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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흥행의 키워드

[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멀디(멀티-디지털) 세대들은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에서 벗어나 케이블이나 인터넷으로 이동한지 오래다. 미국과 일본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다. 지금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은 아날로그 세대의 마지막 피치라는 말도 들린다. 그렇다고 한국 드라마가 일방적으로 미국이나 일본드라마에 밀릴 것 같지는 않다. 분명 한국 드라마에도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는 핵심 줄기 세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극 열풍의 <황진이>, <연개소문>, <주몽>, <대조영>! 그러나 사극 중에서도 인기키워드는 따로 있다. <주몽>은 고조선 부흥운동을 폈던 해모수의 한, 애닮음 때문에 초반부에 인기의 돛을 펼 수가 있었다. 사실 주몽의 고구려 건국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해모수의 애닮음에서 뿌리가 뻗어 나온 것이다.

<대조영>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대조영이 자신의 신분을 넘어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의 좌절과 애닮음에서 비롯한다. 이른바 약자의 설움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황진이>의 경우에는 어머니를 찾아 해매는 기녀의 딸 황진이가 마침내 찾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기녀의 길에 들어서는 곡절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둘 수 있었다. 애닮은 처지의 황진이가 과연 어떠한 난관을 뚫고 최고의 경지를 보여줄지 궁금증을 더한다. 어쩌면 어머니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황진이의 보통스럽지 않은 삶이 펼쳐진다. 그녀가 남성 중심의 사회와 사랑을 초월하는 것은 바로 어머니의 한 풀이였는지 모른다.

<대장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장금이는 마침내 최고 상궁이 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벼슬에 대장금이라는 호칭까지 받는다. 관건은 애닮은 어머니의 한을 장금이가 푸는가였다.

<해신>의 경우에는 천한 노비 출신의 궁복이가 해신 장보고가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의 신분적 한과 아버지의 죽음은 애닮음을 더하기만 했다. 여기에 신분의 차이로 이룰 수 없는 사랑과 멜로가 곁들여 졌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장대한 스케일도 있겠지만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와 애닮음이다. 그는 약자의 설움을 딛고 마침내 누구도 할 수없는 일들을 일구어 낸다. 시청자들은 영웅에서 애끓는 인간을 보고자 했다.

이는 사극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하늘이시여>는 친어머니가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과정을 다루었다. 여기에서는 친어머니가 자신이 잃어버린 딸을 얼마나 애절하게 그리며 보살펴 주려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이는 시어머니가 어머니였으면 하는 한국 여성 애닮은 심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불새>의 경우에는 너무 젊은 나이에 결혼한 두연인이 계층 차이를 넘지 못하고 헤어진 뒤에 다시 관계를 복원하기 까지의 애닮음을 잘 그렸다.

<내이름은 김삼순>은 노처녀가 그동안 얼마나 상처를 안으로 삭였는지 그 심리적 묘사가 당당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려졌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녀에게 동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착한 이의 애닮음이었다.

똑같은 작가의 작품인 <여우야...>는 이러한 애절함이 여주인공에게서 드러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내숭쟁이고 남주인공은 순수청년이다. 그러나 순수청년에게서 애닮음은 잘보이지 않는다.

<소문난 칠공주>에서 나설칠의 신분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들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잃어버리게 한 사람을 아버지라 여겨온 세월이 애닮음을 더하게 했다.

<열아홉 순정>에서 양국화의 순수하고도 애절한 사랑은 가슴 저리게도 할만하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그 드라마 내용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해도 애닮음, 애절함이 코드로 작용한다. 이 애절함은 사회적 약자이면서 선한 주인공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혈연주의, 출생의 비밀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애절함을 극대화하려는 데서 비롯한다.

다만, 하나의 수단으로만 차용했던 트렌드 드라마는 모두 폭삭 망했다.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한류의 원인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이 끈끈한 정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단순한 화기 애애한 정이 아니라 고난을 당한 주인공이 자기의 연인을 찾고, 가족의 꿈을 성취하거나 한을 푸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것이 대개 사극에서는 영웅이 고난을 딛고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요소는 드라마만이 아니라 한국의 발라드나 트롯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일본에는 이러한 요소가 드물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멀-디 세대들은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요소에 너무나 익숙해져 식상해져있나 보다.

새로운 세대는 미래의 청사진이다. 드라마 시청자군에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고 절망할 일만은 아니다. 문화는 접합이다. 한국 드라마의 요소가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와 새로운 접합을 시도해야 한다.

이때 한국드라마의 문화적 원형인 애닮은 곡절과 감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약자의 정서는 잊지 말아야 할 자산이다. 미래의 청사진은 여전히 이점에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케이블 티브의 드라마 제작 시도에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댓글 '2'

달맞이꽃

2006.10.20 09:58:25

vos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벼리★

2006.10.20 22:42:11

공감이 가네요. 애닯음과 한이 한국인의 정서 이지요.
지우언니의 드라마도 그래서 유난히 혈연에 관련된 것이 많았구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것도 그러고 보면 참 맞는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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