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들에 대해 글을 쓸 때는 한 번만 더 생각을 해 보고 올리면 어떨까요?

  최지우씨에 대한 글을 올리는 분들 중 몇몇 분은 정말 비판이라기 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내용의 글을 올리시는데요. 읽으면서도 당황스럽습니다. 최지우씨에 연기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지적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감정적으로 안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는 둥, 확인도 되지 않은 소문의 주인공이 최지우씨라는 둥, 성형이 어떻다는 둥... 이런 내용들은 정말 안타깝네요.

  최지우씨가 몇 몇 장면에서 공감 안가는 연기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고요, 물에 물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밋밋한 연기를 한 적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 모두를 최지우씨의 탓으로 돌리는 건 정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유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렇게 설정이 되어 있다고 해야겠네요. 3회를 생각해 보세요. 유진이는 그들끼리 준상이의 장례식을 할때도 오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채린이에게 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비난을 받죠. 그 장면을 떠올려 본다면 민형을 떠날 때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만 머금던 그녀,민형이 준상인 것을 알고도, 남매인 것을 알고도 화면에서 눈이 충혈될 정도로 펑펑 울지 않던 유진의 모습은 최지우씨의 연기 탓이 아니라 유진이라는 캐릭터 탓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회에서 준상이 바닷가에서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장면에서 그녀가 한 번쯤은 목놓아 울고 오열해야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또 그렇게 하질 않았죠. 전에도 느꼈지만 윤석호감독님의 작품에서 여자 주인공은 절대 오열하거나 통곡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차분하고 담담하게 눈물을 흘리죠.

  '아름다운 날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거기에서 최지우씨는 정말 민망할 정도로 아무데나 주저 앉아서 엉엉 우는 연기를 리얼하게 해냈습니다. 그래서 17회 이후에는 남자주인공과 함께 동반으로 사랑을 받았죠.

  어제의 박솔미씨 연기와 비교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박솔미씨 어제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늘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만 했던 그녀가 어제는 도망가라고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하죠. 박솔미씨의 연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극단의 상황에서 채린의 변화된 모습이 우리를 잡아 끈 부분도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불행히 최지우씨는 아니 유진이는 드라마안에서 1-2회 이후에는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별로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최지우씨는 언젠가 부터 유진이 다운 유진이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렇다해도 1-10회까지 최지우씨는 분명히 살아있는 연기를 했습니다. 그녀가 민형에게 안경 좀 벗어보라고 말할 때(4회), 너 준상이 맞지, 나 너 한 번도 잊은 적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5회), 동숭동에서 준상과 닮은 민형을 찾아 뛰어다닐때(3회), 민형과 싸우고 엄마에게 전화했을 때(6회),나 결혼 못하겠어요. 엄마 미안해 나 결혼 못하겠어(10) 등등의 장면에서는 유진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이 게시판에 칭찬도 많았고요.

  전 개인적으로 이 겨울연가에 연기자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지우씨던, 배용준씨던,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요. 촬영 당일 나온 대본을 가지고 감정을 이입해서 연기를 하고, 하루에 한 두시간을 자야 하는 체력 싸움을 하고, 추운데서 덜덜 떨면서 연기를 하고...특히 촬영 분량이 많은 두 주인공은 더 했겠죠.

  만든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막판에 시청률을 의식해서 이야기를 말도 안되게 만들긴 해지만요. 어느 프로에서 그러더군요. 세계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드라마를 우리나라처럼 빨리 만들어내는 나라가 없다고.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고요. 말도 많고 비판도 비난도 많았지만, 어쨋튼 '겨울연가'가 무미했던 일상에 파문을 던져준 건 사실이고, 잊고 살았던 감정을 떠올리게 해 준 것은 고마운 일 아닌가요? 아직도 이런 순수함이 나에게 남아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줬고요. 그러니 우리 모두 일단은 박수를 쳐 줍시다. 다음에는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이들을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요.

댓글 '2'

하얀사랑

2002.03.19 19:00:01

성심님 너무나 감사하네요.... 잘 읽었어요... 전 그저 대단한 연기자분들이라고만 말씀드리고 싶네요...좋은 저녁되세요

지나가다가

2002.03.19 21:29:15

캬~ 정말 박수 짝짝짝짝짝짝짝. 속 시원하면서도 따스함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너나 할 것없이 종영에 대한 스트레스?로 비판하고 헐뜯고 미워하고 에휴... 그래도 한순간이나마 우리의 넋을 잃게 만들사람들이었는데...다음에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하면서 그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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