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잡히지 않는 날의 화두話頭...

조회 수 3052 2002.07.06 20:35:59
토미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한다. 화가 들어있는 음식을 피하라. 광우병 걸린 소나 부리 잘린 닭이 낳은 달걀에는 화가 들어있다. 행복한 닭이 낳은 행복한 계란과 순리대로 자란 암소에서 짠 젖을 먹어라. 비싸지만, 적게 먹으면 된다.

  ◇화를 끌어 안으라. 화는 마치 우는 아기 같다. 무엇인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 울고, 엄마의 품에 안기고 싶어한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화라는) 아기는 이내 편안함을 느낀다.

  ◇화가 치미는 순간 남을 탓하지 말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자기 안에 들어있던 화의 씨앗이 고통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몹시 화를 내는 사람은 주변 사람마저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사람은 응징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이다.

  ◇자각은 집중과 통찰로 이어진다. 통찰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15분이나 30분쯤 자각을 실천하여 집중과 통찰력을 갖게되면 화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자애로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연결 고리를 끊어라.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마라. 타인을 응징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분노가 줄 것이라고 믿지만, 남을 응징하면 스스로도 고통을 겪는다.

  ◇화를 감추거나 피해서는 안된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지옥이다. 마음 속의 화는 나를 다 잡아먹는다. 화가 나서 몹시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차분하고 침착하게 알려야한다.

  ◇폐차를 망치로 부순다고 화가 없어지지 않는다. 화를 예행 연습하면 뿌리는 더욱 더 튼튼해질 뿐이다.

  ◇화가 일어나면 그것을 맞이해 주어야 한다. 화가 마음 속에 있음을 인정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조선일보 문화면에 실려있는 <틱낫한 스님의 '화'를 다스리는 법>을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지난 상암동 월드컵 구장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시합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일본에 갔다가 목요일에 왔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독일을 이겼다면 암표라도 구해서 요꼬하마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도... 독일에게 지는 바람에 그 좋은 기회를 놓쳐 버렸습니다.

  위의 글은 일본에서 돌아와서 아버님이 모아주신 신문을 뒤적이다가 읽었는데, 참 좋습니다.

  슬픔과 절망을 잊으려고 먹는 것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과식은 소화계통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그리하여 화를 일으킬 수 있다. 과식을 하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생산된다. 이 과도한 에너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분노의 에너지, 섹스의 에너지, 폭력의 에너지로 변할 수 있다.
적게 먹을 때는 우리는 제대로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양의 절반만으로도 충분하다. 잘 먹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열다섯 번쯤 차근차근 씹은 뒤에 삼켜야 한다. 그렇게 천천히 먹으면, 음식이 입안에서 액체가 될 때까지 씹으면, 창자에서 영양소가 훨씬 더 많이 흡수될 수 있다. 많이 먹기만 할 뿐 소화가 되지 않아서 애를 먹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 page.21

  대화가 없이는 진정한 이해도 없다. 진정한 이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열어야 한다.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타인과의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랑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행동을 한다.

  --- page.144

  이해와 연민은 우리에게서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생성시킨다. 이해와 연민은 각각 우매와 냉정의 반대어이다. 이해와 연민을 수동적이고 나약하고 비겁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해와 연민이란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모르는 소치일 뿐이다. 연민의 정을 가진 사람은 불의를 보고도 저항하지 않고 항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그들은 수많은 승리를 거둔 전사들이고 영웅들이다.

  --- page.147

  스스로를 애정으로 보살피는 방법을 모르고서 어떻게 타인의 애정을 돌볼 수 있을 것인가? 마음 속에서 화가 일어날 때는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서 자각의 에너지를 생성되게 해야한다. 마음 속에 차 올라있는 화의 에너지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야 한다. 그럴 때는 화가 한동안 마음 속에 머물러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안전할 수 있다.

  --- page.168

  나는 반드시 늙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는 반드시 질병에 걸린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모두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는 아무것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빈손으로 왔으므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나는 내 행동의 결과를 피할 길이 없다. 내 행동만이 내가 이 세상에 서 있는 토대다.

  --- page.176

  베트남의 대선사이자 참여불교 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의 책 <화 anger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에서 골라본 구절인데... 지금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읽은 원성 스님의 <시선>이라는 제목의 수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구절을 적어볼까 합니다.

     나는 너무 예뻐요.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어요.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더러 예쁘다고들 하지요.
     왜 마을사람들은 내 겉모습에만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하지만 당신처럼 눈과 코와 입이 매달려 있는 얼굴은
     단지 얼굴일 뿐이에요.
     내 정신과 영혼을 감싸고 있는 겉껍데기에 불과하죠.
     예쁘고 아름다운 것도 잠시뿐일 거예요.
     눈 깜짝할 사이, 나는 늙어버리죠.

  책상 옆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이 글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날이 심상치 않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외삼촌이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전화 한 번 넣어봐야겠습니다.
  그럼... 따뜻하고 포근한 저녁 맞이하세요.


댓글 '3'

sunny지우

2002.07.06 21:22:17

토미님도 잠수하셨다가 오신건가요? 사실은 게시판에서 님을 불러보려고 했답니다. 반가워요. 토미님! 이번에는 일본에 체류하시는 기간이 길어지셨나 봅니다. 매일 오셔서 좋은 글 주실거죠?

김문형

2002.07.06 23:51:51

토미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건강하시죠?

세실

2002.07.07 08:08:19

토미님이 요즘 안보인다했더니 일본 다녀오셨군요. 간만에 마음을 수양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토미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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