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조회 수 3087 2002.06.16 21:21:23
토미
     어떤 여자가 이런 욕심을 말한다.
     남자 친구 하나쯤 갖고 싶다.
     남자 친구보다는 이성의 분위기가 풍기면서 그러나 애인보다는
     단순한 감정이 유지되는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여자 친구보다는 용모에도 조금은 긴장감을 느끼고 애인보다는 자유로운
     거리감을 둘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은 내게 전화를 해서 건강도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물어주며,
     혹간은 너는 아직도 아름답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월급 외의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떠올려,
     무얼 사줄까 물어준다면 더욱 기쁠 것 같다.
     날씨의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 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
     문득 거리를 걷다가 공중전화에 들어가 내게 전화해 주는 관심이 있는 남자.
     그런 남자 친구라면 내게 아직도 친구가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
     그런 남자 친구 하나 갖고 싶다.
     내가 몹시도 쓸쓸한 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갈등 없이
     "나 지금 외로워"라고 말해도 별 다른 비약 없이 순수하게
     내 감정을 이해하고 적당한 유머로 날 위로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그래,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시간이 텅 빌 때
     차나 하자고 일방적인 시간 때우기를 해도 그것을 우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비좁은 거리를 달려와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제법 인생이 부유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조금 먼 거리를 단둘이 드라이브하며 깊은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리하게
     꾹꾹 눌러야 할 그런 속수무책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맑은 우정의 남자친구,
     음악을 얘기하고, 영화를 얘기하고 앞으로의 늙어 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감의 우정을 갖는 남자 친구.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장관이나 총장이 되는 친구보다 행복할 것이다.
     좀더 욕심을 내자면, 애인은 아니지만 애인 비슷한 관심을 가져주는
     남자 친구였으면 한다.
     환절기가 되면 비타민이라도 사와서 복용 방법까지 친절하게 일러줘
     나를 감동시키는 남자친구,
     살아가다가 어떨 땐 국내건 해외건 비행기표라도 사서 예정 없는 여행을
     권하는 그런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한번쯤 "힘들지?" 하며 내 깊은 설움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있다면
     그가 날 멀리해도 내가 평생 친구로 섬길 것이다.
     나이가 들었으므로 너무 용모를 따지지는 않아야겠지.
     그러나 키가 좀 크고 강력한 의지력 뒤에 부드러운 미소가 있는 남자,
     그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늘 상대를 더 의식하는 인격을 갖춘 남자 친구라면,
     그런 남자 친구가 있다면 나이를 먹어 가더라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내가 해야할 자질구레한 일들을 기쁘게 심부름
     해줄 수 있는 남자 친구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가령, 자동차 수리라든가 내가 가기 싫은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 곳을 대신 가준다면...
     그러나 그런 일을 그도 싫어한다면 그것은 별개의 것으로 둬도 좋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저 내 마음 저 너머 어디쯤에 나의 남자 친구가 있다는
     믿음과 상관 관계를 느끼도록 노력해 주는 일이다.
     서로의 인생에 너무 깊게 밀착되어 있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서로의 인생밖에
     머물러 있어도 곤란하다.
     좀더 지혜롭게 인간 관계를 조절해 가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범한 인성으로
     나를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예의 바르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인품이야말로
     내가 친구로 어깨동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도 사고, 이번에 또 산다고 대구탕 값을 아까워해도 안될 일이다.
     세 번, 네 번을 사고 당연하다고 여길 때 나는 열 번을 계속 살 수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맡은 일은 벼락이 쳐도 깔끔하게 해내는 전문성이 강한 남자
     그런 남자가 내 친구라면 좋을 것이다.
     여자 친구는 너무 많아도 천박하게 보일 것 같다.
     그렇다고 늘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분명히 우리는 친구이므로 서로를 편안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 편안하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장점인가를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생각하면 그저 기분이 좋은 사람,
     인간적으로 신뢰성이 있으면서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남자,
     그런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자, 그러나 그런 남자가 이 세상에 있겠는가?
     만약 그런 남자가 있더라도 그런 일류 사내가 나에게 와 줄 것인가...
     하는 회의는 나를 더욱 쓸쓸하게 한다.
     그리고 설령 그런 남자가 내게 친구로 와 준다고 할 때
     내가 그를 수용할 능력이 있냐도 큰 문제다.
     왜냐하면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운이 아니라 노력이므로
     게으른 나는 엄두도 못 낼 일이 아닐까.

