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위한 기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 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웬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 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 -하단 생략)
요 며칠동안 나의말에 상처 받았을 님들을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