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2...

조회 수 3062 2002.03.12 23:17:05
토미
    사랑이 와서, 우리들 삶 속으로 사랑이 와서, 그리움이 되었다.
    사랑이 와서 내 존재의 안쪽을 변화시켰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사라지고 멀어져버리는데도 사람들은 사랑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건 사랑의 잘못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이다.
    시간의 위력 앞에 휘둘리면서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우리들의 내부에 사랑이 숨어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아이였을 적이나 사춘기였을 때나 장년이었을 때나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해 지나간 이름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中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인간들, 모든 독특한 존재들은 진전進展을 이루어나가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매일 매초마다 이 지구상에는 마음과 마음-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식, 지도자와 시민, 작가 또는 배우와 일반 시민-이 만나서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변화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씨앗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잘 가꾸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변화의 씨앗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열매를, 나쁜 사람을 만나면 나쁜 과실을 얻습니다. 좋은 만남은 우연으로도 생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노력의 결과입니다.
  여기 '스타지우'에 오는 그 순간부터... 노력의 시작입니다.

  집에 오기 전 호주로 유학을 간 후배後輩부부夫婦에게서 자필自筆로 편지를 쓰며 적어본 김현태님의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시詩입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록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 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냄새가 난답니다

  그들이 공부하러 호주로 간 것이 이제 햇수로 5년이니... 꽤 오래 되었네요.
  그동안 숱하게 그들에게 편지를 쓰고 또 받아보았는데... 그들과는 참 사연이 많죠.
  가장 큰 사연은... 제가 이제 제수弟嫂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저에게는 제일 처음 찾아 왔었던 사랑이라는 겁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랑이었지만...
  어쩌면 민형과 유진을 바라보는 상혁의 심정을 제가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마 이것 때문인 거 같습니다.
  군대 간 후배를 면회하러 가면서 여자후배와 같이 철원으로 갈 때... 그리고 면회하러 갔다오면서 피곤에 지쳐 제 어깨에 기대어 졸고 있는 여자후배를 보면서... 그리고 여자후배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병실에 누워있을 때, 군대에 간 후배 대신 매일 병실에 갔던 일...
  어쩌면 저는 그들이 맺어지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맺어지고 같이 유학을 갔죠.
  시간이 지나 戀歌를 보면서 그들을 생각해 보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어디에나 민형... 상혁... 유진... 이들의 만남 같은 일은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물론 그때그때 상황과 느낌은 다르겠지만...

  다음에 후배後輩부부夫婦에게에게 편지를 쓸 때는 이 글을 적어줄까 하고 미리 골라놓은 글이 있습니다.
  그럼... 그 글을 적으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저도 어제 보지 못한 戀歌 17부를 봐야죠.
  님들은 戀歌 18부를 보고 글을 올리시겠지만... 전 님들보다 좀 늦게 보고 느끼렵니다.
  그게 좋은 거 같아요. 너무 빨리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천천히 민형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감정에 물들고... 상혁의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감정에 물들고... 유진의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나는 민형 아니 준상을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하늘은 왜 이렇게 나에게 가혹한가'하는 절망의 감정에 물들고... 그리고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아야만 하는 용국, 진숙, 채린(?)의 감정에 물들면서... 그렇게 보고 느끼렵니다.

  칠레의 산속 늪지에는 '리노데르마르'라는 특이한 작은 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이 개구리의 암컷은 젤리 같은 물질에 싸인 알을 낳습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수컷이 알을 모두 삼켜버립니다.
  먹이처럼 완전히 삼키는 것이 아니라 식도 부근에 있는 자신의 소리주머니에 그 알들을 소중히 간직합니다.
  그리곤 그 알들이 성숙할 때까지 자신을 온전히 희생합니다.
  수컷 개구리는 알들이 완전히 성숙해지기전까지는 결코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며 중요한 쾌락인 우는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소리주머니에 있는 알들의 안전을 위해 먹는 것까지도 포기합니다.
  어느 날 알들이 완전히 성장했다고 판단되면 비로소 개구리는 자신의 입을 벌려 마치 긴 하품을 하듯 어린 올챙이를 입에서 내보냅니다.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다면 끝까지 사랑하기로 결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견뎌야 합니다.
  생명과 같이 소중한 것들은 그런 사랑 속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댓글 '1'

하얀사랑

2002.03.13 00:28:24

힘내세요,,, 토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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