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지우

“굳이 왜?”라는 얘기를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눈물의 여왕’도 ‘당당한 커리어우먼’도 아니었다. 감정의 무게라곤 1g도 되지 않는 ‘의뭉스런’ 가정부가 되겠다니 이런 반응 뿐이었다.

“배우 최지우의 장점도 있잖아요. 잘 웃는 배우가 웃지도 않아야 하고, 의상도 포기해야 했죠. 왜 그런 모험을 하냐는 이야기에 겁도 났어요.”

삼복더위가 한창이던 8월에 시작해 한파가 오기 직전 막을 내린 ‘수상한 가정부(SBS)’의 마지막 촬영날, 최지우는 결국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마지막회 시청률 10.3%, 시청률보다 얻은 게 많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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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에겐 도전이었다. 2007년 ‘에어시티(MBC)’를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왔다지만,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 캐릭터는 ‘모 아니면 도’였다. 리메이크된 일드(일본드라마) 캐릭터(‘직장의 신’ 미스김, ‘여왕의 교실’ 마여진)를 답습하는 로봇처럼 딱딱하고 감정없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니 의문부호가 찍혔다. 일본에선 최고 40%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에 10년째 독보적인 ‘지우히메’가 강림하니, “일본 시장을 노린 작품”이라는 곡해된 시선도 있었다. 최지우로선 “일드 원작이라 해서 뭉뚱그려 같은 캐릭터라 하는 건 드라마를 안 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국내 기반을 두지 않고 해외시장만 선택하는 한류배우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망설이는 것이 제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시청률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겁나서, 잘 못할 것 같아서 주저하기엔 연륜도 있고요. 멜로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드라마를 해보고 싶었어요.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데 제가 언제까지 풋풋한 첫사랑일 순 없잖아요.”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로 무장했던 20대와 30대 초반을 보내자, 최지우는 타인의 시선에서 가벼워진 나이(38)가 됐다. 자유를 얻자 자신감도 붙었다. 사실 해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가 최지우에겐 가장 큰 매력이었다. “초반엔 로보트같지만 감정의 변화가 드러날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딱딱하지만 매회 메시지를 남겨주는 따뜻한 캐릭터”라는 점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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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라도 박복녀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은 고욕이었다.목소리 톤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일상 속 말투도 아니고 생활대사도 아니었다. “동작도 절제되고 단조로운 인물”인데다 대본에선 주문도 많았다. ‘싸늘한 눈빛의 복녀’, ‘의심스런 눈빛의 복녀’, ‘의뭉스런 표정의 복녀’가 최지우 대본의 단골 지문이었다. 대사에서 토씨 하나 빼먹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단속 대상이었다. 토씨 하나에 어감이 달라지고,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흐트러진 느낌이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전적인 화법인데다 대사량도 많았어요. 단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겠죠.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해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됐어요. 샤워를 하다가도, 자다가 문득 눈을 떠서도 줄줄이 대사를 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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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자제하는 무표정한 박복녀로 녹아들자 최지우는 ‘논란(연기력, 발음)의 딱지’를 떼냈다. 최지우에게 이번 드라마는 차기작 선택의 폭을 한 뼘쯤 넓힐 수 있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배우생활을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어요. 연기 결과에 후회도 없고요. 시청률이 연이어 낮았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시청률 때문에 슬럼프가 온다는 건 너무 별로에요. 늘 스타였죠. 이번 드라마를 끝내니 배우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스타도 좋아요. 배우도 좋고요. 둘을 유지하는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제는 연기로 인정받는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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