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파리를 방문한 최지우가 트레이드마트인 ‘청순가련’의 이미지를 벗고 퇴폐적인 관능을 입었다. 카메라 앵글 밖에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낭만의 도시를 모험하고, 카메라 셔터 소리엔 붉은 장미처럼 매혹적인 향기를 발산하는 요부로 변신했는가 하면 갈리아노의 초대를 받았던 디올 컬렉션에 드레스가 아닌 경쾌한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무수한 외신 기자들의 소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녀와 3박 4일의 시간을 함께 한 ‘파리 남자’ 심우찬의 기록은, 우리에겐 ‘말라깽이’ 여배우일 뿐인 평범한 그녀가 아시아의 ‘지우히메’로로 추앙받게 된 작은 단서를 말해준다.


엘르 코리아 편집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밀라노 컬렉션에서 만난 엘르 일본판 편집장이 ‘최지우 촬영’에 대해 듣자마자(사진도 보지 않은 채 무조건) 리프트 신청을 했는데, 일본어가 되는 내가 아예 최지우 인터뷰 기사를 같이 쓰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후지 텔레비전과 NHK가 <천국의 계단>과 <아름다운 날들>을 방영하는 일본의 토요일은 당분간 ‘최지우의 요일’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아시아의 ‘지우히메’가 갈리아노의 초청을 받고 디올의 컬렉션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는 유럽의 다른 나라는 자주 방문했음에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 파리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취재거리가 또 어디 있을까. 물론 편집장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였다!

Day 1
그녀와의 첫 만남은 루브르 박물관 실내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카페 마를리에서였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어학연수를 겸한 한 달간의 리프레시 휴가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다. 오랜 비행시간에 지친 그녀가 과연 이튿날 있을 화보 촬영을 순조롭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온갖 까탈스런 여배우들과 슈퍼모델의 변덕을 체험해본 나로서는, 촬영 일정을 급히 잡은 편집장을 원망했다. 하지만 정작 최지우는 본인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파리의 야경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파리와는 인연이 없었어요. 영국이나 스위스는 몇 차례나 갔었는데 말이죠.” 근사한 조명을 떨구는 루브르의 피라미드 앞에서 그녀는 두 옥타브쯤 올라간 상기된 탄성을 내뱉으며 스태프들과 열심히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모습이 그대로 유진이며, 연수 (잡지에는 영수라고 나왔는데요 오타인 것 같습니다.^^') •정서가 아닐까. 누구나 꿈꾸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순수한 사랑의 대변자이자 청순가련형 미인 최지우의 분신들 말이다.
하지만 바로 이 ‘청순가련’ 때문에 최지우의 존재는 많은 여자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더욱이 ‘자기주장 강한 화려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 디올과의 화보 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미지 아닌가. 존 갈리아노가 캣워크에 자주 선보이는 ‘미래의 여전사’나 ‘고급 창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인의 초상>에서의 니콜 키드먼이 보여줬던 열정적인 모습 혹은 <화양연화>에서 목격했던 장만옥의 무너질 것 같은 적당한 퇴폐스러움이 필요했다. 비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이런 머리 꼭 하번 해보고 싶었어요.” 힘들게 가발까지 써야 하며 눈매를 가리는 짙은 아이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컨셉트였다. “아멜리에 머리를 좀더 우아하게 변형시킨 거죠? 그런데 아이라인은 너무 굵게 그리지 않았으면 해요. 눈이 처져 보이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Day 2
르와얄 거리의 새로운 디올 부티크. 포토그래퍼 조선희, 런던에서 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 스타일리스트 노광원의 호흡 덕분에 촬영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로케이션 밴에서 빠져나와 마들렌 광장 앞에 선 그녀는 “최지우 맞아?”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더 이상, 모범생 유진이나 정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열정을 불사르고, 세상의 모럴이나 관습 따위 코웃음치며 넘겨버릴 수 있는 세기말의 요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디올 숍에 들어서자, 홍보 담당인 크리스티안 할머니가 “트레비앙!!(최고)”을 연발했다. 174cm나 되는 큰 키의 동양 여배우가 디올의 퀼팅 코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촬영 의상이 ‘쇼 의상’이라 내심 걱정이 대단했던 이 프랑스 할머니는 최지우의 ‘옷거리’에 단단히 반한 듯하다. “지우씨,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모델 활동 했었어요?”
그녀는 모델로서도 완벽한 프로포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어 보였다. “사실 지우의 무명 시절에는 큰 키가 오히려 콤플렉스였어요. 상대 남자 배우들과 키 맞추기 힘들다고 말이죠.”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노광원이 슬쩍 알려줬다. 톰 크루즈의 작은 키 때문에 하이힐을 신을 수 없었던 니콜 키드먼이 떠올랐다.
뫼리스 호텔(Meurice Hotel)에서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르네상스 풍의 이 호텔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총사령부로 쓰였던 곳으로, 포토그래퍼 조선희가 원하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천연의’ 세트였다. 호텔 바에서의 촬영에는 이제껏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던 나이 지긋한 가르송 조르쥬가 정장을 차려입고 엑스트라로 출연해주었다. 조선희가 셔터를 눌러댈 때마다 칵테일을 들고 나와 서빙하는 포즈를 취했던 그는 완벽한 엑스트라였다. 비록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한 편도 본적 없지만, 그는 사춘기 소년처럼 수줍게 이 이국적인 여배우를 향해 사인을 요청했다.
촬영에 탄력이 붙자, 점심시간도 미룬 채 촬영이 속행된다. 이번엔 방돔(Vendome) 광장의 디올 주얼리 숍에서의 촬영.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녀를 알아본 관광객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름까지도 또렷하게 ‘최. 지. 우’라고 발음하는 중국 관광객이 모여들어 덩달아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한류의 현장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조선희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꾸역꾸역 모여드는 관광객들과 이를 구경하는 프랑스 사람들로 촬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역사적인 30번제 몽테뉴가, 디올 본사에서의 마지막 촬영에서도 계속됐다. 디올 쇼에 입장하던 모든 동양인들이 최지우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사인과 사진 촬영을 저지하는 악역을 캐스팅 디렉터 박현정이 떠맡은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아시아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최지우의 매력을  100% 실감할 순 없었다. 다음날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베르사유와 오르세 미술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댓글 '1'

이경희

2004.10.25 09:43:52

FIora님 기사 감사합니다 1,2 다 읽고나니까 지우씨 모습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쿵닥쿵닥 뛰네요^^
거기서도 지우씨 미모는 알아주네요^^그쵸?
화보집 사러가야 되겠어요 오늘하루 해피해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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