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피네
* KBS 홈에서 퍼왔습니다..
새벽내내 작성한 파일을 날려먹고..
오후까지 시간을 벌어놓은 다음..
속상한 맘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KBS 결연가 게시판까지 갔습니다..
여러 글을 skip해 나가다가
우연히 이 글을 읽었는데...
동감이 되더군요..
앨피네도 이 글을 작성하신 분과 같이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거든요...
좀 길지만.. 다들 한번 읽어보세요..
그럼.. 읽기 시작****

작성일: 2002/03/19 06:06
작성자: hegelia

글 몇편 쓰고 작가라 불리우긴 싫었다.
경험부족이었을까? 늘 결론 부분에서 갈등을 빚고 멈춰서 있는 내가 싫었다. 더군다나 못생긴 죄로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본 터라 연애소설 쓰는 재주도 있지 않았다.
글쓰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그리고 어느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만 4년이 지났다.
사무실에서 먹고자고한 덕분에? 가을동화도 보지 못했다.
늘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속에 묻혀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가르치면서 어떠한 것과도 대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정작, 내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름다운 사진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나는 더이상 감동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약간의 능력과 적지 않은 무능력을 똑같은 비중으로 겸비한 사업가로 내가 누구인지도 잊어버리고 그저 일만 해왔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겨울연가를 보게 되었다. 배용준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다는 말을 얼핏 들었지만, 드라마 볼 짬을 내는게 사치처럼 여겨졌었다.
밥 먹다 우연히 배용준을 보았다. 사진을 한탓이라고 우기지만
길거리에서 이쁜여자, 이쁜 남자보면 그를 다시 보기위해 먼거리까지 달려가서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습관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로멘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 다들 재미있어 해서
아직도 난 그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배용준, 아마 그를 거리에서 만났다면 그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로 뛰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배용준보다 최지우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난 피식 웃었었다.
참 이쁜 여자다.
내가 대낮에 일 아닌 것으로 컴퓨터를 켜고, kbs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만화인줄 알면서도 드라마인줄 알면서도 걸핏하면 청승맞게 울어대는 나였지만 울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사업이란 눈물콧물로 대처할 수 있는게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그런 내가 울었다. 울고 있는 내가 하도 웃겨서, 피식 웃다가, 갑자기 코끝이 아파와서 왜 아프지? 묻다 울었다.
어린시절 너무 많이 생각나서,
사랑했던 사람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내 어린시절, 그냥 자유로왔던 그시절이 그립고 생각나서.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이 기억나고, 그 의미가 새로와져서...되돌아갈 수 없어서 울었다.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아름다운 사진으로는 우리 회사를 못따라올 걸? 했던 내가 그 영상에 빠져들었다.
4월1일부터 한국문화사이트 오픈한다고 다들 바쁜데,
사장인 내가 밤에 일한다는 핑계를 대고, 밤새 겨울연가 음악듣고
일하다 말고 겨울연가 엔지보고, 보았던 대본 또보고 또보고....

신문도 잘안보고도 똑똑한척하는 여자, 사진에 목숨건 여자처럼 사진밖에 모르는 여자, 보유하고 있는 사진이 최고인냥 잘난척하는 여자....액션만 있지, 로멘스는 찾아볼 수 없는 여자...그렇게 소문난 내가......
어제는 내내, 겨울연가의 <잊지마>를 들었다.
사람들이 질려하든 말든, 작업실에 들어가서 듣고 또 듣고....
아해들이 저사람, 얼굴 못생겨서 사랑도 못하고선 겨울연가보고 대리만족하는 거 아냐? 이러든 말든....나는 겨울연가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난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내가 보고 있는게, 드라마라는 것에 대해서.
나는 드라마 그자체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을 사랑했으며, 현실에 나와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갖고 있었다는 거.

나혼자 궁상맞고 청승맞게 질질짜면서(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했을까?) 그러나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사람 사는거 낱낱이 드러내놓고 보면 모든게 다 청승맞고 궁상맞으니까.

이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비록 외도하는 시간이 길었다하더래도 나 다시 예전의 그 잘난척하면서 웬 드라마? 하는 사람으로 되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다시는 드라마 보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고,
나 한번 결심하면 다시 되돌이키는 사람 아니어서 다시 드라마보는 일일랑은 없으리라.
그만큼 겨울연가 아름다왔고, 슬펐고, 그리고 서툴렀다.
그 서투름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 닮아 있었다.
삶에 잘 조련된 이가 대체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겨울연가 역시 서툴렀던 것은 당연하고, 서툴러야 했던 것이리라.

겨울연가를 보내며, 나 뒤늦게 나마 창밖의 봄과 만나게 될 것이다.
드라마는 비록 다시 보지 않을지 모르나
나, 사랑하는 마음 깊고 넓어져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 얼굴 표정 한번씩 더 살피고,
그들의 마음 한번 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면
감사한 일 아닌가.
얼어붙어 있던 마음 조금이라도 열었으니...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비록 그들을 만날 수 없으나,
못생기고 못난 나 사랑해주고 아껴주었던 사람들.
비록 한사람 한사람 떠올리며 그들이 내게 보내준 마음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다 떠올리지 못했지만
흘러내리는 눈물 주먹으로 쓰윽 문지르면서 한꺼번에 미안해하고
감사해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 가졌던 것을 고백한다.
비록 얼굴 마주보며 눈빛 마주치며 고개 끄덕여주는 일 없더래도
살아 있는 한 우리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이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가, 가슴 다시 닫아놓고,
내가 가고자했던 길을 아주 용감하게 가려한다.
언젠가 만났을 때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날 다독거린다.
겨울연가가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내 마음 추스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밤 새면서 그래도 일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모두들 행복하길 바라고, 모두들 건강해서 아름다운 사랑,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댓글 '4'

정아^^

2002.03.19 09:44:15

정말 그래요......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서..... 다시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드라마.... 만화같은... 드라마인줄 알면서도 심취할 수 있었던.... 우리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겨울연가..... 오늘로서 20부의 막을 내리지만 준상(민형)과 유진의 그 따뜻한 사랑만은 우리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흠냐~

2002.03.19 10:35:10

동감입니당..ㅜ.ㅜ..

하얀사랑

2002.03.19 18:53:26

엘피네님,,, 솔직히 이상한 글 난무하는 결연홈에서 값진 글하나 찾아내셧네요,,, 잘읽었어요,,,,

앨피네

2002.03.19 21:38:15

위 글의 최지우가 눈에 먼저들어온다고 하는 부분을 볼때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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