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아이'

     아이야
     아무도 보살피지 않는 길가에 나온 네가
     어쩌면 그토록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니?

     아이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비렁뱅이인 네가
     어쩌면 그렇게 꾸밈없는 해맑음을 가지고 있니?

     '무엇이 이리도 나를 당황하게 하는가'

     햇볕에 타들어 가는 잿빛 피부에
     몇 날 몇 달을 씻지 않았을 것만 같은 머리칼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행색에 뼈만 앙상한 걸인이 있다.
     비어 있는 그릇을 들고 손을 벌리는 걸인 앞에서
     나는 멎어버릴 수밖에 없다.
     굳게 다문 입은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더 큰 고함으로 나를 부른다.
     감은 눈은 바라보지 않아도 강한 시선을 내게 보낸다.
     무엇이 이리도 나를 당황하게 하는가.
     아무도 그를 걸인이라 나무랄 수 없는
     삶의 현실이 눈에 비치기 때문인가.
     주머니를 뒤져 얼마를 건네야 할까 하는 동전의 헤아림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눈앞에 보이는 걸인의 모습 속에서
     욕구에 허기진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인가.
     당신은 내게 구하고자 하는 것을 바라고
     나는 내게 구하고자 하는 것을 찾는다.
     단지 나는 당신과 같은 애절한 구걸에 미치지 못한
     구도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 당신 모습이 내 모습이고 내 모습이 당신 모습인 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한 동자승童子僧의 화가 원성스님이 어머니 금강스님과 함께 떠난 인도 여행길의 느낌을 사진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시선>에서 골라 본 구절입니다.

  <시선>을 읽다 보면 가슴 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들인 원성스님과 어머니인 금강스님에 관한 부분입니다.

     "나 죽고 나면 인도에 함께 왔던 것 생각나서 원성 스님 눈물나면 어쩌지?"
     하는 금강 스님의 물음에 원성 스님은
     '지금도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게 눈물이 난다'고 쓴 부분...

  부모형제간의 모든 속세인연을 끊고 출가해야 하는 불가의 법도에서 볼 때도 그렇고, 너무나 바빠서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세상사에서 볼 때도 어머니의 소원이었던 인도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원성 스님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원성 스님 스스로도 책 한 부분에서 잠이 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행복한 사람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잠이 드셨습니다
     실컷 구경하고 돌아오라고, 기다리신다더니
     온종일 걸어다녀 지친 다리를 쉬신다더니
     깊은 잠이 드셨습니다
     도저히 평온한 단잠을 깨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곁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그늘이 되어 안아드렸습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드리고, 사무실에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화요일까지 보내도 되는 서류이지만, 그래도 일본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미리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할 거 같아 아직 끝내지 못한 서류를 정리하러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서 그 사람 닮은 여인麗人을 보았습니다.

  하루는 낮에 만나고도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밤늦게 아파트 앞으로 찾아갔을 때... 그 사람은 아무런 준비 없이 신랑을 마중 나오는 새댁처럼 청색 면치마에 흰색 반소매를 속에 입고, 흰색 cardigan을 걸치고, 흰 양말에 밤색 샌들을 신고서 머리를 묶고 한 손에는 지갑을 들고 나왔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그런 모습을 한 여인麗人을 보았습니다.
  나이로 보아서는 아마 집 앞으로 찾아온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 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몸이 조금 무겁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인 후유증 같습니다.
  좀 일찍 자야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2'

토토로

2002.07.08 00:55:31

저도 원성스님의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참 좋게 느껴지더군요.많이 바쁘신가 봅니다.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현주

2002.07.08 01:29:07

토미님의 그사람....이란 말이 참 정겹게 들리네요.. 교인이시면서도 스님들의 글도 참 좋아하시는거같아 더 보기 좋네요~ 편한 밤 되시구요....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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