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게 해 준 것...

조회 수 3102 2005.01.22 22:23:48
한사람
  도서관에서 한쪽 구석의 자리에 앉으려는데, 의자 바닥에 붙어 있는 작은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습니다. "못 조심". 자세히 보니 그 부분에 못이 아주 조금 튀어나와 있더군요. 누군가 실수로 찔렸거나, 옷이 걸렸거나 했겠지요. 그냥 짜증 내고 옮겨 갔을 수도 있는데, 누군지 모를 뒷 사람을 생각해서 작은 쪽지를 붙여놓은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어떨 땐 내가 미처 의식도 하지 않았던 사소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작은 배려가 남에겐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세상 사는 건 참 알 수 없구나, 참 어렵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밤엔 또 겨울연가를 하는군요. 지난 주처럼 많은 분들이 TV 앞에 앉아, 눈물짓고 화도 내고(5, 6회는 참 사람 속 타고 화나게 만들죠), 6회 중반 부분부터는 속시원해 하면서 다음을 기다리고... 오늘 밤과 내일 새벽도 지난 번처럼 게시판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실지도...
  겨울연가, 그리고 최지우란 배우는 내게 참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제 자신, 나이 들면서 좋기도 하고 동시에 안 좋기도 한 것이, 감정이 많이 가라앉는다는 거에요. 어릴 땐, 작은 일에도 파르르 화내고, 싫으면 그걸로 끝이고, 반대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면 마음에 꽉 차서 그 감동에 잠 못 들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더 너그러워졌다고 할까 전보다 노여움도 덜 타고, 까탈도 덜 부리고 조금은 느긋해졌는데, 그 대신 감동에도 무뎌져 가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보아도 그냥 '좋네' 하고 맙니다. '찍을 때 힘들었겠다, 이건 이런 효과를 썼겠군'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슬픈 장면을 보면서 눈물 흘릴 때는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몰입'한다는 느낌은 갖기 어렵고... 그런데 그녀는 내게 풍부한 감정을, 그 느낌들을 되돌려 주었지요. 그녀의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었죠. 정말 10대 때의 그 느낌들, 설렘, 기쁨, 실망... 미묘한 감정들 그 하나하나를 다시 되살려 주었으니까요. 드라마 속의 유진을 보면서 내가 더 안타깝고, 답답하고...('빨리 말을 하라니까' 하고 혼자 조바심치면서)
  그리고 그녀는 내가 기대와 희망을, 또 믿고 기다리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우씨의 영화 속 모습들을 퍽 인상적으로 보았는데, <박봉곤 가출사건> 때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고 돼지고기를 내려치던 정육점 주인의 모습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깡패 같은 형사들 앞에서 겁에 질려 비명지르던 모습, 경찰들이 매복한 버스 정류장에서 애인을 기다리던 모습 등이 오래 기억되더군요. 그 이후의 영화들에서도 지우씨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러면서 저는 지우씨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게 되었지요. 혼자서 지우씨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비밀의 열쇠를 쥔 도도한 여주인공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 아니면 드라마에서 착하지만 엉뚱한 일 잘 벌이는 새댁 역할을 해도 잘 하겠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그녀는 사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가 될 거라고 믿고 있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꿈을 꾸고,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기뻐하고, 제게는 낯설었던 이런 경험들을 그녀는 내게 주었습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늘상 묵묵히, 꾸준히 쉬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그녀를 보며, 믿고 기다리는 팬이 되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쁩니다.

댓글 '4'

vos

2005.01.23 00:09:32

지우씨 당신께 감사합니다.영원히 지우씨를 잇지 못할 거에요....사랑 합니다....

아이시떼루지우

2005.01.23 11:49:00

감동이고, 완전동감입니다!!^^
그녀는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쁩니다.2

2005.01.23 12:19:10

저 또한 결연은 제게 감동이고 생활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팬이되었죠.
지우씨 드라마는 모두 보았지만요.
느끼는게 비슷해서 참으로 좋습니다.

myng1015

2005.01.23 14:43:13

참으로 모두들 대단 하십니다. 똑같은 감성을 지닌 여러분을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기쁘네요..나도 이렇게 한드라마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앞에 고민도 많이 했읍니다만 여러분을 만나고 부턴 그생각을 접었읍니다...겨울연가의 지우양 !. 지정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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