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지우히메'? 고맙지만 무거운 짐"

[마이데일리] 2009년 11월 27일(금) 오전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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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한류스타 최지우는 언제부턴가 거리가 있는 이름이 됐다. 현해탄 건너 열도에서 `지우히메`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국내에서 그녀의 이름이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여러 작품을 계속 내놓았지만 여전히 대중이 `겨울연가`의 유진이나 `천국의 계단`의 정서로 그녀를 기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신작 `여배우들`에서 뜻밖에 최지우가 들고 나온 카드는 `지우히메`도 `유진`도 `정서`도 아닌 최지우 자신이다.

`여배우들`을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분위기라더라. 분장실 안에서 여배우들한테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만 듣고 감독님 만나서 이야기 했다. 다른 배우들처럼 감독님과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 아는 사람 통해 연결이 왔다. 한 번 했더니 발을 뺄 수가 없었다(웃음). 외국에서는 여배우들이 모여서 자기의 이름을 걸고 찍는 것들이 종종 있는데 우린 전혀 없지 않았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미숙씨나 김민희, 김옥빈씨 모두 이재용 감독과 작품을 같이 했고 윤여정, 고현정씨도 친분이 깊은 걸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혼자만 겉도는 느낌도 있었을 것 같다.

시간이 가면서 불안했다 시나리오도 너무 얇더라. 주변 사람들도 우려를 많이 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연기를 하는게 어울릴까 걱정을 많이 했고 실제로 현실로 다가왔다. 처음 보는 (고)현정 언니와 다투는 장면을 가장 먼저 찍었다. 한 발 짝 내디뎌도 될까 빠져야 하나 머릿속 복잡해 지는 순간이 많았다. 내가 순발력도 없고 애드립 능력도 없는데 그러한 순발력을 보이지 못하는 나 자신한테도 화가 나고 배우로서 작아지는 모습도 느껴져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했나.

다른 여배우들도 `네가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하더라. 하지만 용기를 내라고 특히 현정 언니가 싸우는 신 찍기 전에 괜찮으니까 연습해 보자고 응원하더라. 내가 낯을 가리는데, 창피해 죽겠는데 구경도 엄청 온 거다. 사람들 피해서 계단으로 내려가 실습처럼 소리 질러보고 심한 말 해도 괜찮다고 진짜로 해 보니까 정말 속이 시원하더라. 마음 속 생각들, 표출 못했던 것들을 하니까. 나이에 관계없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여배우들끼리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어느 정도가 진짜 최지우이고 어느 정도가 시나리오인가.

최지우 실제의 캐릭터가 나오는 대사와 철저하게 허구인 대사가 섞여있다. 감독님이 내 캐릭터를 특별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얄미운 애로 잡았다. 영희나 철수라면 이런 강한 캐릭터가 좋은데 극중 이름이 최지우니까 손해 볼 것도 같고 소극적이 됐다. 편하게 다들 하는데 나는 왜 이런것들에 소심해질까 걱정도 하고. 완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픽션의 선을 어디까지 둬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여배우중에서는 한류스타의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극중에서도 그렇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이 많아 보인다.

솔직히 내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기 이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로도 남고 싶은데 고민이 많다. 연기는 여전히 어렵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많은 분들에 사랑 받는 건 고맙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겁고 고민도 많다. 작품 선택도 조심스럽다. 한류스타가 찍으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라는 선입견들이 있더라. 오해다. 한류스타는 문화 홍보 대사로 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한류가 많이 활성화가 돼서 아시아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중심이 됐으면 한다. `히메`가 나뿐이면 안 되지 않나.

최지우에게는 여전히 `겨울연가`의 유진이나 `천국의 계단` 정서의 이미지가 짙다. 고민들도 그러한 데서 연유한 것 같고 앞으로 그러한 이미지를 깨기 위한 계획도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이 작품을 통해 저한테 쌓여있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깬 것 같다. 예전처럼 예뻐 보이거나 돋보이려 했다면 출연 결정을 못했을 거다. 영화는 멜로드라마를 거의 한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드라마의 파장이 큰 것 같다. 영화 찍을 때면 다른 배우들이 `지우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랄 때가 많다. 난 늘 여배우란 타이틀을 동경하고 여배우라는 타이틀에 모자라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영화를 찍을 때도 `30대 대표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내가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나 자책했다. 막내인 (김)옥빈이도 어울리는 것 같은데 다른 배우들이 캐스팅이 안 돼서 나를 캐스팅 했나 불편했다. 그래서 더 공부를 하려고 노력한다. 난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황금기라면 내일은 더 큰 황금기가 올 거라고. 내 미래의 행보,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t]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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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15년 배우 생활 중 처음으로 큰 한계 느꼈어요"
[한국일보] 2009년 11월 27일(금) 오전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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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들'서 고현정, 이미숙, 김옥빈과 호흡
여전히 천상 여자였고 만개를 앞둔 수줍은 꽃봉오리처럼 청초했다.

영화 '여배우들'의 주연을 맡은 최지우가 26일 영화의 홍보를 위해 서울 청담동의 인터뷰에서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배우들'은 국내 세대별 톱여배우인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영화 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패션지 보그의 특집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며 화보 촬영을 기다리는 순간을 다뤘다. 패션 화보 촬영이라는 상황 설정을 두기는 했지만 배우들이 실제 이름으로 출연해 스스로를 연기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사생활을 가감 없이 털어 놓은 실제와 허구를 오가는 영화다.

극 중 최지우 역을 맡은 최지우는 "내 캐릭터가 너무 얌체 같고 새침데기로 설정돼서 깜짝 놀랐다. 특히 이번 영화는 특별한 대본이나 대사 보다는 배우들의 순발력과 애드리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여서 매우 어려웠다. 15년 배우 생활한 게 맞나 스스로 질문이 들었다. 기라성 같은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선배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군입대 중인 이진욱에 대한 질문에는 웃음과 함께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최지우와의 일문일답.


