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님이 모신문사에 쓴글...(퍼옴)

조회 수 3154 2002.06.28 14:14:51
아린
축구인들의 기를 살려주자


월드컵은 성공적이었다. 내일 3·4위전을 남겨둔 우리 팀의 성적도 그렇지만 온 국민이 하나되어 보여준 손님 치르기도 그에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어느 친구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어느날 8시30분에 시작하는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에 기사까지 쓰고 나니 12시 가까이 됐다고. 너무 배가 고파서 여기저기 찾다가 불이 켜진 식당 문을 두들기자 주인 아저씨가 나와서 기꺼이 비빔밥을 준비해 주더란다. 너무 맛있었단다.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은 아무리 맛없는 것이라도 맛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귀찮은 것을 참아가며 함께 한 자동차 2부제. 거기다 그토록 열광적인 응원을 마치고도 술 취하거나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 역시 그들에게는 익숙지 않았던 모양이다. 너무나 반듯하게 응원을 마치고 주변정리까지 하는 붉은 젊은이들, 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에 찡한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러나 월드컵 내내 내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한 가지 일을 오늘 얘기하고 싶다. 월드컵은 세계가 함께 하는 축제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축구가 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축구인들이다. 우리는 지단도 보았고 피구도 보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예의와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우리 축구인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100여년의 한국축구. 물론 우리들이 이룬 것은 초라하고 부끄러운 것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뿌리임은 틀림이 없다.

36년 만에 한국팀을 다시 월드컵 무대에 올려놓은 김정남, 또 수많은 한국팬들에게 축구라는 명사와 동일시되어 왔던 이회택, 그리고 미국 월드컵 감독이었던 김호, 그리고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세계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며 자부심을 곧추세워 주던 박종환. 그뿐 아니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심장이 뛰는 바로 그곳에 달고 100회 이상을 몸바친 수많은 선수들…. 나는 조직위나 축구협회가 이들에게 아주 작은 배려를 해줄 것을 끝까지 기대했었다. 한국이 사용하는 250여석이 넘는 VIP석의 한 귀퉁이라고 그들에게 배려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250명이 넘는 초대 손님에 끼이질 못했다. 세계 축구인들의 잔치에 주최국 한국의 축구인들은 누구도 제대로된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그 자리에 초대받은 각계의 유명인사들, 그중에는 정치인·연예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축구인들은 없었다. 각계의 인사들은 셔틀버스로 운동장을 향했다. 그러나 정작 축구선수들의 가족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양손에 붙들고 전철역이나 택시에서 내려 그 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운동장으로 가야 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서글픔을 느낀다. 축구장에서조차 축구인들은 자기 자리가 없다. 연예인·정치인들이 자리잡고 있는 그 자리를 우리는 쳐다만 봐야 한다. 이제 한 경기가 남았다. 월드컵을 마무리하는 경기다. 나는 이제라도 우리들에게 작은 귀퉁이 자리쯤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가족들도 좀더 안락하게 경기를 구경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처럼 배려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자랑스런 남편, 자랑스런 아들, 그리고 너무나 가슴 뿌듯한 후배들. 그들의 경기모습을 한번이라도 가슴 펴고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저는 가슴이 계속 뭉클합니다...반성도 많이 하고요...ㅠㅠ

댓글 '4'

찬희

2002.06.28 14:32:13

역쉬 차범근님... 우리 입장에선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진작 우리 선수들과 축구를 외면해 왔던 사람들은 우리였던것같네요...

바다보물

2002.06.28 14:41:53

이 글 읽으면서 또 한번 김남일선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또 월드컵 끝나고 나서 우리가 축구를 예전처럼 대하게 될까봐 걱정된다눈...차범근아저씨 멋있으세요

세실

2002.06.28 16:06:52

역시 차범근님입니다. 축구에서 마저 주인공은 정치가와 연예인...차 위원도 참여하지못한 월드컵 조추첨 ..송혜교양이 했죠.

프리티 지우

2002.06.28 19:47:34

아니 조추점을 송혜교양이? 그럼 직접 뽑은거였나요? 흠냥~ 난 송혜교양을 그리 좋아하는편이아니라서리..ㅎㅎ 암튼 차범근 위원 멋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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