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파파라치는 변태적 저널리즘이다

조회 수 3041 2009.03.06 21:42:40
파파라치는 변태적 저널리즘이다  

[기자수첩] 사생활 공개가 ‘공익’이라는 주장에 대해  


“깜깜하고 조용한 골목이 갑자기 촬영장이 된 거예요. 10대 이상의 카메라가 동시에…(중략) 미국 같이 넓은 나라에서는 파파라치가 용이할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파파라치하면 솔직히 숨을 곳도 없어요. 우리도 살 공간은 만들어 줘야죠. 이제는 혼자 집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나요.” (2008.4.30,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현영 편)

스포츠서울닷컴의 ‘파파라치’식 보도에 대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최근 이동건-차예련 커플의 열애설 보도를 비롯해 최지우-이진욱, 현영-김종민, 이효리-재벌2세, 아이비-김태성(작곡가) 등 많은 열애 소식을 전했다.

취재방식은 대략 이렇다. 해당 연예인들의 데이트 정보가 수집되면 한 달가량의 취재를 하고, 데이트의 패턴을 확인한다. 이후 동선을 확인하고 데이트가 수차례 반복되면, 열애 중인 것으로 확정 짓는다. 망원렌즈를 이용해 자신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렌즈에 담는다. 이쯤 되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그러나 해당 매체가 내놓은 답변은 상식을 벗어난다. 임근호 스포츠서울닷컴 사회연예팀장은 “스타는 팬들의 사랑으로 한 해에 수억, 수십억을 번다”면서 “그렇다면 사생활은 팬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임 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인기를 이용해 수많은 것을 얻는다. 그러면서 내 개인 생활은 공개되기도 싫다? 그건 도둑놈 심보”라고 노골적으로 사생활 공개론(?)을 폈다.

상당히 착각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파라치’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파파라치’는 사생활 침해이자, 법적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그런 가운데 영화배우 손예진이 스포츠서울닷컴 소속 기자를 경찰에 신고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유는 망원렌즈를 이용해 자신의 사생활을 촬영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임근호 팀장은 지난 5일 〈PD저널〉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본지가 최지우 씨를 파악하기 위해 집 근처인 골목에 차를 세워 뒀는데, 우연찮게도 거기가 손예진 씨 집 앞이라 자신을 취재하는 줄 알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손예진씨는 “세상이 무섭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무서움을 토로했다.

그러자 임 팀장은 블로그를 통해 “손예진씨, 죄송하지만 관심 없습니다”라고 공개 글을 띄웠다. 당신 취재를 하려고 한 것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논리였다.

글을 읽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더구나 요즘은 사생활 노출이 극대화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 공포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고, 예외를 강요해서도 안된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사생활은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대체 왜 사생활을 공유해야 한다는 걸까. (혹시 스포츠서울닷컴은 극단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나?) 거기다 은근슬쩍 손예진씨와 모 대학생과의 열애설도 흘리는 의도에도 의심이 간다.

또 임 팀장이 지난 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해당 매체의 ‘취재방식’에 대한 의심도 있다. 그는 “열애설 보도에도 원칙이 있다. 일단 불륜은 취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특종해서 가정파탄 낼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사를 검색해보니 지난 2007년 10월 16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박철과 옥소리의 파경”이라며 “서울 P호텔에서 식음료부문 총책임자로 일하는 외국인 G를 만나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박철-옥소리 이혼’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이쯤 되니 말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이 간다.

한 연예부 기자는 스포츠서울닷컴의 취재방식에 대해 “엘로 페이퍼의 전형”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 기자는 “매체 색깔을 열애설과 폭로에 방점을 찍은 것 같은데 그건 언론이 아니다”라며 “요즘 연예인들도 조심하자고 서로 얘길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연예인들이 사생활의 침범에 대해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연애를 하게 되면 신중하게 된다.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나는 지금 결혼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토로했다.

‘파파라치’식 보도는 독자들의 훔쳐보기 심리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른바 변태적 저널리즘과 같다. 기자의 카메라 피사체가 흉기가 돼 연예인들의 가슴을 베고 있지는 않은지 스포츠서울닷컴은 자문해보길 바란다. 우리의 펜과 카메라가 권력이 되는 순간, 저널리즘은 황폐화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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