  신달자의 <고백>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런 친구를 남자친구로 두고 있는 분이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친구!
  이런 친구가 옆에 있다면... 세상이 달라 보일 것입니다.

  패트릭 코널리의 <사랑하는 아빠가>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데이브와 리치야,
     친구들 문제로 걱정하지 말아라.
     공정하고 상냥하게 대해라.
     그러면 친구들이 너희에게 다가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친구가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어떤 친구들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아주 좋은 친구들을 갖고 있고
     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런 좋은 친구들이 더 많이 생길 거다.
     왜냐하면 너희가 아주 좋은 친구니까….

  '패트릭 코널리'라는 영국 사람이 매일 출근할 때마다 여덟 살과 열 살짜리 두 아들에게 남겨준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담긴 편지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한 '세실'님의 답글을 보고 저도 아버지가 된다면... 같은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도 같이 말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키가 커진다는 뜻도 아니고
     특별한 옷을 입는다는 뜻도 아니다
     딴 아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인기 있는 아이들하고만 붙어 다닌다는 뜻도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에게 정직할 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할 일이 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또 놀 일이 있을 때는 열심히 논다는 뜻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남을 비웃지 않고 자기를 먼저 살필 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자기도 잘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또 잘못했을 때 숨기지 않고 솔직히 시인한다는 뜻이다

  밤이 깊어갑니다.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모두들 편안한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쉬세요.


댓글 '6'

프리티 지우

2002.06.16 21:24:38

토미님..정말 좋은글입니다..저 맨위의..이런남자친구..정말 저역시도 가지고싶은거거든요..근데..그러기엔..애들의 눈치가 있답니다..오해를 하고말지요..조금만 더 크면..괜찮아지겠죠? 그리고..어른이 되는것..전 솔직히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요..물론..막중한 책임이 뒤따르고 힘들다는건 알지만..웬지 철없게도..어른이 되고싶답니다..^^;; 그럼 토미님도..편한 밤되십시요..^^

※꽃신이※

2002.06.16 21:30:46

남자친구라.. 애정인..아직도 남자보단 친구가 더 좋답니다..다들 맞장구치던친구들..이제 하나둘씩 코꿰이는소리가..^^ 다들 철들면 변할꺼라는데.. 평생 철안들어서..시집못가면..어쩌나~

sunny지우

2002.06.16 21:41:59

신달자님의 남자친구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남자친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서로가 결혼한 상태에서 존재하는 남자친구라면 더욱 그렇고요. 배우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주관적인 감정과 개관적인 감정이 골고루 함축된 남자친구 있으면 신달자님의 고백처럼 정말 좋겠네요.

토토로

2002.06.16 21:51:57

저에겐 초등학교부터 사귄 여자친구가 있습니다.지금은 서로 바빠 만나는 일이 드물지만 아직도 힘든일이나 기쁜일이 있으면 그친가 생각난답니다.서로 추억할것이 많은 그런 친구랍니다.토미님의 글을 읽으니 그친구가 생각나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세실

2002.06.17 09:38:23

토미님도 저런 여자 친구 빨리 생겼음... 어른이 된다고해서 ..나이가 자꾸 더 늘어간다고해서 현명해지지않는다는걸 요즘 실감한답니다. 토미님 좋은 월요일 되시길^^

찔레꽃

2002.06.17 09:48:58

한번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친구인데.글쎄요!그런남자 친구 만날려면 어느 정도 동등해야 되는데...부족한게 많아서 남자는 울 남편으로 만족하며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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