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

조회 수 3070 2003.03.14 02:31:48
그린
버스정류장 옆에는 키작은 벚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심은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작은 나무...
그 나무에도 이제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오동통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그 속에 하얀 벚꽃이 옹크리고 세상 볼 날을 기다리며 꼼지락거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그린의 마음에도 봄이 오나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고 꽃은 피어나리라는 것을 알지만, 어서 봄이 오라고 왜 이렇게 조급증을 내는 것인지..^^
봄은 이렇게 자연 속에서만 싹을 튀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속에도 꽃을 피우기 때문인가봐요... 자꾸 꼼지락거리게 만드는 것이...^^
또 자연에게는 보여주는 아름다움 말고도 보는 이의 마음 또한 화사하게 평온하게 해주는 큰 힘이 있음을 새삼 봄이 되려는 찰나에 느껴봅니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아메리칸 퀼트>를 보았습니다.
예쁜? 할머니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모습부터 보게 되었죠.. 기억하기론 조용한 가운데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는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음.. 내용은.. 주인공인 여자가  무슨 논문을 준비하는데 동거하던 남자가 집을 수리하는 바람에 시골의 할머니댁으로 왔나봅니다. 조용한 가운데 논문을 쓰고 싶어서..^^ 그런데 그곳에서 과수원?을 하는 또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과정에서 할머니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되는 그런 이야기 였던 것 같아요..^^
전 사실 영화의 내용보다 그 할머니들이 각자의 사랑에 대한 추억에 잠겨 한 땀 한 땀 꿰매고 있는 저 퀼트가 언제쯤 완성될 것인가..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갈 즈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사랑에 고민하던 주인공에게 전해지고, 그것을 둘러쓰고 나간 그녀는 다시 사랑을 되찾게 되지요..^^
덮고 누우면 이불이 되고... 바닥에 깔면 카펫이 되고... 온몸을 감싸 둘러쓰면 커다란 숄이 되는 그것은... 할머니들의 아름다웠고 때로는 슬펐던 아련한 옛사랑으로 꾸며진 그것은... 쫘~악 바닥에 펼쳐진 그것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니 저도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린이 생각한 꽃그림... 보라빛의 제비꽃도 좋고... 분홍색의 사랑초도 좋고... 룰루루~ 기쁨에 겨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이불을 카펫을 숄을 만들어보았겠죠..^^

그리하야... 멀쩡한 천조각을 잘라 저것이 뭔짓인가?.. 하던 평소의 생각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어제와는 조금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퀼트를 배우러갔습니다.
2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고 가느다란 바늘로 바느질을 하기란 정말로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바늘도 있었나? 하고 의문을 표시했더니, 헉! 더 작은 바늘도 있다는군요..^^

한 땀 한 땀 홈질을 하며 아주 잠깐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앗 따거!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 날카로운 바늘이 손가락에 사정없이 구멍을 내고 있었습니다.. ^^ 앗 따거!

오늘 첫 날... 왼손 검지손가락에 빨갛게 바늘 자국을 남기며...
거의 두 시간을 들여 푸른 열매가 그려진 천으로 예쁜? 바늘꽂이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솜을 단단할 정도로 넣으라고 했는데 폭신폭신한 느낌이 좋아 솜을 살짝 넣었더니, 바늘이나 고정핀을 꽂으면 밑바닥으로 삐져나온 바늘끝에 또한번 아얏!하고 찔리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데..흐~윽..

지우님이 시집갈 때 쯤이면 완벽한 바늘꽂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ㅎㅎ
지우님, 예쁜 바늘꽂이 하나 선물해 드릴까요?.. 근데 바느질할 일이 있을래나..^^

퀼터를 꿈꾸며 들어선 교실이었는데...  바늘꽂이 하나 만들고 나니 어깨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픈 것이... 영화에서 보았던 그 멋진 작품은 너무 멀리있는 것 같고, 어째 앞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이제 곧 춘곤증이 몰려올 시기입니다.
물론 따땃~한 봄빛을 쬐며 끄덕끄덕 조는 것도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굳이 졸음을 쫓고 싶다면 퀼트를 한번 해보심이 어떨지... 잠시라도 방심하면 앗 따거! 번쩍 정신이 드는 것이 따땃~한 봄날에 졸음을 물리치기 위한 아주 좋은 취미생활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린의 특기(잠수).. 잠시 안보이면 '어느 하늘 아래 잘 살고 있을 거다. 멀쩡한 천 조각 조각 조각내어 그 조각 다시 이어붙이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시길..^^

