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현주'님이 쓰신 글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법정 스님과 류시화님이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물론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 가는 외로움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외롭다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흔히들 사랑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외로움이란 그림자처럼 늘 곁에 머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로움까지도 사랑하며 보듬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현주님이 성격이 굉장히 예민하신 거 같습니다.
  매일 같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고... 또 조그마한 오차가 생겨도 다 자신의 잘못 같아 보이고... 또 찾아오는 <스타지우>의 식구가 많은 만큼 그들을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지치고 말입니다... 게다가 그런 자신의 심정을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말할 수 없으니 외롭고 말입니다.
  그럴 땐... 님이 쓰신 글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거 같습니다.

  현주님이 몇 일 휴가를 신청하신다고 하니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가 지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원제: du Bon Usage de la Lenteur>입니다.

  먼저 이 책을 소개하자면...

  '바쁘다'는 것은 때로 삶에 활력과 긴장을 주기도 하지만, 사실 시간에 쫓겨 산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뭔가를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조급함은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남겨놓질 않으니 말입니다. 저자著者는 이렇게 '빨리 빨리'에만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著者는 '느림의 지혜' 9가지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한가로이 거닐기(자기만을 시간을 가질 것), 듣기(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기다리기(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 마음의 고향(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간직할 것) 등. 이렇게 저자가 하는 얘기는 하나같이 소박하며 일상적이지만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그러면 항상 적었던 것처럼 본문의 일부를 적어보겠습니다...

  본문 9∼11쪽에서

  머리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느린 사람들은 평판이 좋지 못하다. 흔히 느린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들으며, 매사에 동작이 굼뜬데다가 서투르다는 말도 듣는다. 심지어 매우 힘들고 까다로운 작업을 하고 있을 때조차도 워낙 행동이 느려서 그렇다는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좀 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여유 있는 동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도 우아함이라고 보기보다는 운동신경이 느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 그들은 일을 할 때도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대강대강 시간만 때운다는 의심을 받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머리 회전이나 동작이 느린 사람보다는 민첩하고 빠릇빠릇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후자들은 잽싼 손길로 식탁을 정리하면서도, 나지막하게 부탁하는 소리까지 금방 알아듣고는 재빠른 동작으로 상대방의 요구에 응해 준다. 뿐만 아니다. 속셈에서도 그들을 당할 자가 없다. 그들의 신속한 동작, 재빠른 반응, 예리한 시선, 날씬한 외모, 선명한 윤곽 속에는 반짝이는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한 마디로 그들은 활발하고 재기발랄하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어요. 어쩌다 곤경에 빠졌다 해도 금방 헤쳐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나는 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느림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나는 굽이굽이 돌아가며 천천히 흐르는 로 강江의 한가로움에 말할 수 없는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거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끝물의 과일 위에서 있는 대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9월의 햇살을 몹시 사랑한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굴에 고귀하고 선한 삶의 흔적을 조금씩 그려나는 사람들을 보며 감동에 젖는다.

  시골의 작은 마을 카페, 하루의 노동을 끝낸 사내들이 가득 채운 포도주 잔을 높이 치켜든 채 그 붉고 투명한 액체를 가만히 응시한다. 지그시 바라보다가 드디어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다. 수백 년이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 그들은 수세기를 이어 내려오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운명을 완성해 간다. 아주 천천히. 그것은 영원에 가까운 느림이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반대로 기다리기 싫다는 이유로 점심 시간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구내 식당으로 달려가거나, 수업 시간에도 정신 없이 뛰어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어디로 항상 종종걸음을 치곤 하던 친구들의 태도는 왠지 신경에 거슬렸다.

  그런 친구들은 언제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옷도 어른들처럼 입으려고 했고, 어른들처럼 권위를 부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한 번 소홀하게 넘어가 버린 유년기는 영원히 소멸되고 돌아오지 않는 법인데....

  나는 가끔씩 시골 농가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농가 주변을 슬쩍 한 바퀴 돌아본 것만으로 '시골 사람들의 정신 구조'를 전부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황급히 도시로 돌아가서, 시골에서 만났던 촌뜨기들은 비웃으며 시골 여행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곤 하지 않던가. 우리는 그 무례하고 경솔한 방문객들을 '파리지앵'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빨리 달려갔다. 제2차 세계대전中에 독일 기갑사단들이 프랑스를 침범한 후 전국을 점령하는 데 걸린 기간은 40일도 채 안되었다. 오늘날 이렇듯 끔찍하게 빠른 삶을 살아가는 데 적응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미처 삶 속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아직도 길거리에서 서성대고 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이 곤경에서 구해내서 호송대에 합류시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기다림일 뿐이다.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낮에 공원을 산책하는 이유도 이 책을 읽은 후後부터입니다.
  조급증 초기증세를 보이던 저에게는 참 많은 도움을 주고 휴식을 주었던 책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갖게 해 주었고 말입니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외수님의 글이 있습니다.
  현주님이 힘내시라고 적어봅니다.
  그리고 아침을 시작하는 님들도 좋은 하루 되세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댓글 '1'

정아^^

2002.04.11 10:41:35

삶 속에서 언제나 빠듯하게 시간에 쫓기고... 일에 치이고... 그러면서 살아왔던거 같은데여... 토미님 글 읽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지치나바요~ 현주언니두 그렇구... 여기 스타지우식구들의 위로가 삶의 큰 여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토미님~ 좋은하루 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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