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계식의 방송가 뒷얘기]MBC-SBS, 지나친 ''스타 빼앗기'' 경쟁
[속보, 연예] 2003년 11월 20일 (목) 16:54

내달 3일 첫 전파를 타는 SBS 새 드라마 스페셜 ‘천국의 계단’의 호화 캐스팅이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지우 신현준 권상우 등 안방극장과 스크린의 ‘특급 스타’가 한배를 타게 된 것.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안방극장 나들이가 뜸했던 톱스타들을 다시 보게 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그동안 MBC와 SBS가 시청률에 집착해 심심찮게 벌여온 드라마 캐스팅 신경전을 짚어보고자 한다.

안방극장 스타가 출세작을 발판삼아 몸값을 올려 다른 방송국의 작품에 도전하는 일은 연예계의 생리다. 뺏긴 쪽은 ‘기른 정’을 몰라준다며 야속해하고, 데려가는 쪽에서는 비싼 돈 들여 모셔온 스타에 힘입어 프로그램의 인기가 오를 것으로 잔뜩 기대하는 것 또한 방송계 생리다. 실제 MBC와 SBS는 종종 서로 상대 드라마에서 ‘잘 나가는’ 스타를 출연계약이 끝나자 마자 낚아채듯 웃돈을 얹어 데려오는데 지나치게 열을 올려왔다. 그 과정에서 신경전이 불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지난 8월말 막을 내린 SBS 주말 드라마 ‘백수탈출’의 주인공 이정진(사진)은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삼총사’ 등 MBC 드라마의 차세대 주인공으로 발돋움했다. 이정진은 화제가 됐던 MBC 사극 ‘다모’ 주인공 황보윤 역으로 출연하겠다는 약속까지 깨면서 말을 갈아 탔지만 조기 종영의 불운을 맛보고 말았다. 결국 이정진에게는 MBC 무기한 출연정지와 3억원의 손해배상 조치가 뒤따랐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이정진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MBC나 신의까지 저버리게 한 SBS 모두 욕심만 앞세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들어 둥지를 옮긴 안방극장 스타들 대부분이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 MBC는 SBS ‘야인시대’로 주가를 올린 안재모를 곧바로 캐스팅해 역시 폭력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남자의 향기’에 투입시켰으나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얻었다. SBS 또한 신성우 김지수 조현재 등 MBC를 통해 친숙해진 연기자를 앞세운 드라마 ‘첫사랑’을 조기에 갈아치워버렸다.

최근에는 MBC ‘대장금’의 아역 스타 조정은이 자신의 촬영분이 끝난 뒤 곧바로 SBS 일일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으로 옮겼다. 조정은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어린 연기자인 만큼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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