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사랑하십시오
     내가 그렇게 했듯이
     드러나지 않게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깊고 참된 것일수록 말이 적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도움을 주고
     드러나지 않게 선을 베푸십시오
     그리고 침묵하십시오

     변명하지 말고
     행여 마음이 상하더라도 맞서지 말며
     그대의 마음을 사랑으로
     이웃에 대한 섬세한 사랑으로
     가득 채우십시오

     사람들이 그대를 멀리할 때에도
     도움을 거부할 때에도
     오해를 받을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의 사랑이 무시당하여
     마음이 슬플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 주위에 기쁨을 뿌리며
     행복을 심도록 마음을 쓰십시오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가
     그대를 괴롭히더라도
     말없이 사랑하며 침묵하십시오

     그리고 행여 그대의 마음에
     원한이나 격한 분노와 판단이
     끼어 들 틈을 주지말고
     언제나 이웃을 귀하게 여기며
     묵묵히 사랑하도록 하십시오

  이해인 수녀의 <말없이 사랑하십시오>라는 시입니다.
  내일의 주인공이자 지난 겨울 저를 행복하게 했던 분이 저를 보고 싶어한다는 님의 글을 읽고, 좀 고민이 되었습니다.
  물론 글에 있는 대로 혼자 가기 낯설어서 안 가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주일 대예배 대표기도가 저의 아버님이십니다.
  그래도 제가 아버지 자식인데, 아버지 기도를 듣지 않고 거기에 갈 수도... 그렇다고 님에게 저를 보고 싶다며 꼭 오라고 말씀을 하였다는데 안 갈 수도...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위에 있는 이해인 수녀의 詩입니다.
  이번에는 그냥 말없이... 조용히... 저를 보고 싶어했다는 그 말 하나에 만족하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위에 있는 시는 제가 가지 못하는 대신 그 분에게 드리고 싶은 시입니다.
  기왕이면 표구表具까지 해서 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기회가 없네요.
  앞으로 살다 보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낮에 은행회관에서 있은 사촌누나 결혼식에 갔다가 근처 서점에서 아버지와 고른 책이 있습니다.
  저와 아버지가 고른 책의 제목은 김승전의 <뭉클 : 감동을 전하는 짧은 이야기 31가지>입니다.
  그 중에서 한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그럼... 쉬세요.

     '어머니의 소원'

  어느 날 50대 중반의 한 여인이 어둠 속에서 육교를 건너고 있었다. 반대편 계단을 거의 다 내려갔을 때, 그녀는 그만 발을 헛디뎌 계단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사고로 그녀는 왼쪽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딸과 사위에게 그녀가 말했다.

  "침 맞으면 돼. 손이 아니라 다행이다. 하늘이 내 소원을 알고 있는 모양이야."

  이튿날, 그녀는 시장의 좁은 떡가게에서 지팡이를 짚은 채 떡시루를 살피고 있었다. 왼쪽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걸음걸이는 무척 힘들어 보였다. 떡시루 옆의 쟁반에는 방금 전에 빚어 놓은 송편들이 가득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새 고단한 하루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결혼 초부터 맞벌이 부부로 직장에 다니는 딸이 퇴근길에 떡가게로 들어섰다.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를 집까지 직접 모시고 가려는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가 딸의 표정을 살피며 나지막히 말했다.

  "어른들께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어서 가봐라. 나는 할 일이 더 있어."

  어머니는 딸의 등을 떠밀었다. 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딸이 돌아가자 그녀는 떡가게 구석에 앉아 팔고 남은 떡으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리고 서둘러 가게를 정리했다.

  얼마 후 떡가게를 나선 그녀가 힘든 걸음걸이로 도착한 곳은 시장 근처의 한 학원이었다. 그녀는 작은 가방을 든 채 야간 한글반으로 들어갔다. 맨 앞자리에 앉은 그녀는 가방을 열고 50대의 나이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를 꺼냈다.

  시간이 흘러 이튿날 정오가 되었다. 전날 등을 떠밀리며 돌아섰던 딸이 몹시 굳어진 얼굴로 떡가게에 나타났다. 어머니는 아무 걱정도 말라는 듯 활짝 웃으며 딸을 맞이했다. 딸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시댁에서는 어머니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불편하신 몸으로 계속 학원에 다니시면 머지않아 시댁에서도 알게 될 거예요."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니?"

  "어제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돌아오다가 학원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를 봤어요. 방금 전에 그 학원에 들러 다 확인했습니다. 한 달째라고 하니 제발 그만 다니세요. 그 연세에 글을 배워서 어디에 쓰시게요?"

  어머니가 딸의 시선을 받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시댁에서 알면 부끄럽니? 그렇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글을 배워야 돼."

  딸은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섰다. 어머니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는 듯 손님이 뜸할 때면 틈틈이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를 펼쳐놓았다. 눈과 입으로는 책을 읽었고, 송편을 빚던 손으로는 글쓰는 연습을 했다. 5개월 후, 그녀는 떡가게 일보다 더 힘든 야간 한글반을 마쳤다. 그녀는 졸업 작품으로 6개월 전에 입대한 아들 앞으로 편지 한 통을 썼다. 그리고 그 편지는 복사되어 담당 교사의 손에 의해 학원 게시판에 붙었다. 그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운 내 아들의 이름을 쓰게 되니 가슴이 설레는구나. 글을 쓰지 못하며 살아온 세월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형형 색색으로 수를 놓던 세월이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네 아버지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 한 장 보내지도 못했었지. 내달에는 송편을 빚어 첫 면회를 갈 생각이다. 네 누이와 매형이 곁에 있어서 나는 아무 걱정이 없어. 군대에 간 아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글을 배우기 시작한 엄마를 떠올리며 하루 하루가 힘들어도 ….'

  야간 한글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을 들고 학원에 온 그녀의 딸과 사위는 게시판 한쪽에 붙은 현지 복사본 앞에서 한동안 할 말을 잊은 채 서 있었다.

댓글 '3'

변은희

2002.06.09 02:10:37

이 새벽에 토미님이 또 저를 울리셨습니다... 입속으로 들어오는 눈물이 몹시도 짭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마음속으로만... 저의 마음속에 지우님이 함께할 때까지... 영원히... 멀리서만... 사랑하려 했습니다... 늘 뒤에서 사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보고 싶어졌습니다... 죽도록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마도 저의 마음이 걱정을 많이 했나 봅니다. 혹시라도... 빈자리를 보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많이 아플까봐 마음깊이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하나의 빈자리를 채우는게... 아주 사소한 일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저만의 멋진 생일 선물로 드리기 위하여... 새벽 기차에 제 동생과 몸을 싣고 그곳엘 갈 것입니다...

sunny지우

2002.06.09 04:38:19

토미님 아버님께서 대표기도가 있으시군요. 말없이 팬미팅을 응원하실 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잘 다녀 오겠습니다.

지우팬

2002.06.09 06:45:51

토미님, 괜히 주눅들어 님의글 늘읽고는 그냥갔는데 오늘은꼭 댓글달고싶네요. 저도 울었네요. 늘좋은글 고맙고 토미님같은 젊은이가 많은 우리나라 좋은나라되길 바라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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