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연인 - 드라마 안티가 푹 빠진 드라마 덕분에 즐거워  


영화와 음악은 세상 그 무엇,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난 드라마는 거의 , 아니 아예 외면하는 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부할대로 진부해져버린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제아무리 "드라마의 기본은 갈등"이라고 하지만 티비만 켜면 나오는 한국 드라마에는 항상 불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등을 토대로 하여 주인공만 바꾸고 매번 동일한 방식의 갈등을 조장한다.
그런 식으로 막장 드라마라고 욕을 먹어도 방송사나 제작사는 꿋꿋하다.
욕을 하면서도 항상 그런 드라마를 희한하게도 꾸준히 봐주는 열혈 시청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욕이란 욕은 다 들어 먹는 드라마들이 바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하던 대로 끊임없이 답습을 해도 어차피 결과는 그쪽이 오히려 더 안전빵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기꺼이 행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제대로 본 드라마라고는 얼마 전에 여자친구가 좋아한다고 해서 함께 감상을 공유하고 대화거리를 만들고자 몇 번 본 태양의 여자를 제외하면 네 멋대로 해라, 프라하의 연인, 온 에어 등이 고작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케이블에서 재방송 하던 걸 보고는 단번에 필이 꽂혀서 틈나는 대로 봤던 드라마이지만 보통은 중간쯤부터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는 경우가 절대 없었다.
쉽게 말해서 영화를 중간쯤부터 보지 않는 거랑 동일한 이유에서다.

첫 회의 드라마를 보는 경우에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정도만 보고 맘에 안 들면 바로 채널을 돌린다.
"고작 그 정도로 뭘 판단할 수 있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초반부터 틀에 박힌 소재를 늘어 놓기 시작하는 드라마는 내게 편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니까.
그런 드라마라면 계속 봐도 어차피 짜증과 울화가 치밀 뿐이니 내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볼 필요가 없다.
사실 욕하면서도 계속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도 이랬으면 우리나라 드라마도 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데...


스타의 연인도 애초에 첫 회부터 볼 의도는 전혀 없었다.
최지우란 배우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유지태에 대해선 부정적인 감정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호감도 없었다.
다만 우연히 채널을 돌렸더니 첫 회가 시작을 하길래 여느 때처럼 그저 "10분 정도만 볼까?"했었다.
바로 그게 지금까지 내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아서 지금은 빼놓지 않고 보게 되어 버렸다.
일단 스타의 연인은 첫 회에서 시작된 두 사람 간의 연결고리, 즉 모든 에피소드의 시작이 되는 사건의 발단부분의 설정이 나름 신선하게 이뤄졌다 생각했기 때문에 약간의 흥미를 끌었었다.

잘 나가는 톱스타 여자 연예인 이마리.
기획사 대표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그럴 듯한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해서 그녀의 인기에 불을 지필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가난한 시간강사 김철수에게 대필을 의뢰하게 되었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는 특별한 이유로 인해 그 제의를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부연하기 위해 삽입된 장면들이 내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모든 에피소드가 시작되기 전에 김철수는 강단에 서서 "대필은 자신의 양심을 파는 행위다"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했지만 가난한 자신을 위해 헤어진 연인이 등록금을 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고, 그녀에게 그 돈을 돌려주고자 대필을 수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굳이 꼬집자면 유지태가 맡은 김철수라는 캐릭터는 웬만큼의 전형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난하고, 잘 생기고, 가진 건 자존심 뿐, 머리는 좋아서 똑똑하고, 불의와는 타협하길 거부하는 남자가 그런 자존심 때문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하게 된다는 부분은 사실 조금 마이너스다.
하지만 이 정도의 걸림돌은 전체적인 극의 신선함을 가져 오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용인해줄 수 있다.
(솔직히 다른 드라마였다면 또 심하게 깠겠지만 이미 난 이 드라마가 좋아졌으니... 불공평해도 어쩔 수 없다)

김철수라는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설정 혹은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아직까진 극의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줄만한 것은 못 되고 그저 여타 주변 캐릭터들의 등장과 함께 곁가지로 작용해 드라마에 조금씩 갈등을 부여해서 재미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해져서 제발 여기서 더이상 김철수라는 캐릭터에 전형성을 더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아무튼 그렇게 책 작업을 하다가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되고 특히 둘 중 톱스타라는 위치에서 항상 고독함을 느끼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실한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던 이마리가 김철수에게 애틋한 감정을 키우게 된다. 여기서도 흔히들 말하는 "나쁜남자 컴플렉스"가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톱스타인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변에 있는 잘나신 영화감독, 배우, 재벌들이 안달을 했지만 김철수는 정반대로 할 말 다하는 까칠하디 까칠한 캐릭터니까 말이다.

뭐 이쯤 되면 남자들의 로망, 판타지, 워너비 심리를 철저하게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스타의 연인은 영화 노팅 힐의 한국 드라마 버전이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에이~ 무슨 저런 말도 안되는!"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그간 기존의 드라마에서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팔자 고치는 여자를 등장시켜 대리만족을 심어줬으니 이제는 남자들도 드라마를 통해 한번쯤 대리만족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지 뭐.