낮엔 따뜻한 봄볕이지만 밤엔 아직도 쌀쌀하네요..
따뜻한 햇살 아래 행복한 하루 되세요..^^



꼬리말...
유포니님... 우동의 한?...ㅎㅎㅎ
우동!우동!우동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은
우동에 관한 추억밖에 없기 때문인가봅니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지니 메뉴를 냉면이나 뭐 이런걸로
바꿔 다시 한 번 추억을 만들어 볼까요..^^
그럼 또 냉면!냉면!냉면을 외치게 될까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댓글 '7'

바다보물

2003.03.14 07:07:35

그리언니 이렇게 게시판에 언니의 글이 올라와 있으면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지 모르죠?
퀼트라는거 절대로 못할거에요 나는....
그린언니라면 멋진 작품을 만들것 같애요
지우씨만 선물 하지 말고 우리가족들에게도 언니의 솜씨를 뽐내보세요
그람 좋은 하루 되시와요

봄비

2003.03.14 07:20:31

뵌적은은 없지만 참 따뜻한 분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주 뵈요. 보물이 말에 한표 꾹 ㅋㅋ좋은 하루 되세요..

달맞이꽃

2003.03.14 09:30:29

잠수하믄 섭하지용 ㅎㅎㅎ잘 지냈나요 그린님 ? 예쁜 바눌꽃이를 만드는 그린님에 모습이 그려지네요 ..한번도 보지는 않았지만 스타식구에 공통점들을 생각하면 그린님도 상상이 갑니다 ..우리님들은 누구나 다 인상들이 온순하고 마음이 온유하고 조신들 하잖아요 ㅎㅎ그리님도 그럴거란 생각이 드는데 .맞나요? ㅎㅎㅎㅎㅎ아님말구요 ㅎㅎㅎㅎ우리 너무 긴 잠수는 하지 말아요 ..궁굼하고 걱정 되니까 ㅎㅎ아셨죠? ㅎㅎ

마눌

2003.03.14 10:00:17

그린님...
님의 봄햇살같은 글을 읽다보니 제마음은 지금 따뜻따뜻~~
퀼트라...
제 친구가 퀼트 같이 배우자고 했을때...
저의 무딘 손놀림과 어설픈 눈썰미땜에 포기했던 가슴 아픈 추억(?)이 떠 오르네요.ㅎㅎ
2센티미터의 작은 바늘로 예쁜 바늘꽂이를 만드는 그린님의 모습을 그리며 ....
즐거운 맘으로 오늘 하루 시작하려 합니다.
근데..저도 특기가 잠수인데...
물밑 생활을 좋아하는 저와 그린님은 혹...전생에 인어공주? ㅋㄷㅋㄷㅋㄷ
썰렁한 소리는 그냥 애교로 봐 주시고...
그린님~~~ 좋은 하루. ^0^

유포니

2003.03.14 11:51:52

외출하기전 잠깐 들렀다 그린님의 글이 올라왔기에
인사해요. 쾰트를 배우시는군요. 손재주없는 전
아예 꿈도 못 꾸는 일을... 암튼 퀼트는 그 포근, 따뜻함이 겨울을 떠 올리게 했는데 그린님의 글을 보니 이 봄과도 닮아있는 듯 싶네요.
담엔 손가방이나 이불쯤 완성했다는 소식과 함께 또 봐요.

온유

2003.03.14 19:45:56

그린님의 솜씨를 꼭 한번 보고 싶군요.
원래 딸이 시집가면 친정집에서 예쁜 받짇고리
셋트로 해주잖아요.지우씨에게로 갈 그린언니의
이쁜 바늘꽂이 ...생각만 해두 기분 좋네요.
더도 덜도 말구 고거와 똑 같은 걸루 저도
하나 주심 안되나요 ㅎㅎㅎㅎ 농^*^담...

★벼리★

2003.03.14 21:39:11

그린님. 울엄마가 예전에 한창 퀼트에 빠졌을때. 왜저런걸 하나 싶었었눈데..ㅎㅎ;; 근데 저 영화는 꼭 보고 싶네요..아메리칸 퀼트..^^시간나면 꼭 보겠습니다..^^ 우동..라면 이르시니깐 갑자기 지도 먼가가먹고 싶다눈..-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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