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사랑연기 펼치는 '착한여자' 최지우

조회 수 26437 2001.08.20 18:45:41
스타지우



최지우(26)는 늘 그대로다.94년 MBC 23기 탤런트로 출발했으니 올해로 7년
째에 접어들었건만 맑고 청순한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하긴 K2TV ‘첫사랑’
을 비롯해 ‘행복은 우리 가슴에’‘유정’‘진실’‘신귀공자’ 등에 이르
기까지 맡는 배역마다 착한 여자였으니.

‘착한 여자’란 꼬리표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한번쯤 순수하고
고운 심성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울타리’가 너무 견고했
다.최지우를 보면 도저히 악인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배우에게,고정된 캐릭터는 일종의 핸디캡이다.그러나 최지우는 팬들의 외
면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사랑을 듬뿍 받아온 편이다.청순한 외모와 착한 심
성이 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 요즘 시대에 그만의 미덕(美德)이 됐기 때문
일게다.

STV 드라마 스페셜 ‘아름다운 날들’(윤성희 극본·이장수 연출)의 최지
우도 착한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음반매장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난한 여대생 연수(최지우)는 고아 출신이지만 단아한 외모에 어딘지 모르
게 귀티가 흘러 고아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게다가 맑은 성품에 사랑으
로 충만한 여자다.특히 같은 고아원 출신인 세나(이정현)가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배신해도 묵묵히 도와줄 뿐이다.

“제가 보기에도 화가 치밀 정도로 착하고 순박해요.이전의 배역과 쪼∼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여자란 거죠.”

최지우는 이복형제인 줄 알고 자랐지만 실은 원수 사이인 민철(이병헌)과
선재(류시원)와 삼각사랑을 펼친다.류시원과의 사랑이 아련한 첫사랑의 설렘
이라면 이병헌은 잘못될 줄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거친 사랑이다.또
이정현에게는 혈육보다 강한 형제애,이유진과는 둘도 없이 끈끈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사이다.

“각기 다른 색깔의 사랑을 표현하려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감독님한테 꾸지람을 많이 듣고 있죠.기초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지난해 최지우는 MTV ‘진실’과 ‘신귀공자’를 하면서 연기자로서 지독
한 슬럼프에 빠졌다고 실토했다.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점차 상실했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진지한 고민 끝에 깨달은 건 평생 연
기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것과 섣부른 변신보다는
신인 때의 마음가짐으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언제까지 착한
역만 할 거냐”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아름다운 날들’의 연수역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그 때문이다.

올해 초 한양대 연극영화과 01학번 새내기가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기초가 없으니 기교만 느는 것 같고,밑바닥 단역부터 출발한 게 아니라 처음
부터 덜컥 주인공을 했기 때문인지 갈수록 여우가 되는 것 같았다”며 늦깎
이 여대생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신청한 15학점 가운데 기초연기실기와 영화
개론 수업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최지우는 “예닐곱살 차이 나는 후배들과
어울려 지내니까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요.글쎄 학과 조교가 저랑 동갑
인 거 있죠”라며 까르르 웃었다.내년쯤에는 시대극이나 진한 멜로물에 도전
하고 싶단다.




김용습기자/snoopy@sportsseoul.com

사진|조용수기자/magic@sportsseoul.com
기사분야 : Hot이슈
게재일자 : 2001년04월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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