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3...

조회 수 3053 2002.03.14 02:02:29
토미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세상,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도 많다.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 세상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창조물들이 다른 존재들과 이 세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모두들 이 세상에 대해 똑 같은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다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보는 눈은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류시화님의 '소금인형'이라는 시詩가 있죠.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사랑은, 그 사람의 피 속에 소금처럼 녹아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생각 속에, 추억 속에, 그리고 미래 속에...... 누군가에게 소금처럼 녹아 흔적도 없이 없어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다면, 이미 행복합니다. 녹아 없어짐으로써 맛을 내는 것이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이용해서 근처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사무실을 오고 가는 시간동안 틈틈이 볼 수 있는 책을 한 권 샀습니다.
  제목은 'TV동화 행복한 세상'입니다.
  지난 1년동안 방영된 75편의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5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이 글과 삽화로 다시 제작돼... 수필집으로 꾸며져 이번에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한 편을 '스타지우'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집배원의 점심시간>

  여름 한낮, 집배원 강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맡은 구역은 사람 많고 정 많은 달동네였습니다. 그는 어느 날 허름한 집 앞에 종이 하나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오토바이를 세운 뒤 그 종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수도계량기 검침용지였습니다.

  그는 그 집 대문 틈에 용지를 끼우려다 말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달 수도 사용량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많은 숫자가 적혀있었던 것입니다. 마음씨 좋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슈?"
  "아, 할머니 수도검침 용지를 보니까 수도관이 새는 것 같아서요. 한번 확인해 보시라고‥‥‥."
  "아! 그럴 일이 있다우. 지난달부터 식구가 늘었거든."

  자식들을 다 출가시킨 뒤 외롭게 살던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하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몇 분을 보살피며 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대소변을 받아내고 빨래를 해대느라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던 것이지요.

  다음날 정오 무렵, 그 허름한 집 대문 앞에 우편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습니다. 강씨였습니다. 그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을 새도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거들었습니다.

  "아, 좀 쉬었다 하구려. 젊은 사람이 기특하기도 하지."
  "예, 할머니. 내일 점심시간에 또 올게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그 낡은 집에 도착한 강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대문 앞에 집배원 오토바이가 석 대나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동료들이 그를 반겼습니다.

  "어이 강씨, 어서 오게. 자네가 점심시간마다 실종된다고 소문이 나서 뒤를 밟았었지. 이런 일을 몰래 하다니… 퇴근길엔 여직원들도 올 걸세."

  집배원 강씨의 작은 사랑이 어느새 동료들까지 전염시킨 것입니다.

  우체국 직원인 친구를 생각하고 적은 거지만... 이런 사람 주위에 많다면 참 행복하겠죠.
  '프리보드'안에 있는 글을 보니 '지우'님의 인기상 수상을 축하하는 글이 많더군요.
  저도 '지우'님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법정스님의 글을 적어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써야 할 것은 만나는 이웃에게 좀더 친절해지는 것이다.
  내가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내 안의 따뜻한 가슴이 전해져야 한다.
  그래야 만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산에 꽃이 피네'中에서 골라 본 글인데... '지우'라는 하나의 소우주를 만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스타지우'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해서요.

  탁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당기네요.
  좀 쉬어야겠습니다.
  좋은 날 맞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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