- 영화의 어느 선까지가 설정이고, 실제인가.
▲ 극 중 이름도 최지우다. 그렇긴 해도 캐릭터는 잡고 갔다. 내 캐릭터는 얌체 같고 새침데기 같아서 처음엔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러다가 선배들에게 미움 받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됐다. 감독님이 내 첫인상에서 어떤 모습을 봤기에 얌체 캐릭터가 나왔을까 궁금증도 든다. 선배들과 첫 만남 때 "지우, 내가 이 영화 출연하는 건 참 의외다"라는 말을 들어 당황했다.

-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등 선배들이 모두 최지우에 대해 첫인상과 다른 배우라고 지적했는데.
▲ 이번 작업에서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선입견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 끝날 무렵 선배님들에게 "네 새로운 모습을 봐서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어떤 모습에 대해 새롭다고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김민희를 빼고는 감독님도,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처음 본 분들이다. 나 또한 선배들에 대해 무서울 것 같고, 까다로울 것 같고, 혹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딱 꼬집으실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결국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같은 연기자고 여배우였다. 같은 연기자이고 여배우임에도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잠깐 비춰진 모습으로 인상을 결정한다는 게 매우 손해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작업을 기회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큰 수확이다.

- 실제 최지우는 어떤 모습인가
▲ 이번 작업에서 천상 여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 성격은 나서거나 리더적인 면은 부족하다. 빼는 스타일이거나 토 다는 성격도 아니다. 분위기는 잘 맞추는 성격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필요한 편이고 오래 사귀면서 믿음과 신뢰가 쌓는 편이다. 유호정, 오연수, 신애라 씨 등 10년 지기 친구들은 내가 제일 웃기다더라.

-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페이크 다큐 장르인데 기존 연기와 차이는.
▲ 이렇게 얇은 시나리오는 처음이었다. 내일 모레가 촬영인데 책이 작아서 겁이 덜컥 났다. 딱 짜인 대본과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이다가 배우의 순발력과 애드리브 요하는 작품을 대하니 촬영하며 한계에 부딪혔다. 평소 순발력이 없는 게 내게 가장 취약점이다. 15년째 배우를 한 게 맞나,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앞에서 최지우라는 사람이 이렇게 작아질 수 있구나 느끼기도 했다.

같이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면서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고민도 들었다. 마음은 함께 하고 있는데 속에 있는 말이 대사로 터지질 않더라. 다른 선배들이나 후배들은 이미 친분도 있고 그래서 이 영화가 기획된 건데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친분을 따라 가려면 나도 시간이 필요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기도 했다. 결국 선배들이 도움을 주셨다. 선배들 말로는 내가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의외였다더라. 이미숙 선배는 "나는 네가 일본말만 하는 줄 알았다. 네가 언제까지 공주야"라며 용기를 주셨고 고현정 선배는 "내가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만도 큰 용기를 낸 것"이라며 응원해줬다.

- 3명의 선배, 2명의 후배의 중간에서 연기한 소감은.
20여일의 촬영 기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6명의 여배우들이 모여 매일 밥도 같이 먹고 얘기를 나누니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갔겠나. 정말 좋았다. 나뿐만 아니라 선배들 또한 고민이 있고 후배들도 고민이 있었다. 그런 얘기를 나누며 위안이 됐다. 연기자로 살면서 마음을 터놓고 믿고 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다시는 안 올 기회다. 사실 여배우가 '이들이 다른 데서 내 얘기를 옮기겠지'라는 고민 없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한 사람들로 인해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배우로서 뭔가 한 발짝 새롭게 내딛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 쟁쟁한 6명의 여배우가 모인 것만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했을 텐데.
이번 영화를 할 때 그렇게 큰 욕심은 안냈다. 내가 예뻐야 하고 비중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선택은 없었을 거다. 모든 여배우가 분명히 하나씩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했을 것이다. 얌체 같은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너무 조심스럽고 걱정됐다. 얼마나 보여줘야 하고 얼마나 얘기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선배들이 먼저 깨고 용감하게 나가 주셨다. 걱정될 정도로 솔직했다. 내가 보호해야 될 정도였다. "선배님 괜찮아요?"라고 몇 번이나 물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빠져 나갈 방패가 있다는 거다. 픽션과 논픽션을 교묘하게 넘나들기에 궁지에 몰린다면 '이건 연기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걸 생각하며 더 용감해졌던 것 같다. 또한 어떤 부분이 실제이고 허구인지 보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다.

- 예고편에서 고현정과 싸우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실제로 고현정과 안 친한가?
▲ 딱 촬영기간 동안 만난 만큼 정들고 친해졌다. 감독님의 계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끼리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안 만들었다. 현정이 언니와 첫 촬영날 처음 만났다. 항상 화면에서만 보던 선배와 갑자기 싸우는 신을 무턱대고 찍으라고 하니 당황했다. 나도 인간인데 매우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화면에 내가 당황하는 표정들이 그대로 담겨 있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 20대 후배들과 연기하며 경쟁은 없었나.
▲ 이번 영화에서는 특별히 그런 것이 없었다. 사실 요즘 새싹들이 너무 많다. 이제 90년대 생 여배우들이 나온다. 그들이 너무 예쁘긴 하지만 그걸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흘러가는 세월을 역행하려면 인생은 비극이 된다. 항상 앞을 보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하려고 한다.

- 연인 이진욱과는 잘 지내고 있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웃음)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ms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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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 취하는 최지우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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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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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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