그래서 김철수가 한 마디로 부러운 녀석이라며 한탄을 할 수 밖에 없다.
헤어졌지만 한때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자신의 등록금을 대신해서 내줬는데 그게 싫다고 버럭하질 않나
그렇게 자존심 상하면 얼른 돈 벌어서 나중에 갚아주든가 하면 되고, 잘난 여자친구라 과거에 헤어져야만 했을까?
거기서 더 나아가서 톱스타가 자기 좋다고 하는데 또 버럭하질 않나...
어이구~ 잘 나셨군!!!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마리와 김철수의 감정선의 진전에 대한 묘사다.
김철수의 집에 불쑥 쳐들어와서 자고 가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은... 장면은... 그러니까 그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처음으로 최지우가 매력적으로 보인 대목이다.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려는 김철수에게 "안 가면 안되요? 어떻게 생각도 한번 안해보고 바로
갈 수가 있어요? 무슨 소리냐뇨! 김철수 씨 좋아한다구요!"라던 장면에선... 장면에선... 그러니까 그 장면에선...
아니 왜 내가 "아... 나도 저런 식으로 고백을 받아봤음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분마저 가지게 해줬다.
(이 씬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진짜, 몹시, 매우 감정이입이 된다)
아... 이런 말을 하려니 뭐가 이렇게 부끄럽지...
에헴!

그리고 그 집에서 김철수는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고 이마리는 뒤쪽에 있던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장면은 또 왜 그렇게 부럽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보였는지 모른다.
아무래도 너무 소박하다 못해 일상적인 장면의 연출이라 더 감정이입이 늪에 빠지듯 쭉 미끄러질 수 있었다.
나의 여자친구도 책 읽는 걸 무지 좋아하니까 언젠간 이 드라마 속 장면처럼 따스한 햇살로 가득한 방 안에서
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작성하고 여자친구는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행복한 장면을 머리속에 떠올려 본다.
"소박하다 못해 일상적인"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김철수와 함께 오만과 편견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에선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거침없이 말을

하는 현실성을 피력하지만 반면에 "돈은 나도 많으니 상관없어요"라는 너무나도 환상적인, 그야말로 말 그대로 환상적인 발언을 해서 또 한번 남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뭐 까놓고 말해서 남자라고 해서 뭐 여자 잘 만나서 팔자 고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돈에 허덕이고 싶지 않은 심정이야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동일할진데 여잔 괜찮고 남잔 찌질이가 되선 안되지.

그거야말로 성차별인 거다!



정말 맹세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연기력을 떠나 외모적으로도 최지우를 괜찮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타의 연인을 통해서 최지우가 180도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송윤아를 실제로 만나서 아주 잠시잠깐 대화해본 후에 푹 빠졌듯, 한때 정말 신드롬이었던 심은하에게도 콧방귀나
뀌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 한편을 통해 여신으로 숭배했듯 지금의 최지우도 같은 상황이 되었다.
김철수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되려 자신이 기뻐하는 장면, 이리저리 애교 부리고 떼 쓰는 장면, 그에게만은 과감하게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드러내주는 장면 등등...
이 드라마 속 이마리와 최지우는 내게 이미 더이상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배우가 되었다.
화를 낼 때가 많아서 그렇지 귀엽기로 따지면 유지태도 만만치 않다.  



연기력?
글쎄... 뭐 혀 짧은 발음은 선천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패스하고 나머지도 뭐 그다지...
뭐 어떤가?
남,녀 그룹의 아이돌 가수들이 리이브로 노래를 잘해서 팬들이 많은 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

난 지금 이순간 소위 말하는 빠돌이가 되었나 보다.


월 1일 방영된 스타의 연인 8회 마지막 장면에선 정말 감격스런 장면이 등장했다.
옛 연인에게 그랬듯 이마리에게마저 AT 필드를 형성해 더이상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비련의 나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던 김철수는 또 한번 버럭하며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이마리는 여기서 굽히지 않고 "나도 한 고집 하거든?, 나 너 정말 좋아한다니까"라는 듯 김철수의 AT 필드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며 그로부터 키스를 나누며 끝이 났다.

아... 이 얼마나 감동적인 장면인가? (어느 새 나도 어지간한 푼수가 되어가고 있구나...)
여자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통해 자신이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 더이상 다가오지 마라고 화를 냈지만 도리어 "당신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어요"라며 보듬어 주려는 여자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으리요?!

당분간 난 스타의 연인 홀릭으로 살라요!!!



[출처] 스타의 연인 - 드라마 안티가 푹 빠진 드라마| 작성자 발없는새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293805


댓글 '7'

2009.01.02 23:22:55

스타의연인 읽은 리뷰중 최고네요

fan

2009.01.03 02:56:51

Hey you guys. I watched most Korean dramas; I’ve seen many actors and actresses that make pronunciation mistakes, nobody is perfect. But only Jiwoo is picked on! That’s why she makes more mistakes probably. Because, people who try hard not to make mistake, can feel nervous and uncomfortable, and they end up making more mistakes. A lot of people make pronunciation mistakes, than why is it that only Jiwoo have to be a target? It’s not fair! I thought about Jiwoo. How many years does she have to put up with these hurtful people! I’m tired reading that her anti fans are keep bothering her about her little mistakes. All people make mistakes, even actors and actresses. Because they are all human are not perfect! We all know she always tries her Best. Long Live Jiwoo! Queen of the Dramas!!!!

friend

2009.01.03 04:05:28

I think 발없는새 is a jerk and a Anti Fan of Jiwoo. He only likes the story. How can he compare Jiwoo with idol star?

골수

2009.01.03 06:03:31

전에두 내겐 이쁘고 귀엽기만 했는데
지금은 더 이쁘고 더 귀여워...

젠장

Bolt

2009.01.03 17:12:40

It is OK with some mispronunciations. At least, she can produce that unique pigeon sounds which I find it was really funny and cute!! Hahaha....

Bolt

2009.01.03 17:14:46

Without disrespect, the unique pigeon sounds refers to the sounds she made while hiding under the roof (I think Episode 5/6), if you know what I am talking about!!

★벼리★

2009.01.05 00:24:20

와우. 정말 대단한 리뷰예요 ^-^
정말 글 쓰신 분 만나보고 싶어요 !!!
마리에게 빠지셨음 스타지우도 함 놀러오시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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