고 새벽 6시까지 과제를 했답니다..으하하;; 완전 의지의 한국인이죠!;;; 그러고 11시에 일어나서 놀러갔다죠..;;허허허
근데 과제 마저 못해서 마저 하러 가야해요...ㅡ.ㅠ

아~ 인터뷰중 마지막 말이 정말 인상 깊지 않나요? 이번 인터뷰 멋져요~히히

3월 넷째주. 재미있고 보람차게 보내세요..^^

댓글 '10'

지우공쥬☆

2004.03.22 00:02:39

벼리언니 기사 감사해요^^근데 저도 살라고 했는데,,
흠,,사기가 힘드낭??완전 강,체,력!ㅋㅋ
과제 열심히 하시궁,,, 언니두 보람차고 활기찬 한주 보내세요-☆

LoW

2004.03.22 00:06:07

후훗 지우님과의 인터뷰 잘읽엇어요..^^
그래요.. 못해본 역할 다 맞아 보시구 .. 여러 방면에서.. 모두 다 성공하는 이런 일 크게 기대하구.. 또 ... 기도 할께요..^^
한번팬은 영원한 팬이다..!!
로우가....
이런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진희

2004.03.22 00:09:10

잘봤어...
이거 타이핑하느라 고생했겠따..
수고했네 그려~

sunny지우

2004.03.22 00:23:12

벼리 ~
어제 반가웠단다.
많이 힘들었지?
늘 현주님의 오른팔지기라 생각한단다.
오늘도 씨네21기사 고마워 ,
지우님의 영화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볼수있겠지?
몹시 기대가 되요...
벼리 너무 고마워요..
환절기 감기조심하고...

행인1

2004.03.22 01:39:48

정말 멋진 인터뷰로군요 ... 진솔함이 팍팍 묻어나는...
최지우씨 TV 인터뷰...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느낌이 좋았거든요...
꾸밈없이 솔직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요...
좀더 최지우씨에게 다가갑니다..
타이핑 하신거지요... 감사합니다...

페드라

2004.03.22 07:57:05

지우씨의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팍팍 묻어나는
마음에 쏙 드는 인터뷰 내용이네요.
깊이를 알 수 없는 맑은 가을하늘의 호수같은 눈을 가진
지우씨,
항상 그렇게 당당하기를...

이혜란

2004.03.22 10:38:11

직선과곡선을 품다..딱 맞는 말인것 같네요..왜냐면 지우씨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같이 공존 하는 배우니까요...다른 사람들은 지우씨가 여린
사람이라고 많이들 생각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한다면 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뒤늦게 다시 대학 간것도 그렇고
영어를 배우겠다고 어학 연수도 다녀오구 이모든것이 굳은 결심이 아니고는 바쁜
연예인에겐 어렵죠...찾아보면 이것 보단 마니 있겠지만..아무튼 지우씨는 강인한
사람 이라고 생각 함...정말 대단해요~~~.....

세라

2004.03.22 10:53:48

정말 멋진 인터뷰입니다. 울 지우님 말씀하시는게 속이 꽉 차 있으신데여..그러구보니 영화에서는 한번도 청순가련연기를 안했네요...워낙 드라마마다 히트를 쳐서인거 같아요.. 오늘 일본가시나요? 잘다녀오시기를 기도합니다.
님들 모두 소중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경숙

2004.03.22 15:41:30

지우씨 인터뷰 진솔하면서도 자심감이 묻어나서 좋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한가지 걱정이 "안 벗는다고 선언한적 없다. " 라는 말이 걸리네요.
10년동안 노출을 안했는데...아무리 작품을 위해서라도 벗는것은 삼가했으면하는 바램이있어요....전 좀 보수적인 팬이죠?
제 생각이지만 지우씨가 벗으면 지우씨팬 대부분이 기절합니다.
배우마다 각자 어울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봅니다.
영화 벗지않아도 훌륭한작품 많아요....그런걸 택하셨으면 합니다.
나이30에 이제까지 안하던 노출....글쎄요....걱정걱정
전 개인적으로 지우씨 수영복입은 모습도 본적이 없는데
벼리님, 타이핑 치느라고 수고 많았어요.
늦엇지만 대학입학 축하해요.^^*

Flora

2004.03.23 00:50:04

님~ 저도 기사 잘 읽고 갑니다.
하나하나 타이핑 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하지만 님 덕분에 저희는 잘 읽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요번 인터뷰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물론 몇몇부분은 어휘 때문에 이해가 조금 안되지만요...ㅜ,ㅜ)
지우언니 일본방문 잘하시기를 바라고요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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