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5)탄~!

조회 수 3051 2002.03.26 19:13:28
정유진
제목:방울토마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욕은 성체보육원에서 일했다. 그곳에는 부모 없는 어린아이들이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1년을 넘게 그들과 생활하며 재옥은 사랑이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많은 사람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바람은 오히려 높은 산이 되어 앞을 가로 막았다.

자신을 송두리째 버려 야만 줄 수 있는 사람, 그 깊은 사랑이 재옥에게는 너무나 힘겨웠다.
그곳을 떠나야 한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하지만 채송화처럼 야윈 얼굴로 햇볕 아래 앉아 잇는 아이들의 모습은 쉽게 그녀의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다.

단정한 단발머리의 원장은 아이들에게 매우 엄격했다. 재옥은 그런 원장이 조금은 불만 스러웠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겐 엄격함 보다는 사랑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릴 무렵이었따. 어떤 할아버지가 영호의 멱살을 쥐고 고아원 앞마당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 손애는 짓무른 바나나 한 개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니 글쎄, 이 조그만 놈이 우리 집 바나나를 도둑질했잖아요."

할아버니느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영호는 잔뜩 겁에 질려 그옆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원장의 사과를받고 할아버니느 돌아갔다.

그리고 영호는 원장실로 불려갔다.
"바나나 왜 훔친거야? 어서 말해!"
"............"
영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 살이나 된 놈이 왜그런 짓을 해? 제일 큰형이란 놈이 동생들 보기 부끄럽지 않아?"

원장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바나나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아무리 먹고 싶다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쳐? 선생님이 너에게 그렇게 가르쳤니?"

원장은 종아리에서 피가 나도록 영호를 때렸다. 고통스러워하는 영호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그 날 밤늦게 원장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양손 가득 바나나를 사 가지고 들어왔다. 원장은 자고 있는 아이들 머리맡에 바나나를 한 개씩 놓아주었다. 방문을 나서는 원장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

맑은 가을 햇살이 보육원 앞마당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한떼의 고추잠자리가 앞마당으로 날아들었다. 아이들은 병아리처럼 마당을 뛰어다녔고, 원장은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재옥이 빨래를 다 널고 바지랑대를 세우고 있을 때 원장이 그녀를 불렀다.
"김 선생님, 이것 좀 봐요. 어쩌면 이렇게 탐스럽게 열렸을까요"
원장은 송알송알 맺혀 있는 방울토마토에 물을 주며 말했다.
"원장선생님이 매일같이 정성을 들이셨잖아요?"
"왠걸요? 게으름 피우느라 물을 못 준 적도 있는 걸요. 김 선생님, 나는 이방울토마토를 볼 때마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요. 초록 빛 꼭지마다 손가락을 움겨쥐고 가지에 매달린 모습이 꼭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 같거든요."

원장은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김 선생님,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엄할 때가 있지요? 사랑만 줄 수 없으니까 가끔 혼도 내는 거예요.
그래야 아이들이 컸을때 부모없이 자랐다는 소릴 듣지 않을것 같아서요."

그 날 오후, 원장이 했던 말은 오래도록 그녀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늦은 시간, 아이들의 옷을 정리하고 나서 재옥은 원장실로 갔다. 보육원을 떠나는 문제에 대해서 원장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꽃밭앞을 지나가고 있을때 열려진 커다란 창문으로 원장실 안이 들여다 보였다. 그 안에는 고개 숙인 영호가 있었다. 재옥은 창문아래 서서 영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열려진 창문으로 두사람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왔다.
"영호야, 어서 먹어. 이 바나나 너 주려고 산거야."
"선생님도 드세요."
"선생님은 아까 먹었으니까, 어서 먹어.그리고 지난번에 많이 아팠지?"
"제가 잘못했어요.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바나나가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와서 말하지 그랬어?"
"사실은 제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며칠 전에 경수가 많이 아팠었자나요. 다섯 살밖에 안 된 경수가 온종일 엄마를 찾으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그 날 저녁에 경수가 바나나 먹고 싶다고 그러는대 그냥 잇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럼, 그렇다고 말하지 그랬어. 난 그것도 모르고.........."
"아무리 그래도 훔치는 건 나쁜 거잖아요. 잘못했어요, 선생님."
"그래도 말해주지. 엄마가 속상해서 얼마나 울었는대..."
원장은 울먹이고 있었다.

재고은 그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으로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영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엄마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지금은 모두들 자고 있으니까 괜찮아. 영호야. 엄마한태 와 바. 어서...."

재옥은 창문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원장은 영호를 꼭 끌어 안은 채 울고 있었다.
"우리 영호한테는 엄마가 늘 미안해. 엄마 마음 다 알지?"
"네..알아요."
"내가 영호 엄마라는 거 아이들이 알게 되면 많은 오해가 생길거야. 그리고 상활하면서 아이들도 더 많이 상처받을거구.. 부모 없는 저 어린것들이 너를 얼마나 부러워 하겠니?"
"저도 다 알아요, 엄마. 엄마는 아이들의 모두의 엄마가 되어줘야 하잖아요."
"우리 영호도 이제 다컸구나. 네가 중학생이 되면 동생들에게 말해도 될 거야. 그땐 저아이들도 지금보다는 더 커 있을 테니까."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재옥은 조심조심 꽃밭을 걸어 나왔다. 밤 하늘엔 안개꽃처럼 하얗게 별이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도 별이 떨어졌다. 그녀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떠나는 날 아이들에게 주려고 했던 편지를 없애버렸다. 그때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다섯 살밖에 안 된 경수의 소리였다.

"엄마...엄마....엄마,,,,,"
경수는 꿈을 꾸고 있었따.

재옥은 경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가엾은 얼굴위에 살며시 자신의 얼굴을 대보았다. 바로 그 순간 한줄기 따스한 눈물이 그녀를 어루 만졌다..


아 힘들다.. 그래둥 재밋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괜찬습니다..
이글 일고 평가 부탁드리구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댓글 '2'

하얀사랑

2002.03.26 21:16:04

유진아~~ 오늘두 감동적이었어~! 너무 고마워~~샬롬*

sunny지우

2002.03.26 21:34:48

유진 ! 학교 잘다녀왔고? 너무 열심히 올려 줘서 고맙구나......재미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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