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조회 수 3187 2002.06.23 14:52:32
토미
     무엇이 청빈淸貧인가

     청빈淸貧이란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사상과 의지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간소한 삶의 형태이다.

  나카노 고지(中野孝次)의 <청빈의 사상>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어제 늦은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여동생이 포천抱川에 갔다오는 길에 사온 허브차茶를 마시며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집안이 고요하다 보니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헤드폰 끼고 음악을 듣지 않아도 좋다는 거...

     어느 때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때 가장 먼 것이 되고,
     어느 때 충만했던 것이
     어느 땐 빈 그릇이었다.

     어느 때 가장 슬펐던 순간이
     어느 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고
     어느 때 미워하는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느 때 무엇으로 내게 올까.

  (주)샘터에서 펴낸 <풍경소리>에 나오는 시인 김춘성의 '세상살이'라는 시입니다.
  이 세상... 아무래도 마음먹기에 달린 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샘터에서 나온 풍경소리에는 모두 1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산사의 풍경소리가 그러하듯이, 소리치며 강요하지 않는 언어, 소박하지만 영혼을 밝혀 주는 언어, 침묵의 공간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언어"로서 "우리의 지친 영혼과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늘진 곳에 스며드는 햇살과 같이 사람들 가슴속에 생각의 뜰을 가꾸어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꿈 - 김성동

     새가 되고 싶다.
     물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고 싶다.

     그 어느 것에도 걸림이 없이
     푸른 하늘을 훌훌 날아다닐 수 있는 새라면.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끼고 돌아가고,
     산을 만나면 두 팔 가득 보듬어 안고 함께 가며,
     가시철망 콘크리트를 만나면 배밀이로 기어가다가,
     흙을 만나면 땅 속 깊이 스며들어
     마침내는 이윽고 콸콸 촤르르 흘러갈 수 있는 물이라면.

     늘 머물러 있으면서 늘 떠나고
     늘 떠나면서도 늘 또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바람이라면.

        우물에 뜬 달

     우물에 환히 뜬 달은 여간 아름답질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짜 달은 아닙니다.
     진짜 달은 하늘에 떠 있습니다.

        가슴을 적시는 샘물 - 김영희

     무성한 숲만이 온갖 새들을 다 품을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굳게 가슴을 닫고 사는 사람들,
     그들은 남에게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따스함이 없는 가슴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마치 끝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것처럼
     목마르고 힘겨울 것입니다.
     작은 실개천 하나가 넓은 초원을 두루 적시듯
     지치고 힘든 나그네에게 한 모금의 샘물은
     곧 목숨의 근원이 됩니다.
     따스한 마음은 세상의 가슴을 적시는 샘물입니다.

        뒷간을 단청하랴 -서동석

     바가지는 물이 새어서는 안 되지만
     쌀을 이는 조리는 물이 새지 않으면 쓰지 못합니다.
     바퀴는 둥글어야 하지만 바퀴의 축은 각이 져야 합니다.
     단청이 잘 되어야 전각도 제 모습이 살지만
     그렇다고 뒷간을 단청하면 놀림감이 됩니다.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 치고 저서 없는 이 없지만
     이름 없는 문인의 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 몫은 하지 않은 채 다른 몫을 기웃거리며
     우쭐대려 하는 이에게 서산스님은 일갈했습니다.
     '뒷간을 단청하랴!'

  날이 궂습니다.
  광주에서 낮 예배를 드리고 저녁 비행기로 올라 올 가족들이 걱정이 됩니다.
  물론 저도 지금 김포로 가 봐야 하겠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2'

세실

2002.06.23 20:26:37

토미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지금쯤은 끝났겠죠? 푹 쉬시고 다시 좋은 글 읽어주세요. 항상 행복하시길^^

sunny지우

2002.06.23 21:44:49

토미님 , 새, 물, 바람 , 구름 등등... 자유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진리가운데 거할때 자유로울수 있겠지요? 남은 주일 저녁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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